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노 터치, 유류세는 ‘성역’
대통령도 노 터치, 유류세는 ‘성역’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11.01.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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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휘발유 경유 세수만 20조원, 타 유류세도 3조원
‘찔끔’ 내려야 세수만 ‘철렁’… 사용처 불만 해소해야

[에너지타임즈 윤병효 기자] 정유사를 타깃으로 한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 인하” 발언이 자충수가 돼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기재부에 유류세 인하를 건의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았지만, 기재부는 곧바로 “검토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못박아 부처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왜 정부는 정유사에 강공을 가하면서도 기름값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는 ‘성역’으로 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유류세로 거둬들이는 엄청난 세수다.

유류세는 휘발유 경유를 비롯해 등유 항공유 선박유 벙커유 LPG 등 다양한 에너지원에서 거두고 있지만 역시 가장 많이 걷히는 곳은 휘발유와 경유다. 한 해 휘발유와 경유에서 거두는 유류세만 총 20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국내 휘발유 수요량은 전년대비 5.2% 증가한 100억1095만리터로 추정된다. 여기에 리터당 820.48원의 세금이 부과되므로 총 세수는 8조6410억원이다.

또한 경유 수요량은 전년대비 2% 증가한 198억1304만리터로 추정된다. 경유에는 리터당 570원의 세금이 부과되므로 총 세수는 11조2934억원이다. 두 세수를 합하면 총 19조9344억원이며, 나머지 에너지원의 세수도 3조원이 넘는다.

정부가 유류세를 섣불리 내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과연 실질적인 효과가 있느냐’이다.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를 리터당 10원만 내려도 1년 세수는 3000억원이 날아간다. 정부가 한 해 수천억원의 세금을 걷지 않는 용단을 내리고 유류세를 몇 십원 내려도 소비자들은 기름값 인하 효과를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게 석유업계의 중론이다. 적어도 100원은 내려야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

이는 유류세를 인하했던 2008년 사례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고 국내가격이 휘발유 1600원대, 경유 1400원대를 기록하자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거센 국민여론이 일었다.

결국 정부는 그해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간 리터당 휘발유 82원, 경유 58원, LPG 17원의 세금을 내렸다.
그러나 이 정책은 국감에서 실패라는 지적을 받았다. 소비자들이 느낀 기름값 인하 효과는 거의 없고, 세수 1조4000억원만 날아갔다고 의원들은 지적했다.

결국 휘발유 기준으로 유류세를 100원 가까이 내려야 실질 인하 효과가 나지만 그럴 경우 수조원의 세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유류세에 쏟아지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인하’보다는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명확히 밝혀 해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유류세 비중이 훨씬 높은데도 소비자들이 그만큼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의 불만이 없다”며 “유류세의 사용처를 명확히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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