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에어컨 실외기와 이기주의
<기자의 눈> 에어컨 실외기와 이기주의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1.06.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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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앞두고 전력업계 분위기가 심상찮다.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가 전년대비 7% 증가한 7477만kW, 공급예비력도 420만kW로 위험수위까지 근접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기용 냉방기기. 전력수요 측면에서 냉방기기의 사용여부에 의거 안정적인 전력수급 여부가 판가름 날 정도로 예민하다. 정부도 냉방기기 전력수요가 전년대비 12.3% 늘어난 1729만kW로 전체 전력수요의 23.1%까지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이 수치는 예측에 불과하다. 따라서 냉방수요가 늘어난다면 사면초가(四面楚歌)이겠고, 줄어든다면 천만다행(千萬多幸)이다.

여름철 냉방수요가 매년 급증하는 원인은 국민생활수준 향상. 과거와 달리 국민들은 윤택한 삶을 갈망하게 됐고, 그 결과 전기요금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에어컨 전원을 켜는 습관이 생겼다. 전력소비패턴이 바뀐 셈이다. 이 패턴이 저평가된 전기요금을 현실화시킨다고 해서 바뀔까. 아니라는 것이 결론이다. 영향은 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란 뜻이다.

대단위 아파트단지나 연립주택 등 일반가정의 베란다를 살펴보면 에어컨 실외기가 베란다 난간이나 외부에 설치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 실외기는 밀집돼 있으며, 매년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유인즉, A가정에서 에어컨을 설치할 경우 실외기로 방출되는 응축열이 이웃가정의 체감온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피해가정은 찜통더위에 문을 닫고 생활할 수 없어 다음해에 에어컨을 구매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건설된 아파트는 베란다 외부에 실외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해 주는 등 잘못된 설계가 전력수요를 부추긴다. 여름철 냉방기기 전력수요만을 위해 수조원에 달하는 발전설비가 신규로 건설된다.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맹목적인 에너지절약에 목소리만 높일 때가 아니다. 여름마다 수요관리로 전기요금의 몇 배를 보상해주면서 힘겹게 산을 넘을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자. 에어컨 실외기를 베란다 내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전력수요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권유하거나 필요할 경우 설치비를 지원하는 등 지원제도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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