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다우지수·지정학적 요인의 유가변동 영향력 줄어들 것
전체 에너지원 중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석유. 경기침체가 세계 곳곳을 휘감은 이때에 올해 국제유가의 향방은 중요 관심사항이 아닐 수 없다.
이문배<사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해 대비 21% 상승한 배럴당 74.5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하반기의 수요증가를 근거로 들었다.
단, 6가지 변수가 있다고 전제했는데 그것들은 석유수요, 달러가치 변동, 미국 주식시장과 연관성, OPEC 증산, 미 정부의 파생상품 규제정책, 석유 지정학적 요인이다.
이 변수들이 유가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올해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지 직접 들어봤다.
▲올해 가장 큰 화두는 세계 경기 회복이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초 배럴당 30달러에서 현재 80달러까지 2배 이상 올랐는데 수요가 늘어나 오른 게 아니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치와 이에 따른 투기자금이 몰린 까닭이다. 지난해 전 세계 석유소비는 8400만b/d으로 2008년 대비 200만b/d이 줄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올해 130만b/d이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에경연에서는 150만b/d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150만b/d 중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의 비중이 80~90% 차지할 것이다. 5·6월 이후 세계 경제에 더블딥만 오지 않으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최근까지 달러가치와 유가 변동이 심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보는가.
▲달러가치가 10% 하락하면 유가는 배럴당 11달러 가량 상승한다. 지난해 유가가 오른 것의 절반 이상은 달러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배럴당 80달러 중 20달러가 달러가치 하락으로 인해 올랐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가 긍정적으로 개선되면 달러가치의 큰 하락이 없을 것이다. 때문에 달러가치의 변동으로 인한 유가 변동도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주식시장에 따른 원유가격의 변동은.
▲세계적으로 미국 시장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미 주가지수와 유가가 많이 연동됐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우지수가 1만 선 아래에 있을 때의 일이고, 1만 선을 넘으니까 연동성이 떨어졌다. 투자의 다양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동자금이 언제 회수될 것이냐 측면에서 볼 때 연관성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OPEC의 생산량은 어떨 것으로 보는가.
▲OPEC는 현 유가수준(배럴당 80달러 대)에 만족하고 있다. 지난해 산유국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경기에 악영향을 줘 결국 자기들한테도 좋지 않다는 경험을 배웠다. 이들은 현재 유가가 과도하게 오를 경우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충분히 있다. 수요증가로 인해 유가가 적정 수준을 넘어 가면 커트할 것이다.
-투기자금이 많은 유가상승을 부추겼는데 올해 향방은.
▲유가가 오르기 시작한 2007년부터 원유시장에 많은 투기자금이 들어오면서 수급요인에 상관없이 상승세를 부추겼다. 이는 유가 변동성 예측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며, 세계 경제에도 안 좋다. 현재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규제들이 검토되고 있으며, 올해 열리는 G20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알고 있다. 투기자금 유입을 잡느냐 못 잡느냐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요인은 어떻게 보는가.
▲현재 특별한 요인은 없다. 다만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변동성이 크다는 면에서 볼 때 이란과 나이지리아 문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또한 미국에 많은 원유를 판매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남미지역에서 정치적 선동을 하고 있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결국 직접적 요인은 석유수요 변화인 것 같은데.
▲그렇다. 현재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크게 수급과 금융요인이 있는데, 수요는 말한 대로 하반기부터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고, 금융요인은 연관성이 줄어들 것이다.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세는 2011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