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특별법 공염불 ‘노심초사’…골든타임 임박
고준위 특별법 공염불 ‘노심초사’…골든타임 임박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7.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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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원전과 탈원전 여야 이념논쟁 갇혀 국회 상임위 문턱 못 넘어
앞으로의 국회 일정 고려할 때 내달 넘기면 자동폐기 배제 못해
원전업계과 지역사회 전전긍긍…건식저장시설 건설에 발목 관측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에너지타임즈】 고준위 특별법 내달까지 국회 상임위를 넘지 못하면 앞으로 국회 일정을 고려할 때 그동안의 노력이 공염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거쳐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현재 발의된 고준위 특별법이 자동 폐기되기 때문에 그렇다.

현재까지 여야가 발의한 법안은 모두 3개다. 여야 쟁점은 10개에서 3개로 줄어든 상황이지만 친원전과 반원전이란 이념적 쟁점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래서 국회 상임위를 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9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이인선‧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2022년 8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부지선정 절차‧운영과 유치지역 지원체계, 독립적 행정위원회 설치,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설치절차 등의 기준을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고준위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에 발목이 잡혀 있는 가운데 원전업계와 원전 소재 지역주민 등을 중심으로 이 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고준위 특별법을 발의한 이인선‧김영식 의원은 원자력 관련 5개 학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가 고준위 방폐물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달 원전 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울진‧경주‧울주‧기장‧영광)도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소재 지역주민은 오랫동안 사용후핵연료 위험을 떠안고 있는 이해당사자로 고준위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선출직인 원전 소재 지자체장이 고준위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한 것은 지역주민이 그만큼 고준위 특별법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이들이 원전 소재 지역주민을 대표해서 고준위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을 건설할 수 있는 토대가 고준위 특별법이기 때문에 그렇다. 고준위 특별법은 앞으로 60년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하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건설을 위한 첫 단추인 것이다.

단기적인 측면에서의 또 다른 이유는 원전 내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다. 이번에 발의된 고준위 특별법에 임시 건식저장시설과 관련된 정의를 비롯해 이 시설을 건설할 때 주민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는 내용과 함께 지역지원에 대한 기준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 내 임시 습식저장시설은 20년 사용한 사용후핵연료를 기준으로 건설돼 있고, 조밀 작업을 하더라도 30년보다 조금 넘게 저장할 수 있다. 20년이 넘은 사용후핵연료는 냉각이 필요 없어 건식저장이 가능해서 그렇다. 임시 습식저장시설 저장 용량을 늘리는 방법은 사용후핵연료 간격을 줄이는 조밀 작업을 통해 최대 35년까지 늘릴 수 있다.

조밀 작업을 반영한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을 살펴보면 한빛원전 2030년,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2032년, 월성원전 2037년, 신월성원전 2042년, 새울원전 2066년 등이다.

한빛‧한울‧고리원전 포화 시점이 고려할 때 당장 사용후핵연료 임시 건식저장시설 건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에 고준위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당장 임시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추진해야 하는 사업자인 한수원도 그렇고, 지역주민도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임시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이를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이 불가피해서 그렇다.

이 같은 상황이 우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준위 특별법은 국회 상임위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다.

고준위 특별법이 8월까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그동안의 노력은 공염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국회 일정을 고려할 때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국회 일정을 살펴보면 오는 9월과 10월에는 국정감사 때문에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연말엔 고준위 특별법이 현안에 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내년엔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전환된다.

앞으로 빡빡한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현재 발의된 고준위 특별법은 21대 국회 해산과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원전 내 임시 건식저장시설 건설은 불필요한 갈등 속에 진행될 수밖에 없다.

고준위 특별법 필요성은 여야가 모두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야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고준위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쟁점은 모두 3개다. 10개 쟁점이었던 것이 3개 쟁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행정위원회를 어떤 형태로 둘 것인가다. 야당은 정부 조직으로 두는 것을 주장하는 한편 정부와 여당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두 번째는 고준위 특별법에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일정 명시 여부다. 여당은 구체적인 일정을 명시해야만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또 다른 압박이 될 수 있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다만 앞선 2개 쟁점은 조율이 가능한 쟁점으로 관측되지만 가장 극명하게 부딪히는 쟁점은 저장 대상이다.

야당은 원전 설계수명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만 저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계속 운전으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지 못하게 하자는 내용을 고준위 특별법에 명시하자는 것이다. 반면 여당은 계속 운전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까지 저장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쟁점은 결국 친원전과 반원전을 중심으로 하는 여야 이념적 논쟁인 것이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의 계속 운전 정책을 펴는 만큼 설계수명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도록 한다면 계속 운전의 명분을 주는 것으로 보는 눈치다.

여당도 고준위 특별법에 저장 대상을 계속 운전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면 계속 운전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눈치다.

원전업계나 원전 소재 지역주민과 달리 고준위 특별법을 두고 정치권은 친원전이냐와 탈원전이냐는 이념논쟁에 빠진 것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탈원전과 친원전은 선택의 문제지만 고준위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정치권이 이를 구분하지 않고 고준위 특별법에 접근했기 때문에 이념논쟁으로 불거진 측면이 있다”면서 “탈원전과 친원전을 떠나 고준위 특별법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도 문제지만 당장 원전 내 임시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해야 하는데 사업자인 한수원과 지역주민 간 불필요한 갈등이 벌써부터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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