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위장한 송전탑 건설사업 "이젠 안 돼"
공익 위장한 송전탑 건설사업 "이젠 안 돼"
  • 박재구 기자
  • pgnkorea@gmail.com
  • 승인 2014.10.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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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송전탑 피해주민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가운데 국회에서도 한전의 송전선로 경과지 선정절차 및 보상규정에 위헌 요소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전이 밀양 주민에 대한 강제진압으로 765kV 송전탑 건설을 밀어붙인 뒤에도 전국 곳곳에서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송전탑 경과지 승인 관련 소송이 5건이나 계류되어 있고, 전국에 20개 지역이 송전탑 및 변전소 건설 예정 후보지역으로 선정돼 한전의 송전망 사업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정희 의원은 “한전이 송전선로 경과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토지소유자에 대한 동의를 전제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송전사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전이 더 이상 전기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위장해 국민들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한전은 그동안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토지보상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토법)’을 준용해 ‘헐값 보상’을 해왔고, 송전탑 경과지 선정 과정 역시 법령도 없이 한전 내규에 따라 형식적인 절차만으로 경과지를 확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국민의 재산권과 생활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를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적인 예로 충북 청원군 소재 S사 소유의 토지 2만평이 154kV 부강-신탄진 송전선로 경과지에 편입됐다. 전체 경과지의 약 13.5%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한전은 S사측에 해당 토지가 경과지로 편입될 예정이라는 사실은 단 한 차례도 통보하지 않았다. 게다가 편입 토지는 채석 사업지로 2,000억 원 이상의 재산가치가 있음에도 한전이 내놓은 보상가격은 선하지 2,650만원, 철탑부지 260만원으로 총 2,900만에 불과했다.

154kV 송전탑이 들어서면 S사의 2,000억 원 대의 채석사업은 공수표가 될 상황이다. 이에 S사는 한전에 일부라도 채석사업이 가능토록 경과지 변경계획을 요청했고, 한전은 경과지 변경계획으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해결을 모두 S사의 부담으로 떠넘겼다.

S사는 변경된 경과지에 해당하는 10여명의 지주들에 대한 동의서를 확보해야 한다는 짐을 지게 됐고, 이 과정에서 몇몇 지주들은 공시지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10억 원~30억 원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S사는 현재 154kV 부강-신탄진 송전선로 건설사업 실시계획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전 의원은 “토지 소유자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경과지를 확정하고 현재의 재산가치를 무시하고 공시지가로 헐값 보상을 하는 것은 국민의 토지를 강제로 수용했던 군부독재의 폭력과 다를 게 없다”며 “한전은 전기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위장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공토법 제4조 2항에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전기사업’을 근거로 송전탑 건설사업이 공익사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에 한전의 송전사업이 충분한 공익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2월 기준으로 한전의 주주현황을 살펴보면 정부지분이 51.1%, 국민연금공단 6.51%, 자기주식 2.95%, 외국인 23.46%, 기타(개인 및 법인) 15.97%로 공익사업을 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정부지분 51%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에 대해서는 이익배당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5년간 종별 평균 전기판매량을 살펴보면, 전체 전기판매량 중 주택용이 17.5%, 일반용 24.8%, 산업용 51.4%, 기타 6.3%로 산업용이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전은 산업용 전기수요를 충족키 위해 국민의 재산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전 의원의 지적이다.

반면 한전은 국민의 토지를 ‘헐값’으로 강제수탈해 송전선로 건설비용은 줄이면서 발전사에게 지급하는 전력생산비용은 과다하게 지급하는 등 적자경영의 늪을 헤매고 있다. 이는 2001년 한전은 독점판매사업자로 남고, 발전시장만 분할되는 반쪽짜리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이뤄짐에 따라 정부가 발전사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전력시장을 운영해온 결과라고 전 의원은 주장했다.

전 의원은 “지난 10년간 경제적으로 계통운영을 하지 않은 결과 약 30조원의 전력비용이 과다 지급됐다”며 “한전은 전력비용 과다 정산으로 돈이 줄줄 세고 있는데도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식의 잘못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산업부는 전력시장 왜곡에 따른 부작용이 더 커지기 전에 전력계통운영을 정상화하고, 154kV, 345kV 송전망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고, 헐값 보상으로 추진되는 한전의 위선적인 송전사업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산업부가 아무리 진흥부처라고 하더라도 큰 틀에서 볼 때 사업자의 편의보다 국민의 편익을 더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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