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수명연장 논란
줄줄이 설계수명 다하는 원전이 더 큰 문제
고리원전 1호기 수명연장 논란
줄줄이 설계수명 다하는 원전이 더 큰 문제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1.04.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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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지역주민, 취약한 원전 안전성 잇따라 지적
수명연장 배제되면 발전설비 1/7 감소…경제적 타격 커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일본발 원전사고 여파가 세계 원전시장으로 번지는가 싶더니 결국 우리 원전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 정부는 기존 원자력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신규 원전건설을 비롯해 지난 2008년 수명을 연장한 고리원전 1호기까지 안전성 문제를 거론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특히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4월 12일 20시 26분 경 발전소 내 부하공급용 차단기(비안전모선 ‘A’계열) 손상에 따른 보호신호동작으로 터빈·발전기·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됐다. 이 고장정지를 시작으로 원전 안전성 불감증에 대한 여론이 원전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거기다 과학기술부(現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출신의 김영환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이 2005년 고리원전 1호기 수명연장 관련 과정에서 편법의혹까지 제시하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정부도 여론을 의식, 고리원전 1호기 가동을 잠정중단하고 정밀안전점검에 나섰다. 점검 뒤 가동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리원전 1호기 가동여부가 당장 중요하겠지만 월성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설명수명이 다하는 원전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고리원전 1호기가 폐쇄된다면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의 수명연장도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수명연장한 고리원전 1호기 고장정지
반대여론 형성…국회·지방의회 가세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된 고리원전 1호기 고장정지. 이 고장은 지난 4월 20일 우리나라 첫 원전이자 최근 수명연장 한 고리원전 1호기가 발전소 내 부하공급용 차단기 내부 연결단자를 고정하는 스프링 장력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발표에도 여론은 고리원전 1호기 안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끊이질 않고 계속 제기됐다. 부산·울산지역 의회까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시민단체는 고리원전 1호기를 영구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특히 부산지방변호사회는 고리원전 1호기 고장정지 당일 가동중지 가처분신청서를 부산지법에 제출했다. 이들은 노후원전의 경우 사고위험이 크고 교체되지 않은 부품이 많아 원전가동이 장기화될 경우 외벽 등이 약해지는 ‘치화현상’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부산지역 의회도 이들의 주장에 동참했다. 부산 남구의회는 지난 4월 18일 열린 임시의회에서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방문도 잇따르면서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가중됐다.

김영환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고리원전 1호기 수명연장 과정서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론은 더욱 더 악화됐다.

김 위원장은 “고리원전 1호기 원자로 압력용기 감시시편에 대한 ‘샤르피충격시험’을 실시한 결과 부적합판정이 나왔다”면서 “따라서 한수원은 과학기술부(現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예외규정에 의거 ‘비파괴검사’로 대체한 결과 적합판정을 받아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낸 자료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규정한 내용을 살펴보면 ‘샤르피충격시험’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해당 원자로는 운전을 계속할 수 없다고 명기돼 있다. 따라서 고리원전 1호기는 최초 감시시편을 통한 샤르피충격시험 결과 부적합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가동을 중지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어 그는 “이 파괴검사(샤르피충격시험)가 일종의 조직검사라면 한수원이 실시한 비파괴검사는 X-레이 촬영에 불과하다”고 편법통과 의혹을 주장했다.

사업자인 한수원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해명에 나섰다.

한수원 관계자는 “감시시편은 최악의 환경에 노출된 것임을 감안할 때 원자로 압력용기 최악의 상황을 본 것에 불과하다”면서 “그래서 원자로 압력용기 전체를 대상으로 한 비파괴검사인 정밀검사가 진행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과기부(현 교과부) 고시에 의거 샤르피충격시험에서 부적격판정을 받을 경우 지난 1995년부터 통용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의거 세계적으로 타당성을 인정받는 3가지 정밀평가를 통해 건전성을 입증토록 규정돼 있다.

고리원전 1호기는 정밀평가인 비파괴검사를 받은 결과 현 상태 용접부의 건전성을 비롯해 40년 운전시점 기준으로 안전성 판정기준보다 2.5배 여유가 있음을 확인 받았고 IAEA 사전점검과 아레바(Areva)사의 3자 검토를 통해 그 타당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 그러면서 최근 체르노빌 원전사고 25주기를 맞아 여론은 더 악화되는 양상을 띄고 있다.

급기야 고리원전 1호기 가동여부를 떠나 이 원전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 동안 경제성 논란에 휩싸였던 신재생에너지 등이 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지난달 20일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안전성 우려와 영구폐기까지 거론되는 점을 감안, 교육과학기술부의 보다 심도 깊은 정밀안전점검을 받겠다”면서 “가동 여부는 정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고리원전 1호기 폐기를 우려한 듯 지난달 22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정밀안전)점검을 완료한 뒤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재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환경운동연합은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안전성분석보고서도 공개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투명성도 지키지 못하는 정밀안전점검은 당장 비난을 피하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고리원전 1호기 폐쇄되면 줄줄이 폐쇄
2030년 국내 가동원전 중 절반 문닫아


문제는 수명연장 한 고리원전 1호기가 가동유무를 떠나 앞으로 설계수명이 다하게 될 원전. 특히 고리원전 1호기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가동된 원전이면서 첫 수명연장에 성공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다만 원전업계는 원전 안전성 문제로 고리원전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된다면 인정하겠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중단될 경우 국가에너지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오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에 가동되는 원전의 설계수명이 완료되는 현황을 살펴보면 ▲고리원전 #1(2007년 6월, 수명연장) ▲월성원전 #1(2012년 11월) ▲고리원전 #2(2023년 4월) ▲고리원전 #3(2024년 9월) ▲고리원전 #4(2025년 8월) ▲영광원전 #1(2025년 12월) ▲영광원전 #2(2026년 9월) ▲월성원전 #2(2026년 11월) ▲울진원전 #1(2027년 12월) ▲월성원전 #3(2027년 12월) ▲울진원전 #2(2028년 12월) ▲월성원전 #4(2029년 2월) 등이다.

용량별로 살펴보면 ▲고리원전 #1(587MW) ▲월성원전 #1(680) ▲고리원전 #2(650) ▲고리원전 #3(950) ▲고리원전 #4(950) ▲영광원전 #1(950) ▲영광원전 #2(950) ▲월성원전 #2(700) ▲울진원전 #1(950) ▲월성원전 #3(700) ▲울진원전 #2(950) ▲월성원전 #4(700) 등이다.

국내 가동중인 21개 원전 중 총 12기가 오는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고, 총 발전설비용량은 9717MW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들 발전전원이 수명연장 없이 폐쇄될 경우 현재 기준 1/7수준이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고리원전 1호기가 수명연장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폐쇄된다면 줄줄이 대기 중인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수명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전력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저 평가된 전기요금으로 인해 정부는 발전단가가 낮은 발전전원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에서 수명연장 없이 신규원전건설로 전환할 경우 폐쇄되는 원전도 신규원전만큼이나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서 원전의 수명연장이 필요한 이유는 경제성. 신규원전건설 등으로 대체할 경우 막대한 투자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에너지자원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오는 2012년 11월 만료되는 월성원전 1호기를 수명연장 할 경우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제 유가와 에너지수급 불안정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대용량의 에너지원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신규원전건설 대비 비용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이용가치가 높은 국가 에너지설비의 효율적 활용도 가능하다.

사회적인 효과로 신규 원전부지 확보대비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기존 원전부지를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국토이용을 효율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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