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기술 불모지에서 기술자립으로 결실 맺어
원전기술 불모지에서 기술자립으로 결실 맺어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09.01.02 13: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자로 자체 기술 영광원전 3·4호기 건설을 견인한 ‘한국중공업’
한국표준형원전 OPR1000에 이어 차세대 원자로 APR1400도 개발 완성

우리나라 역사에 원전이 공식적으로 발을 붙인 때는 지난 1978년.

당시 고리원전 1호기 준공을 시작으로 30년이 흐르는 동안 20기의 원전을 가동하는 원전대국으로 성장했다.

원전 도입을 위한 움직임은 일찍이 시작됐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설립되기 전인 1955년 우리나라는 미국과 원자력협력협정을 맺고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등의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선 이듬해 3월 문교부 산하 기술교육국 내 원자력과가 신설됐다.

1958년 2월, 원자력관계법의 모법인 원자력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듬해 1월 최초의 원자력 전문부처인 ‘원자력원’이 정식으로 발족했다. 이 움직임은 1962년 우리나라 최초 연구용 원자로인 TRIGA Mark-Ⅱ를 가동시키는 기반이 됐다.

우리나라가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 시점은 지난 1970년대 불어 닥친 석유파동과 같이 한다. 석유가격이 천장부지로 뛰어오르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결단을 내린다. 바로 원전. 고리원전 1호기가 이미 착공한 상태지만 월성원전 1호기 등 5기의 원전 건설계획이 바로 이 시점에 결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음은 원전 역사 속에서 바라본 원전기술자립의 본 모습을 살펴본다.



원전 기자재 국산화와 한국중공업

원전 기자재 국산화는 지난 1976년 초 정부가 공포한 ‘도입기계설비 국산화 추진요강’에서 시작됐다. 정부가 직접 관여한 이 정책은 국산화 가능 품목의 도입 억제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고리원전 3·4호기의 건설이 결정한 상황에서 원전 기자재 국산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부각됐다. 왜냐하면 산업정책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국산화가 본격화되면서 불필요한 건설공기를 단축시킬 수 있게 됐고 보수용 부품의 적기조달 등 원전 이용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난제는 원자력 수준급 기술력과 품질이 함께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1980년대 들어서 정부는 보다 강력한 발전소 국산화 추진과 수출기반 조성을 구축하기 위해 중화학 분야 통합조정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1980년 7월 28일자로 발전설비 분야는 발전기자재 발주를 포함한 엔지니어링과 건설까지 발전설비 종합제조공장인 창원공장을 갖고 있는 한국중공업(現 두산중공업)으로 일원화됐다.

당시 정부는 자금 압박을 받던 한국중공업에 한전이 출자에 참여하면서 정상화작업을 주도하게 됐고 3년 만에 한국중공업이 공기업화해 한전 주도하의 일원화로 정착됐다. 이후 한국중공업은 주기기와 대형소재 가공제작 등 종합생산형 품목을 전담해 제작하게 됐고 기타 중요 보조기기와 부품 등 전문화 품목은 전문계열업체가 각각 맡게 됐다.

원전 주기기의 하나인 원전용 증기발생기 국산화는 지난 1981년 10월 현대중공업에서 최초로 개발됐다. 그 뒤를 이어 주기기 공급업체로 선정된 한국중공업이 이어갔다. 이후 1983년 원자력발전용 소재 분야 MM과 MS 자격을 취득해 설계와 소재 국산화의 기반을 구축했다.

한국중공업이 원자로를 자체 기술로 제작하게 된 것은 영광원전 3·4호기. 지난 1991년 5월 영광원전 3호기 원자로가 국내외 기술진에 의해 무결점으로 평가받음으로써 제작 공정 100% 국산화라는 문을 활짝 열었다. 당시 한국중공업은 원전기술 분야 중 기기설계와 제작기술 분야에 대한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설계 문서와 해석전산코드를 도입하는가 하면 기술훈련과 기술자문을 통한 설계·제작기술을 습득해 나갔다.


꿈이 현실로 ‘한국표준형원전’

사업자 주도방식의 영광원전 3·4호기 건설은 국산화율 95%를 달성하게 됐고 우리나라 고유의 원전인 한국표준형 원전 건설에 도전을 던졌다.

한국표준형원전은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전으로 100만kW급 가압경수로형을 표준으로 삼아 안전성과 운영의 편의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같은 노형의 반복 건설로 경제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춰 해외 수출용으로 삼기 위한 한국의 독자적 원전이다.

지난 1983년 우리나라는 한국표준형원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당시 정부는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키 위해 원전 건설을 확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첫 한국표준형원전은 울진원전 3·4호기에 적용됐다. 이 프로젝트는 한전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술진과 국내 업체가 사업관리와 설계, 기기 제작, 시공·시운전 분야 등 원전건설의 전 분야를 책임지고 표준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기술자립이 진행 중인 일부 분야는 외국 전문 업체가 기술지원 형태로 참여했다.

이와 동시에 한전은 국제기관의 평가를 통해 안전성을 재차 확인 받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1995년 5월 29일부터 12일간 IAEA의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다국적 원자력안전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에 의해 울진원전 3·4호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평가단으로부터 국제수준의 원자력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이로써 우리나라 한국표준형원전 건설사업에 파란불이 켜지게 됐고 원전 건설은 더욱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지난 1999년 울진원전 3호기가 상업운전을 1년 간 한 결과 103.7%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발전소 운영 초기 이렇게 높은 이용률을 달성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우수한 실적이라고 한수원 관계자는 밝혔다.
당시 한국표준형원전은 특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제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울진원전 3·4호기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한국표준형원전을 건설하기 위해 영광원전 5·6호기와 울진원전 5·6호기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설비개선으로 한국표준형원전의 완성인 개선형 한국표준원전(OPR1000)을 개발하고 현재 건설중인 신고리원전 1·2호기와 신월성원전 1·2호기에 적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복제·응용기술에 이어 순수 독자기술을 확보한 우리나라는 차세대 원자로(APR1400)를 개발하고 건설 중인 신고리원전 3·4호기와 올해 착공에 들어가는 신울진원전 1·2호기에 적용된다.

APR1400은 사고 저항성과 안전설비 신뢰도를 향상시켰다. 비상사고나 이상 상태 발생 때 원자로가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유를 갖도록 설계했으며 기존의 원자로도 설계여유를 가지고 있지만 고유 안전성이나 설계 여유보다는 안전장치에 더 의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원전 산업은 기술자립이라는 큰 성과를 일궈냈고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인터뷰>

“최고의 기술이 미래를 만든다”
-두산중공업 김하방 전무-

“두산중공업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설계·기술분야의 강점을 발전시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공급해 다가오는 원자력 부흥기를 맞아 우리나라 원전산업을 한 단계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김하방 두산중공업 원자력BG 전무는 이 같이 두산중공업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어 두산중공업 원자력분야에 대해 그는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재·설계·생산·시공·시운전·서비스에 이르는 원전 기자재 공급 분야를 일괄 생산과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무는 원자로(Reactor Vessel)와 증기발생기(Steam Generator)등 원전의 핵심기자재와 사용후연료 이송기기 등 원전에 소요되는 각종 기자재 제작을 위한 1300만0000톤 프레스를 비롯한 주단설비와 대형 가공장비, 용접설비 등 기초 소재부터 완제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일괄 생산해 공급 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완성된 기자재 운송을 위한 자체 부두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두산중공업의 경쟁력에 대해 그는 “영광원전 3·4호기 원전 기자재 공급을 시작으로 15기의 국내외 원자력발전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풍부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왔다”며 “지난 2007년 중국 AP-1000와 지난해 미국 AP1000 6기 등을 수주하는 등 AP-1000 핵심 기자재를 수주함으로써 가격과 품질 면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두산중공업이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할 부분에 대해 김 전무는 “두산중공업은 이미 핵심 기자재 제작설비 확대에 집중 투자하고 있고 그 동안 외국 선진회사에 의존해 왔던 전기계장 설비와 냉각재 펌프 등 국산화와 핵연료 취급설비에 대한 기술개발, 일체형 주단소재 기술개발 등 시장에서 요구하는 최신 기술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주도하는 차세대 원전(APR+)기술개발 참여 등으로 국내 원전산업의 발전과 수출산업화 노력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