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신년> 핵연료 불모지서 원전종주국 수출까지∼
<2013년 신년> 핵연료 불모지서 원전종주국 수출까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12.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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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국산화시대 열어


석유파동 이후 우리 정부는 원전을 도입한다. 지난 1977년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가 본격적으로 가동됐고, 나머지 영광원전과 울진원전, 월성원전에서 본격적으로 건설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원전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연료공급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우리는 핵연료 국산화를 생각하게 된다.

큰 뜻을 품고 1982년 11월 11일 한국핵연료(주)(現 한전원자력연료(주))가 설립됐다. 이 회사 설립 초기 사업추진방식의 결정을 위해 핵연료 국산화사업이 잠시 지체됐다. 지체된 이유는 외국 자본의 참여 여부였다. 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한국핵연료는 합작하지 않고 기술만 도입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변경하는데 성공했다. 명실공이 우리가 단독으로 핵연료를 국산화시킬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1985년 5월 한국핵연료는 독일 KWE(現 지멘스)의 성형가공기술을 도입키로 했다. 성형가공공장의 설계는 KWE와 한국전력기술(주)에서 맡았다. 이 성형가공공장은 한국핵연료 설립 5주년이던 1986년 11월 11일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으며, 1987년 9월 기기설치공사를 시작했다. 이 공장은 1989년 9월 28일 준공됐다. 1988년 10월 15일 본격적인 핵연료 생산에 들어간 뒤 12월 28일 제1호 국산 핵연료가 나왔다.

이후 4다발의 고리원전 2호기용 핵연료 집합체를 생산함으로써 이듬해부터 공식적인 상업생산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재변환공장은 순수 우리 기술로 전 공정을 완성하는 핵연료 국산화시대를 열었다.

이 공사는 총 3단계로 추진됐다. 1987년 12월부터 1988년 9월까지 재변환 시설 건축·구조물에 대한 골조공사를 하는 1단계, 1988년 8월부터 1989년 7월까지 재변환시설이 핵심인 공정기기·배관·전기·계장분야에 대한 설치공사인 2단계, 또 1989년 3월부터 1989년 10월까지 육불화우라늄 실린더 저장고 공사 등 3단계를 추진했다. 이 공장은 연간 200톤의 우라늄 분말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됐다.

이 공장은 1990년 3월 5일부터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국내 경수로용 원전에 사용하는 핵연료분말의 국산화를 외국으로부터 기술도입 없이 국내 기술진의 노력으로 이룩함으로써 원전기술자립을 위한 핵연료주기 공정기술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핵연료 기술자립 실현

성형가공공장과 재변환공장이 상업운전에 돌입함에 따라 한국핵연료의 조직은 생산중심체제로 전환된다. 이와 더불어 생산량 증대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됐고, 상업생산 4년 만인 1992년 194톤의 이산화우라늄(UO₂) 분말을 생산하는 경지에 오른다.

핵연료 생산이 안정을 찾아감에 따라 한국핵연료는 웨스팅하우스원전용과 한국표준원전용 핵연료의 제조기술 자립에 나선다.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설계인력을 충원했다.

웨스팅하우스원전용 제조기술은 지난 1993년부터 기존 KOFA(Korea Optimized Fuel Assembly) 연료의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V5H’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과 장비보완을 추진했다. 2년 뒤 V5H 핵연료가 본격적으로 생산됨에 따라 웨스팅하우스원전용 제조기술이 완전 자립됐다.

한국표준원전용 핵연료 제조기술은 1995년과 1996년 가동한 영광원전 3·4호기의 경우 웨스팅하우스원전용과 설계·제원 등의 상당한 차이에서 찾아오는 필요성에 의해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필요한 공정이 개발되고 설치됨에 따라 1993년부터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 어려움을 자체적으로 극복하고 1993년 8월 영광원전 3호기 초기노심용 핵연료 181다발의 생산을 시작해 1994년 3월 완료했다. 영광원전 4호기 초기노심 핵연료 177다발을 생산했다.

이 기술개발로 국가 원전기술자립 목표로 설정된 핵연료 제조분야의 기술자립을 100% 달성하게 됐다.

김선두 한전원자력연료(주) 기술본부장은 “웨스팅하우스원전용 제조기술 자립은 우리 회사(한국핵연료) 중심의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기회가 됐고, 한국표준원전용 핵연료 제조기술은 설계·제조 일원화를 우리 회사 중심으로 끌어오는 유리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핵연료 전문기업 성장

원전사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한국원자력연구소(現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수행했던 경수로 핵연료 설계와 중수로 핵연료 제조 사업을 한국핵연료로 이관하는 등 체계를 일원화하기로 결정했다. 1997년 1월 1일 경수로 핵연료 설계뿐만 아니라 중수로 핵연료 제조 사업이 한국핵연료로 이관됐다. 이로써 한국핵연료는 설계·제조를 모두 담당해 사업효율성을 높이게 됐다.

당시 한국핵연료는 연간 200톤-U 규모의 경수로용 핵연료 생산시설 증설과 연간 400톤-U 생산규모의 중수로용 핵연료를 생산하는 제2공장의 건설이 1997년 마무리되고 1998년 1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감에 따라 세계 유일의 경·중수로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최인택 全 한전원자력연료(주) 기획관리본부장은 “사업의 일원화가 처음으로 거론된 후 10년에 걸친 관련 기관 간 줄 당기기와 간단하지 않은 이관협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경수로와 중수로 핵연료의 설계·제조 사업을 모두 맡게 되면서 우리 회사(한국핵연료)는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핵연료 수요급증에 따른 사후관리문제가 대두됐다. 1994년 연료서비스팀이 구성돼 이 팀을 중심으로 한 핵연료서비스가 시작됐다. 핵연료서비스 기술자립이 추진된 셈이다. 또 품질·환경경영시스템도 구축됐다.

이때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이 변경된다. 1999년 한국전력공사 자회사로서의 일체감을 나타내기 위해 ‘한전원자력연료(주)’로 사명을 변경하고 책임경영과 재도약의 의지를 다진다.


세계 핵연료회사 도약

해외 핵연료 진출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한 핵연료는 한국표준형원전용 개량연료인 ‘PLUS7'과 웨스팅하우스원전용 개량연료인 ’ACE7'.

PLUS7은 한전원자력연료와 웨스팅하우스 기술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연료는 ▲기존 핵연료 대비 12.8%이상의 열적 성능 ▲5만5000MWD/MTU 이상의 고연소 성능 ▲연료봉 직경의 최적화와 Axial Blanket 사용으로 중성자 경제성 향상 ▲지지격자의 기계적 강도 증대로 내진성능 향상 ▲면 접촉 스프링 및 딤플 설계로 연료봉 마모 감소 ▲이물질 다중방호에 의한 무결함 연료 ▲점용접으로 제조 향상 등 기존 핵연료 대비 7가지 성능이 향상됐다.

이 연료는 2002년 12월 31일부터 시범집합체 4다발이 울진원전 3호기 5주기에 장전돼 2004년 4월까지 16개월 동안 한 주기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2006년 4월 11일부터 한국표준원전에 상용공급하게 됐다.

웨스팅하우스원전용 개량연료인 ACE7은 2001년 8월 한전원자력연료가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연료는 당시 사용 중이던 연료의 평균연소도를 7000MWD/MTU이나 1만7000MWD/MTU 이상 증가시키고, DNB 열적성능을 당시 사용 중인 연료에 비해 5%이상 향상, 내진성능 향상과 무결함 연료로 평가받았다.

이후 ACE7은 2008년 후반부터 국내 웨스팅하우스형 원전 7개호기에 상용 공급되고 있다. 이 연료의 상용 공급은 핵연료 주기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열적 성능 향상으로 출력 증강 등 원전이용률 향상과 무결함 연료로서 안전성과 신뢰성 증대, 핵연료 개발기술 습득을 통한 독자개발 역량 확보란 대내외적인 성과를 이루며, 한전원자력연료의 핵연료 개발 역사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

이밖에도 한전원자력연료는 가연성 흡수봉과 Gd소결체를 국산화하는 등 신기술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2008년에는 핵연료 핵심부품인 지르코늄합금 튜브공장을 건설하고 제조기술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 핵심부품을 수출함으로써 우리 기술과 핵연료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그 결과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했다.


글로벌 Top3 핵연료회사 향해

지난 2009년 말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한 한국컨소시엄이 UAE원전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원전업계는 새로운 발전과 도약의 시기를 맞던 당시 김기학 사장이 2010년 1월 14일 취임하게 된다. 김 사장은 ‘Global Top 3 Fuel Cycle Company’이란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수출선도형 고성능 고유 핵연료 개발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5년 만에 한전원자력연료는 독자 기술소유권을 확보한 최초의 국산 핵연료인 ‘HIPER’. 현재 이 연료의 시범집합체 8다발이 울진원전 6호기 원자로 내 연소시험 중에 있다. 오는 2017년 하반기 이후 국내 가동 원전에 상용 공급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한전원자력연료는 웨스팅하우스원전용 고유 핵연료인 ‘X2-Gen’과 SMART 원전용 고유 핵연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형 핵연료 개발을 위해 한전원자력연료는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소듐냉각고속로용 금속핵연료, 초고온가스로용 TRISO 핵연료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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