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 기회의 땅 아프리카에서 찾는다”
“한국의 미래, 기회의 땅 아프리카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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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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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주 가봉 대사-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아프리카라고들 한다. 그 만큼 일반 국민들이나 우리 기업들에게는 아프리카는 왠지 위험하고 생소한 곳, 선뜻 가보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곳이라 하겠다. 그 이유는 국내·외 언론보도를 통하여 자주 접하는 벌거벗은 영양실조의 흑인 아이들 모습, 종교나 부족문제로 인한 내전의 참상과 처참한 피난민촌 광경, 최근 남아공 월드컵에 다녀온 문화공연단원의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 소식, 소말리아 해적의 인질납치 사건 등이 우리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기업들도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이 국민소득이 1,000달러 이하이고 국내시장 규모가 작고, 사업투자 시 위험이 크다고 생각하여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금년으로 외교관 생활 30년이 되는 나로서도 아프리카 근무는 처음이다. 중부아프리카의 가봉에 부임하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막연히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었지만, 그동안 이곳에서 살면서 많은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20년 이상 살면서 성공한 현지 교민들과 금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우리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아프리카 진출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과 우리 기업의 진출방식에 관하여 현지 공관장으로서 부족하지만 그동안 느낀 점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아프리카는 더 이상 저주와 빈곤의 땅이 아니며, 이제 희망과 기회의 땅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 개발되지 않은 막대한 석유(전 세계 매장량의 12% 부존)와 철, 금, 망간, 우라늄 등 풍부한 천연광물을 갖고 있고, 인구 10억 명과 그 중에 약 40%의 30대 이하 젊은 인구가 앞으로 폭발적인 소비수요를 창출해 낼 것으로 기대되는 아프리카는 분명히 선진국들의 마지막 남은 원자재 공급원과 상품 소비시장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아프리카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은 최근 구식민국인 유럽국가와 중국에 이은 미국의 경쟁적인 아프리카 진출 확대가 이를 말해 준다.

우리의 아프리카 진출 역사가 짧고, 외교적 그리고 경제적 기반이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53개의 아프리카 국가 중에 그동안 우리가 외교적으로 많은 공을 들여 온 나라, 최근 통신, 자원개발, 사회간접자본시설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진출 교두보 확보에 성공한 나라, 그리고 같은 식민지 경험에 대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친밀한 정서와 짧은 시간내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낸 한국에 대한 높은 동경심을 가진 나라들도 상당히 많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성공적인 아프리카 진출의 가능성을 확신시켜 주고 있다. 

내가 관할하고 있는 중부아프리카의 작은 산유국 가봉(인구 150만명)과 적도기니(인구 70만명)는 이러한 장점들을 비교적 많이 갖고 있는 나라들이다. 작년에 한국을 공식 방한한 이 두 나라 대통령들의 한국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한국을 다녀온 후 우리 정부와 기업들에게 한국과 같은 멋진 나라로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고, 그 대신 그들이 갖고 있는 풍부한 에너지·광물 자원을 한국과 공유하고 싶다고 하였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의 가봉과 적도기니 진출은 최고위층의 든든한 지원 아래 착실히 추진되고 있고, 정부간 투자, 무역 관련 협정 체결, 정보·통신사업, 인프라 건설, 인적자원개발, 사회공헌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가봉에서는 삼성이 가봉정부의 중장기 경제개발계획 추진의 파트너로 선정되어 각종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에 참여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전자정부사업, 정유공장, 비료 공장, 신 국제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적도기니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수 억불 규모의 “깨끗한 물” 공급사업으로 진출 기반을 확보하여 이제 다른 분야로도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선봉에 서고, 협력업체들이 뒤를 받쳐 주는 상생협력의 모델을 아프리카에서 실현하고 있다.

작년 10월 국내언론에 상세히 보도된 바 있는 “봉고 대통령의 그림자, 한인 경호실장” 기사의 주인공은 가봉에 2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교민으로 아프리카에서 주목받는 한인중의 한 사람이며, 우리의 외교와 기업진출에 있어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그는 항상 내게 “대사님, 제가 뭐 도와 드릴 일이 없습니까?”하고 먼저 손을 내밀고, 오래 전에 떠난 조국의 발전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고, 영주권자인 아들을 국내대학에 보내고 병역의무를 시키기도 했다. 아프리카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이와 같은 훌륭한 한인들의 힘을 잘 결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해외근무기간 중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 지원업무에 대한 경험을 비교적 많이 한 편이다. 그런 탓에 기업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듣고, 기업의 능력이나 규모에 맞는 실현가능한 조언을 한다. 최근에 우리 국내 기업인들의 방문이 늘어나고 있는 데, 이들로부터 자주 듣는 애로사항은 주로 입국비자 발급, 호텔 예약, 관심사업에 대한 정보, 접촉인사 소개, 금융조달 문제 등이다.

아프리카에 진출하려는 국내기업들은 현지 사무소도 없고, 사업경험도 없다 보니 주로 이런 지원은 대부분 현지 공관의 몫이 된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대부분 공관은 전체 직원 규모가 작고 관할하는 나라가 많아서 기업지원 전담직원이 1명 정도 밖에 안 되다 보니 이러한 기업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외교인력규모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구조적 문제는 시급히 해소되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보며, 늦추면 늦출수록 그 피해는 우리기업과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아프리카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항을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아프리카지역은 크게 영어권 국가와 불어권 국가로 나뉘고 인구 규모나 소득 면에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 기업은 대부분 영어권으로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에 진출하고 있는데, 불어권이고 인구는 작지만 소득이 높은 국가들에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 국가들은 구 식민국인 프랑스의 그늘에서 상대적으로 외국기업의 진출이 적으면서, 고소득 인구의 비중이 높고, 탄탄한 국가 재정능력을 갖고 있는 장점이 있고, 특히 최근에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랑스의 식민지 경영 방식이 영국과는 달랐기 때문에 아직도 미개발 자원이 풍부하고 대대적인 인프라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봉은 산유국(일일생산량 25만배럴, 2,500만 달러 상당)으로 국제신용도가 좋아 상업금융 조달이 가능하고, 적도기니도 산유국(일일생산량 36만배럴, 3,600만 달러 상당)으로 모든 국책사업은 현금결제를 하고 있다. 물론 대금 지급이 일시적으로 지연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기업이 손실을 볼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겠다.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이점에 주목하고 두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리 기업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를 감안하여 진출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많은 아프리카국가들은 구식민국에 대한 피해의식과 중국의 과도한 진출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고, 한국은 뭔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막대한 원조자금과 인력 공세에 대한 우려와 저급한 품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반면, 우리 기업들의 이미지는 매우 좋다고 하겠다.

내가 만난 적도기니의 ‘오비앙’ 대통령은 “ 현대에게 사업을 맡기면 품질도 좋을 뿐만 아니라 완공시기도 단축시켜 주어 매우 만족한다”라고 호평했고, 가봉의 ‘봉고‘ 대통령은 “ 삼성을 가봉정부의 중·장기 협력파트너로 지정한다”라고 할 정도로 우리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좋다. 그 이유는 우수한 기술과 경험, 국제적 인지도, 현지인력의 고용창출과 기술전수, 그리고 우리 기업이 이들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셋째, 아프리카지역은 선진국과 달리 우리와 같이 정(情)이 살아 있고, 인구의 절반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절대빈곤 국가들이 많다. 따라서 외국기업의 시회공헌활동에 대한 기대가 크므로 적은 자금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기업홍보 및 장기적인 기반 확충의 방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작년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현대자동차가 아프리카 53개국에 축구공 100만개 기증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사례이다. 가봉에서도 이번 여름에 축구공 1만개 기증사업을 할 예정인데, 한국과 한국기업 이미지를 보다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축구를 통하여 아프리카 청소년들의 미래를 열어 준다는 슬로건은 한국기업만이 할 수 있는 발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아프리카, 특히 서부아프리카 지역에 만연하고 있고, 주로 5세 이하 영아의 사망률이 높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하여 유엔 등 국제기구와 민간 자선단체들이 모기장 보급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중견기업이 특허기술을 갖고 자체 생산한 말라리아 검사 kit을 아프리카에 보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 지지 않고 있는데, 가봉에도 100만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우리 공관의 소개로 현재 모 대기업에서 이 제품을 기업홍보차원에서 금년 중에 서부아프리카 지역에 지원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끝으로 아프리카지역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다. 그 이유는 과거 식민지의 후유증인 낮은 학력수준과 피해의식, 그리고 1960년대 독립이후 지도자들의 부정부패, 비효율적인 정부와 사법체계 등이기도 하지만, 높은 기온, 말라리아와 같은 풍토병 등 열악한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우리와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려면 좀 더 많은 인내심을 갖고 보다 길게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봉과 적도기니에 진출한 기업들도 현지인들과 같이 일하면서 업무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불평을 많이 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의 수익측면에서는 다른 선진국 보다 좋다고들 한다. 서양사람들이 아프리카를 처음 방문하면서 서로 “TIA"라고 인사한다고 한다. ”이제 아프리카다(This is Africa)"라는 말이고, “이제부터 모든 것이 불편할 테니 우리 각오를 단단히 하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미국사람들이 즐겨 쓰는 TGIF(“오늘은 금요일이니 실컷 놀아보자“)를 흉내 낸 것 같은데 전혀 다른 뜻이라 하겠다.

나는 선·후진국에서 모두 근무해 보았지만, 이 곳 아프리카에서 만큼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이 적은 투자로 더 큰 사업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앞으로 적어도 10년 정도 우리정부와 기업이 유망한 국가를 선정하여 경쟁력이 있는 사업을 갖고 진지한 자세로 정성껏 공을 들인다면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성큼 다가 올 것으로 확신하면서 우리 기업 그리고 국민들도 아프리카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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