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수의계약 순기능 살린다면 떠났던 조합원 다시 돌아올 것
전기조합 중심 조합원 기술개발 이뤄지면 판로 개척 문제없어
지식센터 건립 따른 수익…조합원 기술개발 뒷받침 가능할 것
무산된 공제조합 설립 아쉬워…언젠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강조
【에너지타임즈】 단체수의계약은 공공기관이 물품을 구매할 때 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된 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하는 제도로 1966년 도입됐다. 이 제도는 경쟁제한에 따른 가격 인상과 품질 저하, 기술개발 소홀 등의 문제점과 함께 조합원 간 물량 배정과 납품 등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면서 2000년대 초반 단체수의계약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면서 협동조합은 제조업 중소기업 구심점이란 역할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전기조합도 단체수의계약 폐지 이전과 이후로 명암이 엇갈리게 됐다. 조합원은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해 상생이란 길보다 각자도생이란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전기조합이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얻기 위해선 단체수의계약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만 단체수의계약 부활은 시대적 환경 변화와 함께 이미 부작용을 경험했던 만큼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곽기영 전기조합 이사장은 그 해법을 단체수의계약 순기능에서 찾고 있다. 구조적으로 단체수의계약을 부활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단체수의계약 순기능을 살린다면 전기조합도 과거의 영광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단체수의계약 순기능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일감을 만들어주는 것에 있다.
정부가 단체수의계약을 도입하자 제조업 중소기업들은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감이 집중되자 조합원 간 소통은 강화됐고, 안정적인 일감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이 이뤄지는 등 건전한 생태계 조성이 가능해졌다. 일감이 생태계를 만든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곽 이사장은 단체수의계약이 부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조합원 간 소통과 기술개발로 생태계를 조성한 뒤 일감을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렇게 된다면 단체수의계약 순기능을 살릴 수 있고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전기조합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본지는 단체수의계약 이전 전기조합 영예를 되찾겠다는 곽기영 전기조합 이사장이 지난 8년간 단체수의계약 부활을 위해 걸어온 길과 함께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지난해 30조 원에 달하는 한전 적자 발생, 이 여파로 전기조합 조합원도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일감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전력그룹사 사장단 회의에서 한전이 지난해 경상정비 예산 30%를 줄였다고 발표했다. 유지보수 시점을 조절한 것인데 전기조합 조합원도 당장 일감이 줄어 힘들어하고 있다.
곽 이사장은 “2008년에도 한전이 크게 적자(7조 원가량)를 낸 적이 있는데 산업 자체엔 문제가 없었으나 지금은 피부와 와 닿을 정도”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지난해 한전 발주물량이 예년과 비교할 때 25%까지 떨어지고 해외 진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도 대폭 줄어드는 등 한전이 투자를 지연시킨 부분이 있으나 소기업의 고충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조합 조합원 중 75%는 자생력이 부족한 소기업이고, 나머지 25%는 자생력을 갖춘 중소기업이다. 그래서 지금의 위기는 전기조합 전체의 문제란 것이다.
전기조합은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중단했던 지역별 협의회를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운영했다. 이 협의회 운영은 단체수의계약 재건에 필요한 요소인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의 일환이다.
모처럼 만난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계약이 체결되는가 하면 소통의 시간을 통해 발전방안을 스스로 모색하는 등 상생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곽 이사장은 “대부분 조합원이 물량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고 있고, 조합이 나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달라”는 주문과 함께 “(일부 조합원은) 투자를 하고 싶어도 자금이 여의치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조합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얘기하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일부 조합원은 매년 한 번씩 열리는 이 협의회를 두 번으로 늘리자는 요청이 있을 정도”라면서 “조합원 간 소통은 전기조합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조합원이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곽 이사장은 재임 기간에 소통을 강화하는 행보와 함께 기술개발을 통한 일감 확보에 바짝 신경을 썼다.
기업 활동은 기술혁신과 판매확보로 요약되고, 기술혁신이 이뤄지면 판매확보가 가능하다고 봤다. 따지고 보면 단체수의계약은 기술혁신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일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전기조합은 연구소와 지식센터를 건설함으로써 조합원 기술개발과 일감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곽 이사장은 연구소 필요성과 관련해서 “2015년 취임했을 때 우리나라 조합 중 최초로 협동조합 연구소를 개설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문은 닫은 바 있다. 다만 이달 중으로 정부로부터 받은 제재가 풀리기 때문에 연구소를 대시 설립하고 조합원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합원이 기술개발을 통해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기조합이 돕겠다는 것이다.
전기조합은 2015년 연구소를 설립했으나 이전에 정부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정수급 등을 지적받으면서 정부로부터 기술개발 예산을 받을 수 없는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정부로부터 기술개발 예산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연구소는 당장 그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바 있다.
곽 이사장은 “전기조합이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연구개발을 해서 조합원에게 매각하거나 이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소기업 우수제품 공동 생산 제품이란 구매제도를 만들어 운영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 제도는 조합이 특허를 갖고 조합원이 그룹을 형성해 그것으로 수의계약이나 입찰을 참여해 수주한다면 참여 조합원이 공동으로 생산하고 그렇게 발생한 수익을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만 개발된다면 판매할 수 있는 길은 법적으로 잘 돼 있다. 조달 우수제품이나 성능인증 제품의 경우 한전이 20% 이내에서 수의계약 할 수 있는 등 그런 제도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판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는 “정부나 중앙회 등이 기술개발 제품을 수의계약으로 판로를 확보해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준다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을 것”이란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전기조합은 당장 정상적인 연구소 운영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지식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연구소와 함께 조합원 기술개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조합원에게 건전한 사업장을 제공하는 한편 물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등 조합원에게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곽 이사장은 “현재 전기조합 부지는 2000평에 달하는데 부지임에도 불구하고 활용 가치는 낮다. 용도가 교육시설이어서 따로 쓸 방법이 없어 지식센터 건립을 위해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고 100%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지식센터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로 조합원에게 저렴한 사업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로 전기조합 운영이 수수료에 의존하다 보니 수수료 문제가 발생하면 전기조합 운영이 당장 어려워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을 손꼽았다.
특히 그는 “지식센터를 건설하고 분양하면 수익금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수익금으로 전기조합을 운영하고 남는 수익금과 기존에 발생하는 수수료, 연구소를 통해 확보한 정부 예산 등으로 조합원이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조합원은 필요한 기술개발을 할 수 있고 그만큼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기조합 숙원사업을 할 수 있는 밑천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곽 이사장은 지난 8년 중에서 공제조합 설립을 하지 못할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한전은 당장 30조 원에 달하는 적자로 인해 발주를 줄이게 되고 이 여파로 전기조합 조합원이 힘들어하지만 줄어든 발주량은 언제든 다시 발주될 물량이어서 조합원은 버티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면서 조합원 부담은 금융비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곽 이사장은 공제조합이 있었다면 위기 상황에서 조합원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더 아쉬워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렵고 보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원이) 공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다. 공제조합이 만들어졌다면 조합원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려울 때 결국 금융이 제일 문제”라면서 “어렵지 않을 때 우산을 빌려 가라고 하지만 정작 어려울 땐 우산을 빼앗는 것이 금융기관의 행태”라고 언급하면서 “전기조합이 이 같은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은 공제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제조합 설립이 한번 무산되긴 했으나 그 누구라도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위기는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