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시대…아직 과로사회 갇힌 가스공사·석유공사
주 52시간 근무시대…아직 과로사회 갇힌 가스공사·석유공사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8.07.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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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평가 저조로 자율정원제 대상기관서 제외
가스공사 253명 정원 요청에 109명 최종 배정
석유공사 인력구조조정 등으로 요청조차 못해
그래픽 = 뉴시스
그래픽 = 뉴시스

【에너지타임즈】 주 52시간 근무시대가 열렸지만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는 좀처럼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율정원제가 도입됐으나 대상기관에서 빠져 정원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게다가 가스공사는 기획재정부에 필요한 정원을 요청했으나 절반가량만 배정받았고, 석유공사는 인력구조조정을 이유로 필요한 정원을 요청조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는 법에서 정한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어기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개정한데 이어 지난 1일부로 시행됐다. 300인 이상 기업이 적용대상이며, 이들은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연장근로를 포함하더라도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을 넘으면 안 된다.

다만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해 노동시간위반이 적발되는 사업장과 사업주에 최장 6개월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주재한 비서관·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와 관련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의미를 부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공기업 중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는 정부에서 정한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내 교대근무자 근무시간이 법으로 정한 주 52시간을 넘길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현재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내 교대근무형태는 4조3교대다. 4조3교대로 근무하는 교대근무자들은 주 52시간을 맞출 수 있으나 휴가와 교육 등이 더해질 경우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법에서 정한 주 52시간 근무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5조3교대로 교대근무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원이 늘어나야 한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에 대비해 필요한 인력을 주무부처와 협의만으로도 정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자율정원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기획재정부 협의 없이 주무부처와 협의만으로 정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대상은 4급 이하 실무인력이다. 그 동안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정원을 조정해왔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는 주 52시간 근무에 필요한 정원을 조정할 수 있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2016년 경영평가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았다는 이유에서 대상기관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먼저 가스공사는 자율정원제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대안으로 기획재정부에 253명의 정원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고, 기획재정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09명의 정원을 늘려주는 것으로 확정했다.

노조 측은 당초 일자리창출정책 등을 감안할 때 기획재정부에서 정원을 늘려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자 반발에 나섰다.

박희병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지부장은 지난 25일 기획재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수용가능한 근거가 없는 숫자로 현장안전을 무시한 탁상행정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고, 전임정부에서 보여 온 효율성에만 치중하는 적폐정책의 관성이 이어지는 것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설비무인화에 대한 안전성 진단과 면밀한 검토 없이 사고발생위험이 여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비용절감만을 위해 설비를 우선 무인화하라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 준수를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희망만을 강요하는 것으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란 정책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서 가스공사에 충분한 정원을 늘려주지 않자 사측은 궁여지책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무인화를 추진하자는 대책을 내놓고 있으며, 노조 측은 안전문제로 맞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 심각한 곳은 석유공사. 석유공사는 기획재정부에 정원을 요청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병수 한국석유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력구조조정 중인 탓에 기획재정부에 정원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뒤 “이대로라면 법에서 정한 주 52시간 근무시간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측과 제대로 된 협의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뒤 “석유공사 내 교대근무자 대부분은 석유비축기지에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축사업과 자원개발이 사실상 무관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에 정원을 요청을 하지 못하는 것은 씁쓸한 현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로 석유공사는 정부의 비축사업을 하면서도 정부로부터 관련 예산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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