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운전원 노예계약 파괴할 '입찰' 만만찮아
석탄 운전원 노예계약 파괴할 '입찰' 만만찮아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8.0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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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설계해야 하나 연료 달라 마땅한 벤치마킹 모델 없어
신규 사업장 아니라 가동 중 발전소여서 바로 인력 투입해야
최철순 위원장 이번엔 인정사정 보지 않고 운전원 철수 엄포
정상화 먼저 지적…수의계약 등 정책적 측면 접근 대안 제시

<연재> 남부발전 삼척빛드림본부 옥내저탄장

화재 위험성↑…석탄 운전원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

조만간 나올 입찰 관심 집중

남부발전 로고.
남부발전 로고.

【에너지타임즈】 한전산업개발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사업에 대한 입찰이 불가피하게 발주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석탄취급설비 운전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입찰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발전업계에선 지난 5월에 발생했던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화재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남부발전 측은 아무런 설명 없이 ‘위의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통상 기존 사업자가 철수하면 발주자는 입찰을 내서 사업자를 선정하면 되지만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의 경우 다른 속내가 있다.

현장 관계자 발언을 종합해보면 가장 첫 번째로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이 다른 발전소와 다른 점은 연료로 저열량탄을 전량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을 설계할 때 기준이 되는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저열량탄을 전량으로 사용하는 발전소가 없어 그렇다. 연료가 달라 기존 발전소 설계를 벤치마킹하는 것에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부발전이 삼성중공업과 건설‧운전‧정비를 턴키방식으로 계약하지 않았다면 입찰할 때마다 변화한 환경이나 유독 화재가 많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을 설계에 반영하며 현실화할 수 있었겠지만 남부발전은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완전히 새롭게 설계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정책으로 2017년부터 신규 사업을 제외하고 석탄발전 석탄취급설비 운전 입찰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고민이 되는 지점으로 손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마도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을 설계하는 것에) 큰 부담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 설계가 만들어져 입찰이 진행되더라도 남부발전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변수는 삼척화력 1‧2호기가 가동 중인 발전소여서 그렇다.

최철순 한전산업개발노조 위원장은 “(한전산업개발이) 수주를 하지 못하면 인수인계가 끝남과 동시에 현장에 있는 인력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새롭게 건설된 발전소의 경우 시운전을 거쳐 본격적인 사업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자는 운전원 투입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면 된다. 반면에 가동 중인 발전소 사업을 수주한 사업자는 필요한 인력을 한꺼번에 투입해야 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물론 사업자 변경으로 잔류하는 운전원이 있더라도 새로운 사업자는 일정 부문의 운전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부발전이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 입찰을 설계해서 발주할 경우 현재 업무를 하는 한전산업개발이 수주한다면 인력 확보 측면에서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다른 기업이 수주했을 땐 새로운 사업자는 현재 기준으로 100명 남짓한 운전원을 확보해서 곧바로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현재 근무 중인 운전원이 얼마나 한전산업개발을 떠나느냐다.

최 위원장은 영동화력 사례를 예로 들면서 한전산업개발에서 다른 사업자로 바뀌면서 대부분 직원이 한전산업개발에 잔류했고, 당시엔 발전소가 가동될 정도로 충분한 인수인계를 해줬으나 이번만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석탄발전 폐지가 계획되면서 석탄취급설비 운전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비와 달리 운전은 고용 승계 조건도 없고, 계약 기간도 짧다. 이런 가운데 운전시장 70% 이상을 점유한 한전산업개발을 떠나는 것은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과거보다 한전산업개발 석탄 운전원이 자리를 옮겨갈 이유가 더 줄어든 환경에 놓인 것으로 분석되는 지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전산업개발 관계자는 한전산업개발이 사업을 수주하지 못했을 때 삼척화력 1‧2호기 석탄 운전원은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한전산업개발 직원이 3000명 남짓인데 이중 석탄 운전원이 2000명이 넘는다면서 현재 자사에서 강원도에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인근 지역에 인력을 재배치하면 석탄 운전원을 모두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등 인력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남부발전이 섣불리 입찰을 내서 한전산업개발이 수주한다면 한숨을 놓겠지만 다른 사업자가 수주한다면 이런 부담을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자가 정상적으로 석탄 운전원을 확보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았을 땐 남부발전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입찰 결과를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에 모 발전소에서 1순위 사업자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당시 운영 중이던 2순위 사업자가 최종적으로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 입찰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현장 근로자를 중심으로 입찰이 진행돼 한전산업개발이든 새로운 사업자든 간에 사업자가 선정되더라도 현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현장 관계자는 “장기적인 운전원 부족으로 현장이 정상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입찰도 중요하나 현장 정상화가 먼저”라고 말했다. 또 “입찰이란 제도적 측면보다 현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수의계약인 정책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최철순 한전산업개발노조 위원장은 “삼척화력은 자주 갈 수밖에 없는 사업장이라서 삼척화력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화재가 발생하면 운전원이 직접 화재를 진압해야 하고, 화재에 취약해서 다른 사업장보다 업무 강도가 높은 반면에 운전원 적다. 그럼에도 사측은 적자 사업장이라서 충분한 지원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삼척화력 운전원만 생각하면 직원들을 사지로 내몬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덧붙였다.

<※ 조만간 비하인드 스토리를 포함해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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