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한나라당은 기습적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간 뒤 자유선진당과 희망미래연대 등과 함께 본회의를 열어 비준동의안과 한미 FTA 14개 이행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뒤늦게 뛰어온 민주당 등 일부 의원들이 강력 항의했으나 표결을 막는데 역부족이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표결에 앞서 최루탄을 터뜨려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초유의 소동도 벌어졌다.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은 수차례에 걸친 여야 간 협상으로 합의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후폭풍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전면적인 무효투쟁을 선언하고 앞으로의 국회 일정도 잠정 중단키로 했다. 국회가 마비된 셈이다.
어찌됐든 내년이면 한미 FTA가 발효된다. 에너지업계도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 동안 한미 FTA 투자조항 중 ‘설립에서부터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 부여’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된 바 있다.
발전사업 하나만 놓고 봐도 미국 자본력이 국내 전력산업에 진출할 경우 민간발전사업자와 동등한 자격을 얻게 된다. 지금 당장이야 저평가된 전기요금 등으로 인해 수익을 거둘 수 없어 안심이지만 추후 시장논리를 앞세워 전기요금이 현실화되는 등 투자환경이 좋아질 경우 미국 자본이 국내 시장에 대거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명 ‘먹튀자본’이 투입되면 우리의 에너지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수 있음이다. 비단 전력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스 산업이나 정유 산업도 마찬가지다.
반면 다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진보한 우리의 기술이 미국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린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의 에너지기술력이 미국의 글로벌 기업과 견줄 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도리어 미국 에너지시장 진출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미 FTA 체결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자칫하면 독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약이 될 수 있다.
이제 정부와 여당은 정국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설 차례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약속한 것처럼 투자자와 국가소송제도 등에 대한 재협상이 반드시 착수돼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재협상 개시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 모두 국익이 걸려 있는 사안인 만큼 만만찮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우리의 에너지산업을 지키려는 방패라면 미국은 뚫어야 하는 창이다. 반대로 미국 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창과 방폐만 바뀌었을 뿐 결코 다르지 않다. 그만큼 협상이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정부가 불리한 건 하나도 없다. 미국이란 거대시장과 압박에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우리 협상단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재협상은 사실상 더 불리할 수 있다. 이를 때일수록 더 당당해져야 한다. 협상은 잠시지만 그 영향은 나라를 흥하게도 할 수도 있고 망하게도 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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