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못 찾는 7차 전력수급계획…예고된 사태?
갈길 못 찾는 7차 전력수급계획…예고된 사태?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05.0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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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 발목 잡혀 발전설비 논의조차 못해
잇따르는 대형전원 상업운전…전체 15%수준
전력공급과잉상태…발전설비 반영 명분 상실

【에너지타임즈】이미 반년 전 수립·발표됐어야 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요예측의 늪에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신규발전설비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예고된 사태란 주장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예측됐던 수요예측과 함께 대형발전전원의 잇따른 상업운전으로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는 전력예비율이 동시에 악재로 겹쳐지면서 신규발전설비 반영을 위한 명분이 상대적으로 희석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력당국은 신규발전설비 반영을 위한 명분 등이 될 수요예측단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반영된 전원이 준공되면 더 이상 짓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해졌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중장기 수요전망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발전계획 관련 결정된 것이 없다고 30일 해명했다.

산업부 측은 전력수급기본계획 절차상 원전·석탄발전·가스발전 등의 신규발전계획은 중장기 수요전망이 확정된 후 논의되고 수립될 사항이라면서 신규발전계획에 대한 물량·입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 수요예측단계에 발이 묶여 있음을 시사했다.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산업부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신규발전계획 관련 적정전력예비율과 전원믹스 등을 감안해 6월 중 관련 소위원회 논의를 거쳐 수립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이날 김제남 의원은 “중요한 전력수요전망과 발전설비계획은 전혀 언급이 없다”면서 질타했고, 이에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전력)수요 전망이 늦어지고 있고 원전문제와 6차 계획 때 반영된 일부 발전설비의 사업진행여부가 아직 검토 중이어서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6월 말까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마무리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은 윤 장관이 약속했던 6월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수요예측도 문제지만 9.15 순환정전을 계기로 건설된 발전소들이 잇따라 준공되면서 전력예비율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오는 2020년 전력예비율이 30%에 달하는 등 전력공급과잉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조만간 상업운전에 돌입할 대형발전전원.

석탄발전의 경우 우리나라 단위용량 최대인 100만kW급 ▲당진화력 9·10호기 ▲삼척화력 1·2호기 ▲신보령화력 1·2호기 ▲태안화력 9·10호기 등이 이미 본격적인 시운전에 들어가는 등 내년이면 모두 상업운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총 발전설비용량은 800만kW.

원전의 경우도 ▲신월성원전 1·2호기 ▲신고리원전 3·4호기 ▲신한울원전 1·2호기 등이 시운전과 상업운전을 시작할 경우 전력공급능력은 680만kW나 늘어나게 된다.

가스발전을 제외한 원전과 석탄발전만으로도 조만간 우리나라 전체 전력공급능력의 15% 수준에 해당하는 1480만kW의 전력공급능력이 늘어나게 된다. 현재 전력예비율에서 조만간 15%가 더 늘어나는 셈이다.

높아지는 전력예비율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전력수요가 늘어나거나 늘리는 것. 전력당국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력당국은 무턱대고 신규발전설비 반영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형발전전원의 경우 건설기간이 길게는 10년이 걸린다는 점과 기존에 반영된 신규발전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전6사에서 진행 중인 대형발전전원 건설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후속사업이 전무하다는 것도 걸림돌 중 하나다. 발전6사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당초 계획했던 프로젝트가 대거 제외됐기 때문에 후속사업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실제로 발전6사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발전계획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눈치다.

이미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오래전부터 예고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9.15 순환정전사태 당시 대거 반영됐던 발전설비와 당초 전망했던 수요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력예비율은 늘어났고,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이 문제는 오래 전부터 예고됐던 사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력당국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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