프랑스 EDF-R과 오만에 이어 신뢰를 바탕으로 파트너십 과시
중동 입지 확장…청정수소‧암모니아 조달할 수 있는 기반 마련
【에너지타임즈】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규모로 조성되는 태양광발전단지를 우리 손으로 건설한다. 서부발전이 오만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초대형 태양광발전 사업을 수주한 것인데 부지만도 분당신도시에 이르는 대규모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정부가 중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사업 자체로만 봐도 큰 의미가 있겠지만 발전공기업인 서부발전이 수주했다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단순히 전력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전공기업이 미래 발전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을 닦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이번 서부발전 UAE 성과는 발전공기업이 발전시장에 진출했다는 표면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중동지역 신사업으로 손꼽히는 청정수소·암모니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음으로써 미래 연료인 청정수소‧암모니아를 단순히 사는 게 아니라 직접 개발해 도입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최근 에너지 위기로 자원안보에 대한 불안이 엄습한 가운데 자원안보를 지키는 확실한 방법은 국내든 국외든 자원을 직접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서부발전 성과는 미래 자원안보를 지켜낼 수 있는 밀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그동안 서부발전이 공을 들였던 해외사업을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부발전은 프랑스 전력공사인 EDF(Electricite de France) 재생에너지 자회사인 EDF-R(Renewables)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UAE 수전력공사(Emirates Water and Electricity Company)에서 발주한 발전설비용량 1500MW 규모 UAE 아즈반(Ajban) 태양광발전 입찰에 참여한 결과 쟁쟁한 글로벌 에너지기업을 따돌리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동쪽으로 70km 떨어진 부지에 1조 원 이상을 투입해 발전설비용량 1500MW 규모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발전설비용량 기준으로 살펴보면 수출형 원전인 APR1400보다 크다. 부지는 축구장 2850개를 모아놓은 규모인 2000만㎡에 달한다.
이 발전단지가 준공되면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규모가 되며, 발전설비용량과 사업비 모두 우리 기업이 수주한 태양광발전 사업 중 단일사업으로 최고다.
오는 6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는 이 발전단지는 2026년 7월 준공될 예정이며, 준공 이후 연평균 4500GWh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또 30년간 운영으로 생산된 전력을 UAE 수전력공사가 구매를 보장하고 있어 누적 매출 전망치는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업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UAE 아즈반 태양광발전 사업이 서부발전에 중요한 이유는 최고의 파트너와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했다는 것과 함께 중동에서의 입지를 확장했다는 것, 그리고 미래 발전 연료로 손꼽히는 청정수소‧암모니아를 조달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청정수소‧암모니아를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먼저 서부발전은 이 사업을 계기로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사업 실적을 가진 EDF-R과 단순한 파트너를 넘어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서부발전은 지난해 수주한 오만 마나(Manah) 태양광발전 사업에서 EDF-R과 인연을 맺었다.
오만은 2019년 수도 무스타크(Muscat)에서 남서쪽으로 170km 지점인 마나지역에 발전설비용량 1000MW 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을 2단계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서부발전과 EDF-R은 각자 입찰을 준비했다. 다만 이 입찰은 지역주민 민원과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국가봉쇄 등에 발목이 잡혔다.
당시 서부발전은 부지 변경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다 파트너 사업 포기 등 악재에 부딪히면서 사업을 포기할 상황에 놓였을 때 경쟁사였던 EDF-R과 경쟁사에서 파트너로 관계를 재정립했다.
서부발전은 발전설비용량 16GW에 달하는 재생에너지를 개발‧건설‧운영하고 있는 EDF-R의 EPC 능력이 필요했고, EDF-R은 중동으로의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힘들어 안정적인 기업 신용도와 우수한 금융 조달 능력을 보유한 서부발전 재원 조달 능력이 필요했다. 이렇게 서로의 부족함이 채워지면서 이들의 관계는 경쟁자에서 동반자가 전환된 것이다.
실제로 서부발전은 이번 UAE 아즈반 태양광발전 사업에서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본금연계대출(Equity Bridge Loan)을 활용할 계획이다.
자본금연계대출은 사업 참여사 신용도를 기반으로 사업에 투입할 자본금을 빌려주는 선진금융기업으로 대출 기간에 이자만 갚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금을 내는 부담에서 자유롭고 만기 때 적립한 배당금과 대주단 성공보수 등을 상환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서부발전과 EDF-R의 파트너십은 지난 5월 오만 수전력조달공사(OPWP)에서 발주한 오만 마나 태양광발전 사업 중 500MW 규모의 1단계 사업을 수주하면서 그 진가를 이미 발휘했다.
이로써 중동 진출을 갈망했던 서부발전과 EDF-R은 오만에 이어 UAE까지 함께 하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최고의 파트너가 된 것이다. 이 파트너십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태양광발전 사업과 함께 청정수소·암모니아 등 추가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UAE 아즈반 태양광발전 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중동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청정수소·암모니아발전 연료인 청정수소‧암모니아를 당장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UAE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있긴 하지만 재생에너지 사업 자체만 보더라도 중동은 우리나라 대비 태양광발전 효율이 2배나 높고 건설 단가가 절반 수준이라서 충분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중동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청정수소‧암모니아 생산 최적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세계적으로 청정수소·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는 지역으로 호주와 함께 미국, 중동 등이 손꼽히지만 호주의 경우 이미 일본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중동 국가들도 석유 등 화석연료를 생산해 수출하는 사업구조에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청정수소·암모니아를 생산해 수출하는 사업구조로 전환을 본격화한 바 있다.
서부발전 중동시장 확장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발전사업과 함께 청정수소·암모니아발전 연료인 청정수소‧암모니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서부발전은 UAE를 특별한 국가로 보고 있다.
UAE는 중동 국가 중에서도 당장 청정수소·암모니아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간에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력, 야간에 원전 가동에 따른 잉여전력을 활용해 24시간 수전해 설비를 운영함으로써 24시간 청정수소‧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원전 가동으로 야간에 잉여전력이 벌써 문제가 되자 양수발전을 건설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이미 한전·삼성물산 등과 UAE에서 연간 20만 톤 규모의 청정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것을 골자로 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된다면 2030년까지 석탄발전에 혼합연소할 수 있는 암모니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