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편> 21세기 남미의 검은 ‘엘도라도’
<콜롬비아 편> 21세기 남미의 검은 ‘엘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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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1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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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연 주 콜롬비아 대사-
보고타 국제공항에 내리면 엘도라도(El Dorado)라는 공항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서부영화 제목이라 호기심을 자아낸다. 스페인 말로 황금이 넘치는 곳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콜롬비아에서 연간 5∼60톤의 금이 생산되기 때문에 근거 없는 작명은 아니지만 그 이름의 연원은 안데스산지에서 생산된 금을 대서양 연안의 까르타헤나 항구로 실어 날랐던 식민지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콜롬비아는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와 함께 중남미 식민대륙을 경영하는 3대 중심축의 하나였다.

지금의 콜롬비아는 우리 기업인들에게 새로운 엘도라도의 땅으로 부각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노란색 금보다도 검은 황금인 석탄과 석유가 엘도라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일본 지진 쓰나미와 자원공급선 다변화 정책으로 콜롬비아의 석탄이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파나마 운하의 폭이 좁아 콜롬비아산 석탄을 실은 벌크선박은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야 한국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한 선박운송 코스트를 극복하고 우리는 지난 해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콜롬비아 유연탄을 수입했다.

콜롬비아는 우리에게 마약과 무장반군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금년 3월 콜롬비아로 발령받았을 때 지인들로부터 참 안됐다는 표정의 눈 인사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콜롬비아는 우리가 알았던 콜롬비아가 아니라 새로운 콜롬비아다. 정부를 위협하던 무장 세력은 현저히 약화돼 국경지역에서 간헐적으로 활동할 뿐이다. 그나마 2010년 8월 출범한 산토스(Santos) 대통령 정부가 게릴라들을 암묵적으로 지원하던 주변 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함에 따라 무장 세력의 입지가 더욱 축소되었다. 혹자는 보고타시가 미국 수도인 워싱턴 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한다.

우리베(Uribe)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8년 기간(2002∼2010년) 동안 콜롬비아에서는 상전벽해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반군들이 장악했던 지방이 외부로 열린 것이다. 치안이 확보되자 콜롬비아 정부는 우리가 지방에 대한 자원조사를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질자원연구원은 이에 부응하여 콜롬비아 에너지광물부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광업자원공사도 국내 민간 기업들과 유연탄광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석유공사와 SK이노베이션 그리고 골든오일 등이 10개의 석유광구를 운영하고 있다. 대사관에서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중남미자원협력센터 분관을 개소하였다. 머지않아 검은 황금이 땅속에서 솟구쳐 오를 것이다.

금년 3월 Standard & Poor's 가 12년 만에 콜롬비아의 신용도를 투자적격(BBB-)으로 상향 조정했다. 콜롬비아 경제도 지난 수년 간 평균 4%이상의 안정적 성장을 해왔다. 내년도에도 5.5∼6.0%의 성장을 예측되고 있다. 원유 가격이 오르자 콜롬비아는 원유생산량을 하루 90만 배럴까지 확대했다. 확정매장량이 20억 배럴 정도라고 알려졌지만 아무도 매장량을 모른다. 막대한 원유의 보고로 알려진 대서양의 산 안드레스 섬 대륙붕은 환경론자들의 반대에 부딪쳐 탐사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기업인들의 콜롬비아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보고타 주재 지·상사 개수만 해도 지난해까지 11개였는데 지금 15개다. 조만간 2개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고타 시내 한국 식당에 한국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경기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 기업인들이다. 콜롬비아 정부는 외국의 직접투자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곳간이 쌓이자 대규모 인프라 플랜트 사업을 발주하고 있다. 보고타 시내를 돌아보면 파헤치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렵다. 돈이 돈다는 것이다. 공관직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사관 업무의 80%정도가 경제업무다. 공관직원들은 이제 준 기업인들로 변모되고 있다.

우리나라 건설과 플랜트 기업들이 정유공장 현대화, 석유화학단지 건설, 하수처리 및 쓰레기 수거, 공항운영 등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수십억 내지 수억불 규모다. 명년에는 보고타 지하철 공사가 발주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선진 지하철 공법과 운영 노하우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FTA로 인해 콜롬비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콜롬비아 FTA는 2009년 12월 협상개시 이래 지금까지 총 4차례의 본 협상이 있었다. 지금은 한-미 FTA 국회비준 문제와 구제역 후유증으로 인하여 숨을 고르는 중이다. 콜롬비아 자동차 조립업체들이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금년 말까지는 협상이 종료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익의 균형을 찾아가는 양측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한-콜롬비아 FTA가 체결되면 양국관계는 비약적 성장(Quantum Leap)을 할 것이다.

지금 보고타에는 콜롬비아 러시(Colombia Rush)가 진행되고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엘도라도를 찾아 우리 기업인들이 몰려오고 있다. 보고타 국제공항의 이름이 지금 제값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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