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륵이었던 스나이더 '가을잔치는 다르다'
[야구]계륵이었던 스나이더 '가을잔치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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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2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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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들어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정규시즌에 잘했다고 해서 포스트시즌에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이 말에 딱 어울리는 인물이 LG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32)다.

스나이더는 정규시즌에 '계륵' 취급을 당했다.

LG의 양상문(53) 감독은 스나이더 탓에 적잖게 속앓이를 했다.

부진한 모습을 보인 조쉬 벨을 퇴출하고 스나이더를 영입한 LG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강타자 갈증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스나이더는 허벅지 부상이 겹치면서 37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성적도 타율 0.210 4홈런 17타점에 그쳤다. 중견수로 나서는 그의 수비는 수준급이었지만 기대했던 '장타'는 가뭄이었다.

하지만 가을잔치 들어와서는 완전히 달랐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한 스나이더는 22일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NC와의 2차전에서도 팀이 1-0으로 앞선 4회초 투런포를 쏘아올리는 등 4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1차전에서는 흐름을 완전히 LG 쪽으로 끌어오는 도루도 성공했다.

3회 2사 후 우전 안타를 때려낸 스나이더는 기습적으로 2루를 훔쳤다. 대비하지 못했던 NC 다이노스 포수 김태군이 2루로 송구했지만 악송구가 됐다. 이 틈에 3루까지 나아간 스나이더는 김용의의 내야안타로 홈을 밟아 LG에 7-1 리드를 안겼다.

스나이더는 2차전에서는 LG가 바라던 장타를 선보였다. 그는 팀이 1-0으로 근소하게 앞서가던 4회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에릭 해커의 3구째 시속 141㎞짜리 직구를 통타,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 아치를 그려냈다.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서 양 감독이 '미쳐줄 것 같은 선수'로 스나이더를 꼽았는데 그 기대와 믿음에 100% 부응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상대팀인 NC에 정규시즌 중 최고의 타자로 꼽히던 에릭 테임즈(28)가 있어 묘하게 비교가 된다. 테임즈는 정규시즌에 타율 0.343 37홈런 121타점을 기록했고,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스나이더의 활약은 그와 비교해도 한 발 앞서는 모양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를 때려낸 테임즈는 2차전에서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7회 선두타자로 나서 추격의 우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하지만 앞서 정규시즌에 3타수 무안타로 약했던 우규민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도 남겼다.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테임즈는 심판이 헛스윙으로 판단한 것을 어필해 파울로 바꿨지만, 결국 우규민의 체인지업에 헛손질하면서 삼진을 당했다.

테임즈는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3회 1사 1,3루의 찬스에서 우규민의 커브를 노려쳐 2루수 머리 위로 가는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잘 맞은 타구였다. 그러나 2루수 김용의가 훌쩍 뛰어올라 직선타로 처리한 후 1루에 송구해 병살로 연결했다. 테임즈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그는 팀이 2-3으로 추격한 후인 8회 1사 1루 상황에서도 삼진으로 돌아서 찬스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각 소속팀의 승패도 스나이더와 테임즈의 희비를 엇갈리게 하는 요소다. LG는 2연승을 달리며 시리즈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반면 NC는 2연패를 당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스나이더는 경기 후 "(렌즈를 바꾸고)공이 잘 보여서 마음이 평온해졌다. 조급한 마음도 없어져서 좋은 타구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포스트시즌에 올라와서 야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됐다. 더 집중력있게 하니 모든 플레이가 잘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포스트시즌 엔트리 입성과 관련해서는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시즌 막판에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출루도 잘 못했고 안타를 못쳐 불안했다. 마지막에 행운이 따랐다. 감독님이 나를 선택해서 영광이었다"고 웃었다.

의기소침해 있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스나이더는 한국 야구의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스나이더는 "한국에서 뛰는 것이 좋다. 다시 오고 싶다. 포스트시즌에 잘해서 내년에도 뛰고 싶다"면서 "정규시즌에 못했던 아쉬움을 날리고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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