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발전 상생협력정책…2% 부족한 낙수효과 못내 아쉬워
중부발전 상생협력정책…2% 부족한 낙수효과 못내 아쉬워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8.07.1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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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화력과 신서천화력 간 운행한 운반선 2척 발주
해운·조선업계 돕겠다며 선박 국내 건조 조건 달아
조선사 일부설비에 대해 국산 대신 외산 설치 결정
국내 유일한 기업 도산위기…기술상실 위기감 도래
중부발전 본사(충남 보령시 소재) 전경.
중부발전 본사(충남 보령시 소재) 전경.

【에너지타임즈】 중부발전이 발전연료인 석탄을 운송할 석탄운반선 발주과정에서 위기에 놓인 해운업계와 조선업계를 돕자는 취지에서 국내서 선박을 건조하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이 선박을 건조하게 될 조선사가 선박건조과정에서 필요한 일부 설비를 국산 대신 외산을 사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결정하면서 중부발전 상생협력이 당초 취지와 달리 제대로 된 낙수효과를 내지 못해 아쉬움이 뒤따르고 있다.

최근 한국중부발전(주)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부발전은 현재 건설 중인 신서천화력 1·2호기(발전설비용량 1000MW×2기) 발전연료인 유연탄을 보령화력 부두에서 신서천화력으로 운반할 2만 톤급 석탄운반선 2척을 운영할 선사로 대한상선(주)을 선정했다. 다만 위축된 해운업계와 조선업계를 돕는다는 상생협력 일환으로 선박을 국내서 건조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선주인 대한상선은 이 선박을 건조할 조선소로 국내 조선회사인 대선조선을 선정했고, 그 결과 중부발전 상생협력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대선조선이 이 선박건조과정에 필요한 일부 설비를 국산 대신 외산으로 사용키로 방향을 정하면서 아쉬움이 더해지고 있다.

문제가 된 설비는 선박건조비용 중 12%가량 차지하는 석탄자동하역시스템. 대형석탄운반선은 별도로 석탄하역설비가 부두에 설치돼 있는 탓에 선박 내 별도 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으나 중부발전이 이번에 발주한 이 선박은 신서천화력 내 별도의 석탄하역설비를 갖추지 않아 이 설비를 탑재해야 한다.

해당업계에 따르면 이 설비를 당장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국내 기업인 유틸테크와 캐나다기업인 EMS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대선조선은 이 설비를 공급할 기업으로 캐나다 EMS를 선택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확인결과 대선조선은 재무상황, 납품실적 등을 근거로 캐나다 기업을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틸테크는 최근까지 법정관리를 받았고 이 설비납품실적도 최근 남동발전에서 여수화력에 도입한 선박에 납품하는 실적하고 해외에 선박 5척을 납품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유틸테크가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는 캐나다 기업으로부터 재정적으로나 납품실적에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된 것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렵다는 것.

계약관계는 중부발전-대한상선, 대한상선-대선조선, 대선조선-협력회사 등으로 얽혀있어 중부발전이 참여하지 않은 계약에 직접 개입할 명분이 없다. 게다가 중부발전이 개입할 경우 또 다른 청탁 등으로 얽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한상선도 발전회사에서 발주한 선박운영을 처음으로 수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박운영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추후에 있을 또 다른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탓에 대선조선에 안정적인 선박운영이 가능하도록 선박을 건조해 달라는 조건을 달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선조선도 앞으로 대한상선과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발주자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중부발전이 상생협력 일환으로 추진한 이 계약은 얽히고설킨 계약관계에서 오는 아쉬움으로 요약되고 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중부발전이 현실적으로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뒤 “이 같은 일이 없었다면 중부발전은 당초 취지대로 침체된 해운업계와 조선업계를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이와 함께 정부에서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이어지는 상생협력을 할 수 있었겠지만 아쉬운 남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제기한 유틸테크 측도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인지하면서도 못내 아쉬움을 표시했다.

노형국 유틸테크 대표이사는 “이 계약을 놓치면 유틸테크가 도산될 뿐만 아니라 어렵게 명맥을 유지한 유일한 국내 기술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이윤을 포기하고 공급단가를 최종적으로 20%나 낮춰 제시하고 준비했다”면서 절박함과 아쉬움을 표시했다.

다만 노 대표이사는 “중부발전이 나설 수 없고, 대한상선이나 대선조선이 캐나다 기업을 선정하는 것은 자율적인 것이지만 당초 중부발전이 가이드라인으로 선적비용 90%이상이나 주요기자재 80%이상 국내산 사용을 제시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박건조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희망은 있다”면서 “수주를 캐나다 기업이 하더라도 제작을 국내서 한다면 중부발전이 당초 기대했던 상생협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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