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절약! 생활문화정착이 우선돼야
에너지절약! 생활문화정착이 우선돼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5.23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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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손님-전호상 에너지관리공단 경기지역본부장>
습관만 바꾸면 에너지절약 불편하지 않아
홍보패러다임 바꾼 신개념의 캠페인 추진
초등·중학생 대상 절전노트 큰 호응 얻어
지역본부 조직문제 네트워크로 해법 찾아


최근 동·하계를 구분하지 않고 전력수급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에게 제5의 에너지라 불리는 에너지절약은 깨끗한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에너지관리공단에 30년 이상 재직하면서 에너지절약 문화의 초석을 이끌어 낸 전호상 에너지관리공단 경기지역본부장은 최소한의 불편으로 에너지절약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전 본부장은 “에너지절약은 보통사람에게 불편한 일이다. 왜 불편한가를 따져보니 생활습관이 안 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에너지절약은 규제나 제도 등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을 바로잡을 때 불편을 느끼지 않고 에너지절약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것이 자연의 이치”라면서 “더울 때 시원하게, 추울 때 따뜻하게 지내려는 생활습관이 우리의 체질을 바꿔놨고 에너지낭비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전 본부장은 “에너지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재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사랑방손님으로 전 본부장을 초대했다. 그가 가진 경험을 엿볼 수 있는 그 동안의 발걸음을 되짚어볼 수 있도록 재구성해봤다.


<제1막> 인연

전호상 에너지관리공단 경기지역본부장은 1981년 10월 1일자로 에너지관리공단과 인연을 맺었다. 에너지관리공단 설립과 역사를 같이 한다.

전 본부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중앙열관리기계기술학원에서 에너지교육을 담당하는 전임강사로 활동하던 중 에너지관리공단이 설립됐고 공채에 응모하게 됐다”고 인연을 설명했다. 당시 열관리기사 1급 자격증과 환경관리기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어 입사에 유리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입사한 전 본부장은 열사용기자재를 관리하는 부서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이곳은 기기제조업체가 형식승인을 요청할 경우 이를 검토한 뒤 승인을 해주고, 이들이 만든 제품에 ‘열’자 마크를 붙여주는 업무와 보일러·압력용기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전 본부장은 “초창기 에너지관리공단은 수요관리와 온실가스감축이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로 지금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면서 “부산지사(現 부산울산지역본부), 인천지사(現 인천지역본부), 서울지사(現 서울지역본부) 등으로 근무지를 옮겨 다니면서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고 회상했다.


<제2막> 도약

전 본부장의 에너지관리공단 제2막은 홍보업무로 요약할 수 있다.

전 본부장이 입사해 홍보업무를 담당할 당시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연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에너지관리공단 홍보도 연탄보일러에 집중됐다.

그는 “당시 주요업무는 연탄보일러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 연탄을 완전히 연소시킬 수 있는 방법, 유독가스사고 방지방법 등을 홍보하는 것으로 시작해 주로 경제논리에 입각한 홍보에 주력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전 본부장은 홍보교육실로 자리를 옮겨 교육팀장을 비롯해 매스컴팀장 등을 거치면서 본격적인 홍보업무를 수행했고 이어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에너지관리공단, 우리나라 에너지절약 홍보의 최고 자리로 손꼽히는 홍보교육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 본부장은 “기존의 에너지관리공단 홍보는 경제적인 이윤이 얼마나 되는지를 홍보하는 경제논리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지금은 기후변화대응 등 환경논리로 옮겨가는 시점”이라면서 “새로운 환경에 맞도록 에너지관리공단 홍보패러다임도 새롭게 바뀌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순한 주입식 홍보가 아니라 문화로 승화될 수 있는 홍보 전략이 무엇보다 긴요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홍보실 직원들은 여름휴가를 가지 못할 정도로 하계전력피크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고 한다. 에어컨 등 냉방용 전기제품 보급이 급증한 탓이다. 오죽했으면 여름 한철을 위해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 상황까지 전개되는 등 국가적 손실도 만만찮았다.

전 본부장은 “여름철 전력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에너지(-) 사랑(+) 캠페인’이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면서 “이 캠페인은 여름철 집중되는 전력수요를 줄이고 이에 더해 겨울철 에너지빈곤층에 연탄 등 난방비용을 지원하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신개념 에너지절약 사회공헌 캠페인”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이 캠페인은 ‘에너지다이어트’와 ‘에너지사랑♥나누기’ 등으로 이름을 바꿔 에너지관리공단의 대표적인 캠페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전기절약실천문화 확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들어 여름철 전력피크뿐만 아니라 겨울철 시스템에어컨(EHP) 등 난방용 전기제품의 보급이 급증함에 따라 겨울철 전력수급난이 사회적문제로 부각됐다. 당시 전 본부장은 내복이란 모티브를 통해 ‘내복 입기 캠페인’을 추진하게 됐다.

전 본부장은 “내복을 입으면 2∼3℃의 온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창피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내복 입기를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젊은이들이 내복의 장점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인기개그맨과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공인들의 내복패션쇼를 기획하게 됐고, 그때부터 내복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겨울이 찾아오면 공공기관이나 민간에서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내복을 기증하는 문화도 따지고 보면 이때부터라 볼 수 있다. 특히 이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능성 내복 등이 줄줄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내복제조업체는 내복문화 확산에 도움을 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에너지관리공단에 감사패를 주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복의 매출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면 내복의 보급이 많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전 본부장은 자가용 대신 버스·지하철·워킹을 하는 BMW운동과 ‘넥타이 풀고 냉방온도 높이고, 플러그 뽑고’를 실천하는 3GO운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 에너지절약 캠페인의 기틀을 만들어냈다.


<제3막> ∼ing

전 본부장의 제3막은 에너지관리공단의 본사를 축소한 지역본부 수장. 그의 제3막은 제1막과 제2막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체를 이뤘다. 지역본부는 에너지관리공단 조직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2010년 1월 전 본부장은 대전충남지역본부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그는 “지역본부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는 본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이라고 진단한 뒤 특단의 조치로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관련 유관기관, 시민단체 등과 네트워크를 강화할 경우 지역본부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첫 번째 네트워크는 에너지생활문화정착공동추진본부. 이 협의체에 대전시·대전시교육청·충청투데이·에너지시민연대·주부교실·충남도시가스·한국전력공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전충남지역본부는 이들의 인력과 예산을 이용해 다양한 에너지절약홍보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

특히 전 본부장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사업은 대전·충남지역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여름방학과제물로 전기절약을 위한 ‘절전노트’를 제작해 배포한 것. 이 노트는 에너지에 대한 이해와 탐구활동을 기본으로 담고 있으며, 에너지절약의 습관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방학기간 중 가정에서 전기절약실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전 본부장은 “절전노트를 잃어버린 한 초등학생의 학부모가 대전충남지역본부로 직접 찾아와 절전노트를 받아갈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언급한 뒤 “실제로 방학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대전 엑스포공원에 위치한 에너지관을 찾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전 본부장은 2013년 1월 경기지역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전 본부장은 신도시 등으로 주거단지가 많이 밀집해 있는 경기지역본부의 특성을 감안해 생활 속에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절약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대안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 등을 비롯해 시민단체 등과 협력체계를 갖춰 경기도 안산·성남시민과 공동주택에너지절약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또 그는 “대전충남지역본부장 시절부터 교육시설에 대한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가졌다”면서 “경기지역본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경기도내 밀집한 캠퍼스 관련 사업을 보다 강화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지역본부는 경기도 내 49개 대학과 그린캠퍼스를 추진하고 있고, 경기도 내 100곳의 초·중·고등학교로부터 그린스쿨 신청을 받아 에너지절약 컨설팅을 시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경기지역은 주거지역이 밀집돼 있음을 감안해 일반건물과 가정, 대형마트 등 에너지절약이 시급한 곳에 대한 다양한 에너지절약 실천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아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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