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설정한 현 정권의 선택은 정치색을 떠나 시기적으로 적절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기 위해 마련되고 있는 세부 지침들을 들여다보면 ‘무늬만 녹색 아니냐’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새롭게 마련된 자동차 연비 및 온실가스 감축 기준에 가해진 따가운 눈총도 그 중 하나다.
최근 박심수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새로 마련한 기준에 대해 “순 엉터리”라는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새 기준은 세계에서 연비와 온실가스 기준이 가장 나쁘다는 미국의 것을 약간만 상향 적용한 것이며, 일본과 유럽 기준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기준에 의하면 2015년까지 10인 이하 승용차는 연비 17km/L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 140g/km 이하를 준수해야 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여느 나라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숨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비를 측정할 때 연료 소모가 많은 상황을 감안한 시내주행방식(CVS-75)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새 기준은 우리식이 아닌 미국식 주행방식(Combined Mode)으로 계산됐다. 미국식은 시내주행방식과 연비가 좋게 나오는 고속주행방식을 결합한 것.
정부의 새 기준을 시내주행방식으로 계산하면 연비 14.8km/L, 온실가스 배출량 160g/km로 수치가 감소한다.
현재 국내에 시판되고 대부분의 준중형급 승용차들은 이미 이 수준을 만족하고 있으며, 중형급 승용차들도 약간만 개선하면 무리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보다 자동차업계가 받을 피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기준을 설정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모든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근본적 취지가 희석되기 마련이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목표를 상실한 채 표류하고 만다.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언급한 지 꼭 2년이 지났다.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지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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