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발전시장 소형 외면?…입찰결과 1MW 이하 ‘0건’
수소발전시장 소형 외면?…입찰결과 1MW 이하 ‘0건’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8.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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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MW 1곳과 19.8MW 2곳 등 3곳이 입찰 물량 89% 점유
규모의 경제에 밀린 소형 연료전지 비가격 평가에서도 밀려
연료전지 보급 추이 고려할때 입찰물량 턱없이 부족도 지적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전경.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전경.

【에너지타임즈】 미래 발전원으로 손꼽히는 수소발전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수소발전 입찰 시장을 개설하고 첫 번째 입찰을 진행한 결과 소형 수소연료전지가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결과 1MW 이하 사업자는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사업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수소발전시장이 대형 발전소 위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그래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소형 수소연료전지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발표된 일반 수소발전 경쟁입찰을 진행한 결과 43개 사업자가 3878GWh(발전설비용량 518MW) 규모 73개 발전소로 입찰에 참여했다. 경쟁률은 5.97대 1로 집계됐다. 입찰결과 5개 발전소 715GWh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산업부 측은 이번 입찰결과 발전단가 인하 효과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과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와 비교할 때 낙찰된 평균 입찰가격이 10% 정도 낮아졌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평균 발전단가 10% 인하 등의 자평과 함께 경쟁률이 5.97대 1을 기록하는 등 흥행했지만 소형 발전소가 시장에 진입하기엔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로 손꼽히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 발언을 종합해보면 이번에 선정된 발전소는 발전설비용량 39.6MW급 1곳, 19.8MW급 2곳 등 중대형 중심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입찰 물량에서 3곳 발전소가 점유한 비중이 8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에 이번 입찰에서 1MW 이하 사업자 30여곳이 참여했으나 시장에 진출한 사업자는 없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수소발전시장이 대형 발전소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대‧중‧소형 사업자 골고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만들었으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 이번 입찰결과에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입찰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크게 가격 평가는 60점, 비가격 평가가 40점이다.

가격 평가는 생산 규모 확대에 따른 생산비 절약과 수익 향상이란 규모의 경제로 대형 발전소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 대형 발전소는 부산물인 폐열을 판매할 기회가 소형 발전소보다 상대적으로 많아 입찰가격을 낮춰 입찰할 여력이 있다. 실제로 이번에 선정된 발전소 5곳 중 3곳이 폐열을 판매하는 발전소였다.

소형 발전소가 대형 발전소와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은 비가격 평가다. 일반적으로 비가격 평가(40점)는 사업 특성을 평가하는 ‘일반평가(40점 중 20점)’와 발전설비가 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계통평가(40점 중 20점)’로 구성됐다.

계통평가 항목(전체 50점)은 ▲유연성 자원(5점) ▲분산전원 특성(20점) ▲계통 수용성(25점) 등이다. 수소연료전지가 출력조절이 가능하고 원전 등 대형 발전소 대비 규모가 적어 유연성 자원과 계통 수용성 항목에는 큰 변별력이 없을 것으로 보여지지만 가장 큰 변별력은 분산전원 특성 항목이다.

분산전원 특성 항목은 소형 발전소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항목이다. 모두 20점이 부여되는데 발전설비용량 40MW를 초과하면 0점을 받게 된다. 현행법상 분산전원이 아니어서 그렇다.

그리고 발전설비용량 40MW 이하 발전소는 전압별로 점수가 부여됐고, 154kV 송전선로를 이용하는 발전소는 4점, 22.9kV 배전선로(전용선로)는 6점, 22.9kV 배전선로(공용선로)는 10점, 380V 배전선로는 20점을 각각 받았다.

1MW 이하 발전소는 모두 20점 만점을 받았음에도 이번 입찰에서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목이 겉으로 보기엔 크게 변별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 입찰에선 변별력이 없었음이 이번 입찰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발전설비용량 기준) 1MW나 5MW 등으로 분산전원 범위를 세분화하는 등의 정비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그는 “폐열을 활용하는 사업자는 가격 평가에서 발전단가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비가격 평가에서 폐열을 활용함에 따른 점수를 받는 것은 이중 혜택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수소연료전지 가동 후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하는 대형 발전소는 발전단가 인하 여력을 갖고 있고, 비가격 평가에서도 이 같은 이유로 점수를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소형 발전소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어 폐열 활용이 여의치 않아 그렇다.

비가격 평가 중 일반평가 항목을 살펴보면 ‘환경 기여도’ 내 ‘에너지 효율성’이란 항목이 있다. 50점 중 3점에 불과하나 전기 이외에 생산되는 에너지 활용 계획을 평가해 활용도가 5% 미만이면 0점, 5% 이상 10% 미만이면 1점, 10% 이상 15% 미만이면 2점, 15% 이상이면 3점이 부여된다. 소형 발전소는 이 항목에서 점수를 부여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전지업계는 소형 발전소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입찰 물량이 적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경쟁률 5.97대 1을 기록한 흥행은 대형 발전소보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소형 발전소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수소연료전지 규모는 880MW에 달하는 가운데 연간 200MW 수준의 입찰 물량은 수소연료전지 보급 추이로 볼 때 부족하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입찰 물량이 400MW 수준을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교체가 되긴 했지만 2018년 마련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4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생산 물량을 내수 8GW와 수출 7GW 등 15GW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가 설정돼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입찰 물량이 늘어나야 하고, 그래야만 소형 발전소도 시장 진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발전시장은 사업자가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여건”이라고 언급하면서 “처음으로 진행된 입찰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규모가 작은 사업자에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것이 이번 입찰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수소나 암모니아 등 수소화합물을 연료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공급하는 수소발전 입찰제도를 올해 도입한 바 있다.

이 제도는 구매자인 한전 등이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에 의거 산업부 고시 수소발전 물량을 구매하는 것으로 공급자인 수소발전 사업자는 구매량에 대한 경쟁입찰을 통해 20년간 구매자에게 공급하게 된다.

수소연료전지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통해 사업을 추진했으나 태양광‧풍력발전 등과 달리 연료비가 소요되고 다양한 수소발전이 진입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정부는 수소발전시장을 개설하기로 한 바 있다.

수소발전시장은 일반 수소발전시장과 청정 수소발전시장으로 나눠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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