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
-이윤호 주러시아 대사-
기지개 켜는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
-이윤호 주러시아 대사-
  • 에너지타임즈
  • webmaster@energytimes.kr
  • 승인 2011.06.03 19: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러시아를 한번 보자. 누구에게나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계면적의 1/6을 차지하는, 중부유럽에서 베링해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일 것이다.

이번에는 유·가스전 및 유·가스 배관이 그려져 있는 에너지 지도를 보도록 하자. 우랄산맥 서쪽지역에는 유·가스전과 유럽에 이르는 유·가스 배관이 마치 거미줄처럼 그려져 있다. 그러나 동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의 경우에는 주로 개발예정인 초대형 유·가스전과 건설예정인 유·가스 배관만이 점선으로 그려져 있다. 이것은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개발의 지역간 차이와 동 시베리아 및 극동지역의 잠재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는 확인매장량 기준으로 천연가스는 세계 1위(약 44.4조 입방미터), 석유는 세계 7위(약 740억 배럴)의 에너지대국이다. 극한의 기후 조건과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탐사가 미진하거나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북극권역과 동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의 잠재력을 고려한다면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보유량은 더욱 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는 2010년에 석유 생산 일일 약 1,014만 배럴, 천연가스 생산 일일 약 140만톤으로 세계 1위 생산국이었으며 특히 유럽 가스수요의 1/4을 공급해 오고 있다.

필요한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볼때, 한반도와 인접한 러시아의 동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에서의 에너지 자원분야 협력은 경제적인 면에서는 물론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가스 도입과 관련, 우리는 2009년에 사할린산 LNG 도입을 개시하였고, 앞으로 20년 동안, 우리나라 2010년 천연가스 도입물량의 약 5%에 해당하는 150만톤의 LNG를 매년 러시아로부터 도입하게 된다. 또한, 2008년 한러 양국 정상회담시 체결된 MOU에 의거하여 추가로 년 750만톤 규모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장기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 사업이 예정대로 실현된다면, 우리는 중동 및 동남아에 편중된 천연가스 도입선의 다변화, 북한경유 PNG 방안 성사시 한반도 긴장완화, 나아가 평화정착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동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의 개발촉진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에너지 시장 확보라는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원유의 경우, 2010.12월 동 시베리아 송유관(ESPO)이 부분적으로 개통되면서 일일 약 30만 배럴의 시베리아산 원유가 동 아시아 시장에 공급되고 있으며 이중 약 30%를 우리가 도입하고 있다. 동 시베리아 송유관(ESPO)이 완공되는 2013년경에는 동 아시아 시장으로 공급되는 원유량이 일일 100만 배럴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국내 도입물량도 증가하면서 우리의 원유도입선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유·가스전 개발 부문의 경우, 우리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로는 소련 붕괴후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과 개발정책의 잦은 변경, 고유가 시대에 접어든 이후 에너지 산업에 대한 강력한 국가통제, 우리 에너지기업들의 취약점인 유·가스전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력과 고도의 기술 부족, 그리고 한러간 짧은 교류역사로 인한 주요국 대비 대러 교섭력 취약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한러 양측이 러시아 국내외에서의 에너지 자원 공동개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러시아의 많은 자원 및 에너지관련 기업들이 한국기업들과의 협력을 원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수송 인프라가 구축되어 에너지 개발 여건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동 시베리아 송유관(ESPO) 주변의 유망한 유·가스전을 한러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다방면의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신에너지 보고로 부상하고 있는 북극권역인 야말지역에서의 LNG 사업에도 한국기업의 참여를 요청받고 있다. 야말 LNG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의 노바텍사는 야말 LNG 사업과는 별도로 한국에 가스컨덴세이트 등의 수출도 희망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LNG 사업이 추진될 경우,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LNG선 건조 사업에 우리 조선기업의 참여기회도 부수적으로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긴 안목을 가지고 차근차근 추진한다면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도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될 때라는 판단이다. 주러 한국 대사관은 러시아와 우리나라 기업간의 에너지 협력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