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문 사장이 말했던 ‘혁신’…동서발전 성과 표면화
김영문 사장이 말했던 ‘혁신’…동서발전 성과 표면화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9.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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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활용 에너지효율화 비즈니스모델 만들며 사업화 기반 닦아
캠퍼스 에너지 효율화 사업 기반으로 사업 확장 가능할 것으로 기대
에너지 다소비기업 대상 ESS 활용 에너지 효율화 사업도 눈길 끌어

【에너지타임즈】 “인공지능·클라우드·빅데이터·사물인터넷 융·복합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여러분! 관성의 법칙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관성의 법칙은 물리의 법칙이 아니라 사고의 법칙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사회와 앞으로의 사회는 완전히 다른 사회가 될 것입니다. 기존의 사회가 팽창하는 사회이고 3차원의 사회였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수축사회이고 4차원의 사회가 될 것입니다.”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이 2021년 4월 26일 취임사에서 했던 말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겠지만 그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 중 하나로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손꼽힌다.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발전공기업도 발전이란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적 요구인 수요관리, 이른바 에너지 효율화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에너지 효율화 사업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발전소 건설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에너지 효율을 10% 끌어올린다면 발전소 10개를 지어야 할 때 1개는 짓지 않아도 되고 20%면 2개를 짓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역대 모든 정부가 에너지 효율화, 이른바 수요관리 정책을 추진했으나 좀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올 상반기에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잘 알 되는 에너지 정책 중 하나로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손꼽았다. 그만큼 안 되는 정책 중 하나가 에너지 효율화 정책이다.

발전소 건설은 특정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지만 에너지 효율화는 모든 사업자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정부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에너지 효율화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발전소 건설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히 에너지 효율화 정책이 쉽지 않았던 이유로 사업화되지 못한 환경이 손꼽힌다. 수익이 없으니 사업자가 없게 되고, 그래서 정부 정책은 지원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다만 김영문 사장이 취임하고 동서발전은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고, 그 결과 사업화 기반을 만들었다.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더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아니더라도 객관적인 성과를 측정함으로써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사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것이다. 더는 지원에 기대지 않고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그 핵심엔 인공지능·클라우드·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이 있었다.

동서발전 본사(울산 중구 소재) 전경.
동서발전 본사(울산 중구 소재) 전경.


캠퍼스 에너지 효율화 사업 추진
성과 계량화로 사업화 기반 마련

김영문 사장이 취임하고 동서발전이 추진하는 에너지 효율화 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대학교 캠퍼스를 대상으로 한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단연 눈에 띈다. 정부의 정책지원 없이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편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이른바 돈이 되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캠퍼스는 강의실·연구실·실험실 등의 건물이 넓게 분포돼 있고, 그 결과 에너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게다가 주로 이용하는 대학생도 불특정 다수인 만큼 에너지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구조적 취약함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물리적 거리 등을 고려할 때 에너지 관리 전담 인력을 별도로 배치해 수동으로 관리하는 것보다 전기요금을 더 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사용자는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대학 캠퍼스는 전력수요가 많으나 제대로 에너지 관리가 되지 않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동서발전은 에너지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대학 캠퍼스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서발전은 인공지능·클라우드·빅데이터·사물인터넷 첨단 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 체계적인 에너지 관리가 되도록 했고, 그동안 모호했던 에너지 효율화에 따른 성과를 계량화함으로써 에너지 효율화 사업도 새로운 에너지 신산업, 이른바 별도의 지원 없이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에너지 효율화 사업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여주고 그 성과를 계량화함으로써 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경제성을 보여준 것인데 그동안 정부가 하지 못했던 역할을 발전공기업인 동서발전이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동서발전이 추진한 캠퍼스 에너지 효율화 사업은 동의·대진·동서·동서울·호서대 6곳 캠퍼스에서 추진됐다.

동서발전은 에너지 효율화 사업과 관련 에너지 진단·설계·구축·운영 등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에너지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른바 캠퍼스 내 냉·난방과 전열, 조명 등이 집중되는 곳에 스마트 장치를 설치해 에너지 사용을 지능화한 것이다. 그 결과 사용자는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가장 먼저 추진했던 동의대 캠퍼스 사업을 살펴보면 동서발전은 동의대 캠퍼스 내 24개 건물에 1만9000개에 달하는 스마트 에너지 장치를 설치했고, 클라우드 플랫폼과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된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개별 장치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가 실시간 분석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했다.

특히 동서발전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화 사업 관련해서 모호했던 성과를 계량화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에너지 절감 성과 측정(Measurement & Verification) 알고리즘은 에너지 절감량 산정 등 성과 측정과 검증 절차를 통해 에너지 절감에 대한 객관적인 성과를 입증하는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을 통해 비즈니스모델의 조건 중 하나인 수익성이 나온 것이다.

동서발전이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비즈니스모델로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 지원사업에 머물렀던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객관적인 수익성이 나오면서 비즈니스모델로 사업화가 가능한 길이 열린 셈이다.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시범운영으로 동의대는 월평균 20% 이상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효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동의대는 앞으로 10년간 38GWh에 달하는 전력사용량을 줄여 40억 원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동서발전은 동의대 캠퍼스를 시작으로 현재 대진·동서·동서울대 캠퍼스를 비롯해 호서대 천안·아산캠퍼스 등 모두 6곳에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추진한 결과 전력사용량 7~20% 이상을 줄여 연간 9.1GWh에 달하는 전력사용량을 줄여 11억2000만 원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줄이고 있다.

또 동서발전은 2024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연세대 신촌·미래캠퍼스 85개 건물을 대상으로 국내 최대규모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연세대는 매년 전기요금 13%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캠퍼스 에너지 효율화 사업은 정해진 구역 내 마이크로 그리드 형태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사업이어서 최소한 캠퍼스보다 작은 규모의 건물에 적용이 가능한 사업인 셈이다.

실제로 동서발전 측은 이 실적을 바탕으로 노후화된 건물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서발전이 추진한 동서대 에너지 효율화 사업 준공식.
동서발전이 추진한 동서대 에너지 효율화 사업 준공식.


에너지 다소비기업 ESS MSP 사업 추진
안정적인 계통 운영과 전기료 인하 유도

캠퍼스 에너지 효율화 사업과 함께 동서발전이 에너지 효율화 사업 중 눈에 띄는 사업 중 하나는 에너지 다소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ESS MSP(Management Service Provider) 사업이다.

이 사업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한 뒤 ESS 충·방전 알고리즘을 도출하고 실제 운영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강점을 갖추고 있다.

동서발전은 본사에 종합 에너지 관제센터(MSP Center)를 거점으로 전주기 운영관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고 2017년 국내 최초로 사업모델을 개발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이 사업과 관련해서 동서발전은 KG동부제철 당진공장과 LG전자 창원스마트파크에 국내 최대규모 ESS를 구축하고 ESS MSP를 적용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전기수요가 낮아 전기요금이 저렴한 심야시간대에 ESS를 충전한 뒤 주간 최대부하 시간대에 ESS를 방전함으로써 전력망 피크부하를 줄이는 등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급전을 하는 우리 전력시장에서 수요를 낮춘다는 것은 전기요금 인하 요인으로 이어지게 된다. 안정적인 계통 운영과 함께 전기요금 인하 요인이란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30일 동서발전이 KG동부제철 당진공장에 전력피크 저감용 ESS 설치를 완료하고 준공식을 가졌다.
30일 동서발전이 KG동부제철 당진공장에 전력피크 저감용 ESS 설치를 완료하고 준공식을 가졌다.

 

산업단지 에너지사용량 11% 절감
中企 에너지 효율 향상 적극 지원

동서발전은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한 에너지 효율화 사업으로 에너지 사용량 11% 절감이란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동서발전은 성서산업단지(대구 달서구 소재)에 입주한 71개 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 인프라를 보급하고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연계한 스마트 에너지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바 있다.

스마트 에너지플랫폼은 산업단지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기반으로 공장과 산업·생활 인프라, 분산형 전원 등의 에너지 수요·공급자원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산업단지 에너지 효율화와 자급화를 도모하는 온·오프라인 시스템이다.

이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은 11%에 달하는 에너지 효율 향상과 에너지비용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동서발전은 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2월 동서발전은 에너지공단·에너지경제연구원·상공회의소 등과 울산지역 주도 밸류체인 구축 공동 협약을 체결하고 지역사회 에너지 관련 기업·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 선도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공동체를 구축한 바 있고, 울산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 진단부터 에너지 효율화 사업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김영문 사장은 “저소비·고효율 산업구조로 나아가는데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국내 주력산업 동력이자 산업경쟁력 근간인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해 우리나라가 에너지 효율 혁신 국가로 자리매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발전 에너지 효율화 사업 안내책자.
동서발전 에너지 효율화 사업 안내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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