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영동양수만 같아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영동양수만 같아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10.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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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군 대표선수 유니폼 어깨에 당당하게 한수원 로고 찍혀
사업 초창기에 영동군 공무원 사실상 일대일 개념으로 지원
발전소 건설 따른 주민 불편 최소화할 수 있도록 주판 엎어

【에너지타임즈】 얼마 전 한가위는 연휴가 길어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하고 여유로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영동양수발전 건설현장 분위기는 이 말과 닮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만 같은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현장에 묻어있기 때문에 그렇다.

영동양수발전 건설은 내년 9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76개월간 충북 영동군 양강면 산막리에 하부저수지, 상촌면 고자리에 상부저수지를 건설한 뒤 발전설비용량 500MW(250MW급×2기) 양수발전을 건설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모든 발전소 건설현장이 그렇지만 건설이야 우리는 충분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가장 큰 난제는 수용성이다. 충분한 수용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선 돌 하나 마음대로 옮길 수 없어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영동양수발전 건설현장은 다른 현장보다 자유롭다는 것이다.

영동군을 대표하는 대표선수들이 있다.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종목 대표선수 유니폼 한쪽 어깨엔 ‘충북영동’, 다른 어깨엔 ‘한국수력원자력(주)’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수용성 문제가 없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전국에 발전소가 숱하게 많으나 그 지역 대표선수 유니폼에 발전사 로고가 새겨진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물질적 지원 여부를 확인해봐야겠지만 이 문제는 그런 것에 비견되지 않을 만큼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장은 선출직 공무원이다. 이른바 정치인인데 현직 영동군수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하나는 정치를 그만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아니면 지역주민 수용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 치적을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 속성을 고려하면 전자는 해당 사항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내년 착공을 앞두고 준비 작업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영동양수건설소 사람들을 만나봤다. 그들은 신바람 나게 일하고 있었다. 

한수원 영동양수건설소 전경.
한수원 영동양수건설소 전경.


드라마틱했던 영동양수 유치
수용성 근원 무주양수 학습효과?

영동양수발전 수용성엔 문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높다. 그렇다면 유독 영동에서 수용성이 높은 이유는 뭘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학습효과가 주효했다는 분석도 있다. 무주양수발전이 인근에 있기 때문이다.

영동군청에서 차량을 이용해 무주군청으로 가본 결과 거리는 27km였고,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만약 직선거리로 따져보면 이보다 훨씬 가깝다는 얘기다. 영동군은 충북에 있고 무주군은 전북에 있어 멀게 느껴지나 충북과 전북 경계에 영동군과 무주군이 있다. 그래서 지리적으로 보면 영동과 무주는 비교 대상이 안 될 수 없고, 선의의 경쟁을 안 할 수 없는 것이다.

박재석 영동양수건설소 차장은 “규모 면에서 보면 영동이 무주보다 3배 정도 크고, 게다가 인구도 많지만 아무래도 무주가 관광지란 특징 때문에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지금은 영동과 무주가 비슷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주양수발전이 유명해진 배경으로 “버스를 타고 해발 800m를 올라가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면서 “무수양수발전과 청평양수발전이 대표적인데 등산을 하지 않고 해발 800m에서 단풍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도 영동군민도 이런 부분에 많은 기대를 하며 양수발전을 유치한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영동군도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양수발전을 활용해 관광자원을 만들면 좋지 않겠느냐는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영동양수발전 상부댐이 해발 800m에 자리하고 있고, 영동양수발전이 영동을 대표하는 인근의 도마령·민주지산 등과 어울린다면 다양한 관광자원이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배경과 함께 한수원과 영동군은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영동군민과 영동군의 양수발전 유치는 드라마틱했다.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양수발전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당시 봉화·영동·포천·홍천이 양수발전 유치에 뛰어든 가운데 영동은 탈락할 위기에 놓였으나 영동군민 염원과 영동군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박재석 차장은 “영동군민 중 70%가 양수발전 유치에 찬성하면서 봉화가 유력했음에도 수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영동이 1위로 올라섰다”고 언급하면서 “수용성은 양수발전 유치 간절함의 수치인데 권기대회 등 영동군의 다양한 홍보 활동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는 분석을 했다.

정영훈 영동양수건설소 차장은 “처음 영동에 왔을 때 깜짝 놀랐던 것은 사업소 직원이 6명인데 영동군 양수발전 건설지원단 공무원이 5명이어서 일대일 개념으로 지원할 정도로 관심이 높아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하는 등 유치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왼쪽부터 한수원 영동양수건설소 박형준 팀장, 박재석 차장, 정영훈 차장.
왼쪽부터 한수원 영동양수건설소 박형준 팀장, 박재석 차장, 정영훈 차장.

 

이주민 이주대책 22개월 줄여 타결
본공사 앞두고 준비작업 일사천리 진행

영동 양수발전 건설 프로젝트는 내년 9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2030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아직 눈에 보이는 현장이 없어 지역주민은 실감을 느끼지 못할지 몰라도 내년 본격적인 공사에 대비해 영동양수건설소는 인허가 등 물밑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 영동양수건설소는 영동양수발전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고시를 시작으로 하부지 이설도로 공사에 착수했다. 게다가 수몰 지역 이주민 대책도 영동군민과 영동군의 전폭적인 도움을 얻어 원활하게 타결했다. 일사천리(一瀉千里)란 말이 떠오르는 현장이다.

박형준 영동양수건설소 팀장은 “영동양수발전 건설로 이주해야 할 이주민은 21가구이고 이주민과 협의를 거쳐 공동주택에 입주하는 것으로 원만히 타결됨에 따라 내년 본 착공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대책은 발전소 건설에 큰 이슈 중 하나다. 영동군민과 영동군의 도움으로 이주 기간을 일반적인 이주대책이 집단이주단지 조성보다 무려 22개월이나 앞당긴 공동주택 입주로 결정됨에 따라 영동양수발전소는 안전한 환경에서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집단이주단지 조성은 물리적 소요기간이 51개월에 이르나 공동주택 입주는 29개월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주민 이주는 2025년 11월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영동양수건설소는 지난 5월 하부지 이설도로 착공식을 가지는 등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박 팀장은 “하부지 쪽에 지역주민이 이용하는 도로가 있는데 나중에 하부댐이 건설되면 수몰되기 때문에 다른 도로를 만들어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건설하는 것이 이설도로”라고 설명하면서 “도로이설 공사는 사전대비 공사 성격이 강하고 본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상당히 중요한 공사”라고 소개했다. 또 “2025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현재 진행 상황을 볼 때 일정상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공사 일정과 관련해서 “일단 기존 도로에서 이설도로까지 진입할 수 있는 인허가를 득한 후 덤프트럭 등 장비가 진입할 수 있도록 벌목을 해야 하고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소음이나 먼지, 분진 등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런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설방음벽이나 방진막 등의 설치를 설계단계에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지역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지역주민이 가장 불안해할 수 있는 발파와 관련해서 “발파 기술이 많이 발달해 대규모 발파를 하는 게 아니라 비용은 많이 들어갈지 몰라도 소규모 발파나 무진동 발파 등으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한편 공사계획에 대한 설명회를 통해 지역주민과 소통을 강화하는 등 지역주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본공사를 앞두고 추진되는 이설도로 공사는 본공사 축소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설도로 공사도 그렇고 터널을 뚫고 댐을 축조하는 본공사도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같은 토목공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본공사에서 터널을 뚫으면 토사가 나오게 되는데 이 토사의 외부 반출을 위한 덤프트럭 운행이 많아지면 고스란히 지역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영동양수건설소는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박 팀장은 “발파로 발생한 암석은 댐 축조에 이용하고 토사는 유용계획을 세워 상·하부 저수지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동양수발전 조감도.
영동양수발전 조감도.

 

보상 제외 주민…상생방안 모색 집중
송전선 7km 정도로 짧아 민원 부담 적어

1조 원이 훌쩍 넘는 사업이다 보니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민원은 없을지 몰라도 민원이 완전하게 없다곤 할 수 없다. 한수원이 공기업이라서 지역주민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측면이 있어 그렇다. 영동양수건설소는 지역주민의 요구를 직접 들어줄 수는 없을지 몰라도 대안 제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분위기가 좋은 영동이라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영동양수건설소 직원들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발전소 예정구역에 편입되지 못한 지역주민이 있다는 것인데 이들은 발전소 건설에 따른 불편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재석 차장은 “차라리 보상범위에 포함되면 보상을 하면 끝날 일이지만 보상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주민은 발전소 건설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면서 “이분들이 토지를 수용해 달라고 요청을 하지만 한수원이 공기업이라서 법적 테두리 내에서 움직일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그래서 찾은 해법이 지역지원사업인데 아이템을 지역주민과 공유함으로써 대안을 찾고 있으나 나이 많은 분들이 많아 주체적으로 끌고 가지 못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팀장도 지역지원사업과 관련해서 “대부분 원하시는 것이 소득 증대 등 이런 부분이고 (영동양수건설소는) 단기적인 것도 찾고, 중·장기적인 대책도 발굴해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이뿐만 아니라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송전선로 건설 민원도 영동은 다른 건설현장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영동도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하는 만큼 영동양수건설소는 그에 따른 대비를 하고 있다.

박 차장은 “영동 양수발전 송전선로는 7km 정도로 예상되는데 다른 발전소보다 짧은 수준”이라면서 “홍천·포천 양수발전 송전선로는 40km 정도 되다 보니 다른 사업장 대비 송전선로 건설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민원이란 것이 예측되는 부분이 아니라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측면에 있어 (영동양수건설소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북 영동군 여자씨름단 선수 유니폼 어깨에 한수원 로고가 찍혀 있다.
충북 영동군 여자씨름단 선수 유니폼 어깨에 한수원 로고가 찍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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