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시대…흔들리는 고유가 에너지정책
저유가시대…흔들리는 고유가 에너지정책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01.0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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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큰 보탬 되나 신재생에너지·수요관리 산업 위축 우려
전문가들 다가올 고유가시대 대비한 대비책 마련 언급해야

【에너지타임즈】올해도 국제유가를 둘러싼 불안요인이 국내 에너지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의 저유가시대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소비자물가 등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에너지산업 중 일부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어 고유가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보다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WTI) 유가는 54.12달러, 런던석유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브렌트(Brent) 유가는 57.90달러에 각각 마감됐다. 또 우리나라 석유제품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두바이(Dubai) 현물유가는 지난 2009년 5월 이후 최저인 53.6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50달러 선에서 마감됐다.

저유가시대는 석유공급이 수요를 앞질러갔기 때문인데 비OPEC의 석유공급량 증가와 OPEC의 현재 석유생산량 유지, 고유가시대 불러왔던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요인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지면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외석유정보기관인 미국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ambridge Energy Research Associates)·석유산업연구소(Petroleum Industry Research Associates) 등은 런던석유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유가를 배럴당 70달러 전후로 내다보는 등 저유가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점쳤다.

먼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저유가시대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수입을 줄여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분명 반길만한 일이지만 고유가시대에 맞춰져 있던 에너지정책의 체질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 정책이 자칫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어렵게 고유가시대에 맞춘 에너지정책이 저유가시대 중심의 에너지정책으로 선회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장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정책은 고유가시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수립되고 추진됐으며, 대표적인 산업은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수요관리.

가장 우려되는 산업은 신재생에너지산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발전기의 발전단가가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높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는 곧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생력을 잃을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발전사가 RPS제도에 의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경쟁력을 잃게 되면 이들은 투자보다 과징금을 부담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인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신재생에너지산업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영향이 국내에 반영될 경우 상당한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에너지수요관리정책도 주춤해질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에너지소비패턴이 수요관리 중심에서 공급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저유가시대가 지속되면 그만큼 수요관리정책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고, 특히 산업체는 그 동안 추진했던 고효율전환사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가가 급락했다고 (에너지수요관리정책)에 대한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서 경각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망과 함께 전문가들은 저유가시대가 이어지면서 고유가시대에 맞춰 수립되고 추진됐던 에너지정책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저유가시대는 분명 국익에 큰 보탬이 되겠지만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수요관리정책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에너지정책이 훼손되면 더 큰 악재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현재 국제유가를 둘러싼 갈등은 추후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어지게 되고 또 다시 고유가시대로 전환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에 대한 대비를 반드시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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