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값싼 천연가스 시대의 종말?”
[창간특집]“값싼 천연가스 시대의 종말?”
  • 송승온 기자
  • ssr7@energytimes.kr
  • 승인 2009.04.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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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주도… GEFC(가스수출국포럼) 공식 출범
對우크라이나 가스 공급 중단… 자원 무기화 우려

지난해 12월 출범한 GEFC(가스수출국포럼) 공식 출범식 기조연설에서 러시아 푸틴 총리는 싼 값에 공급되는 천연가스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스수출국포럼이 공식 출범하면서 국제 가스시장에서는 카르텔 등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올해 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국가들이 가스 부족의 고통을 경험했다. 환경 오염이 적고 석유에 비해 부존량이 풍부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천연가스의 공급 불안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국제 가스시장을 진단해보고 우리나라는 이에 대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살펴본다.


GEFC(가스수출국포럼) 출범… 자원 카르텔 되나

천연가스 수출국들이 OPEC(석유수출국기구)를 본뜬 이른바 ‘가스OPEC’를 공식 발족하고 값싼 천연가스 시대의 종말을 경고 하고 나섰다.

러시아 푸틴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가스전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스전은 접근성이 떨어져 개발과 운송에 큰 비용이 들 것이다. 이는 현재 경제위기에도 싼 값에 공급되는 천연가스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3일에 공식 출범한 가스수출국포럼은 10대 가스 생산국에 속한 6개국을 포함한 15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카타르 도하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전세계 가스매장량의 73%, 생산량의 42%를 차지하는 막강한 단체로 회원국들은 수요를 초과하는 가스 공급의 금지와 미래의 공동 가스개발·투자 등을 골자로 한 헌장을 채택했다.

러시아 등 가스수출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는 서방국가들은 가스 OPEC가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될뿐 아니라 시장을 왜곡하고 가격조작 등 집단 이기주의를 낳을수 있다며 이 기구의 출범에 반대하고 있다.

OPEC가 향후 국제 가스 시장에서 OPEC과 같은 자원 카르텔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광우 선임 연구원은 “가스수출국포럼은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제거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지만 러시아가 이번 포럼의 공식 출범을 적극 주도했으며 가스를 수출하지 않는 베네수엘라가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는 등 포럼이 카르텔로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가스수출국포럼의 출범에는 가스 가격의 하락세 전환 등 최근 시장 상황과 국제 가스 시장의 글로벌화 진전 등 근본적인 시장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 현재 가스 수출국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유가와 연동되는 천연가스의 가격 역시 하향세를 보임에 따라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출범한 OPEC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데 10년 이상이 소요됐음을 감안해 보면 가스수출국 포럼 역시 카르텔의 영향력을 발휘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게 중론이다.

이 연구원은 “가스수출국포럼이 카르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회원국간 결속력 강화,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스윙 공급자 선정 등 내부적인 체계 정립과 원유 및 석탄 등 대체 상품을 능가할 가스의 경제적 활용도 제고 등 외부적 시장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며 “이러한 변화들은 장기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 가스분쟁… 가스 자원의 무기화 우려

올해 초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천연가스공급 중단 사태는 가스공급가격과 통과료 결정, 가스대금 체납문제로 촉발돼 유럽에 약 2주간 가스공급이 중단되는 결과를 낳았다.

유럽은 이번 가스분쟁으로 러시아산 가스의존도가 높은 동․중부 유럽 국가들에 대한 가스공급이 중단돼 심각한 가스부족 사태를 겪은 것이다.

양국은 가스채무, 공급가격, 통관료, 수송 인프라의 통제권을 놓고 1990년대 초반부터 갈등을 빚어왔으며 지난 1993년, 1994년, 2006년에도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일시 중지한 사례도 있다.

이와같은 가스 대란은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불신이 심화되고 우크라이나 경제의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 이외에 동구권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주진홍 세계지역연구센터 유럽팀 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지난 2006년 가스분쟁과 함께 가스공급자로서의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켰으며 EU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적극적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는 동력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주 연구원은 “실제로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나부코 가스관 건설은 EU 차원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사업추진이 부진했으나 이번 사태로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가스공급이 중지된 1차적인 원인을 경제적 요인으로 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공급통제와 보조금 삭감으로 수입국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지역 위상을 강화하려는 러시아의 에너지 정책이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광우 선임연구원은 “공급자와 중계자 간의 마찰은 공급 불안을 발생시키면서 당사자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수출 감소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가스공급방식에서 액화천연가스 보다 파이프라인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 공급 중단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국영기업을 통해 가스의 생산, 운송, 수출 등에서 통제권을 가지는 공급국이 지역 패권을 추구하게 되면 가스의 무기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 가스 분쟁으로 유럽국가 사이에서 나부코 등 대체 공급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중앙아 지역의 가스 판매처가 다변화돼 동 지역의 러시아 의존도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식경제부 가스산업과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스 공급 안보의 중요성이 중대되는 한편 국제 가스 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러한 분쟁은 매년 재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분쟁 양상이 심각해짐에 따라 가스 공급 안보에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수입선 다변화 등 노력 필요

이와 같이 천연가스를 보유한 국가들이 경제적 이익 극대화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가스 자원을 이용하는 등 가스는 전략적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결과 파이프라인의 특성을 이용한 가스 무기화가 확대․심화되고 있으며 비교적 높은 안정성을 보이던 액화천연가스 교역에서도 공급국간 결속을 통한 경제적 정치적 이익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86년 인도네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도입하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석유나 석탄보다 천연가스의 사용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천연가스 수입 세계 8위, 액화천연가스 수입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천연가스의 자주 개발율이 4.5%(2006년 기준)에 그치고 있고 카타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가스수출국포럼 회원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72.5%(2007년 기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국내외 가스전 개발 활성화, 수입선 다변화, 천연가스 비축고 확충 등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분쟁 사태에 비춰볼때 우리나라도 2015년 이후 러시아로부터 북한을 통과해 30년간 연 100억m³의 PNG를 수입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북한 통과문제에 대한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진홍 연구원은 “북한이 자국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북한-우리나라로 이어지는 PNG 수송관을 이용해 가스도용을 시도하거나, 러시아와의 분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PNG가 유럽가스시장에서 8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공급을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유럽이 수입선 다변화, LNG 설비 증설 등으로 가스공급을 안정화하려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량 LNG수입을 통해 가스를 공급받고 있어 러시아로부터의 PNG공급이 오히려 수입선 다변화에 해당한다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PNG 수입은 가스수급 안정과 수입선 다변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동고하저의 국내가스 수요특성으로 발생하는 여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LNG 수입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정책적 효과를 가지고 있다.

주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가스수요 특성을 감안해 동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러시아․북한 간 가스분쟁 사태에 대비한 정책적 대응책(가스비축, 기존 LNG 수입선 유지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 이광우 연구원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 사업에 있어서 공급자인 러시아와 중계자인 북한으로부터 안정적인 파이프라인 공급계약을 확실히 보장받아야 할 것”이라며 “불확실할 경우 액화천연가스 방식과 병행하는 방법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더라도 유사시 액화천연가스 방식의 도입 비중을 늘림으로써 공급을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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