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타임즈】 한 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에너지전환정책 논란이 한전적자로 고개를 들고 있다.
2018년도 1/4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한전 매출액은 15조706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 늘어난 반면 영업손실은 1276억1300만 원, 당기순손실도 2504억6700만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우려했던 한전적자가 현실로 나타났다.
한전적자 원인으로 유연탄 등 발전연료비용 증가와 원전가동률 감소로 인한 가스발전가동률 증가에 따른 전력구입비 증가 등이 손꼽히고 있다.
실제로 석탄발전 발전연료인 유연탄은 2017년도 4/4분기 톤당 81.6달러에서 2018년 1/4분기 102.4달러, 가스발전 발전연료인 천연가스도 이 기간 GJ당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각각 늘었다.
그러나 원전가동률이 감소한 것에 대해선 에너지전환정책이 원전가동을 제한했다는 주장과 함께 이와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진화에 나선 정부는 철판부식 등 안전점검을 위한 계획예방정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간이 늘어났다는 점을 들어 에너지전환정책과 무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전적자는 원전가동률 감소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에너지전환정책이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에너지전환정책이 에너지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들이 고스란히 이번에 드러났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원전과 석탄발전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한편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스발전을 늘린 가운데 발전연료비용이 증가한 상황이다.
이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한전적자는 만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전적자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전기요금 인상요인과 인하요인이 적기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전이 적자 아니면 과도한 흑자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에너지전환정책이 에너지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 이 현상은 고스란히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이미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한전은 만성적자에 허덕이게 된다.
한전이 만성적자로 이어질 경우 에너지전환정책 성공도 장담하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먼저 소규모 신재생에너지가 대거 전력계통에 연계될 경우 이를 지능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송·배전망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만성적자인 한전이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얼마 전 취임한 김종갑 한전 사장은 전력노조 행사에서 정부에 전기요금 조정을 건의하기 위해선 비용절감 등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인한 투자가 동반돼야 할 시점에 비용절감이란 것이 가능하다면서 반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전기요금 동결상태에서 전력구입비용이 높아지면 당장 한전에 부담이 가중된다.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정산비용을 줄이는 수순으로 들어가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에 집중해야 할 발전회사에 부담이 가중된다. 그래도 상황이 호전되지 못할 경우 발전회사에 발전연료를 공급하는 가스공사도 발전연료비용을 줄이는데 동참하게 돼 부담을 안을 것으로 점쳐진다. 결국 에너지생태계는 무너지고 만다.
전기요금 인상요인과 인하요인은 에너지전환정책이 아니더라도 시시때때로 발생한다.
정부가 에너지전환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지금 한전적자에 에너지전환정책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란 말부터 주워 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전이 과도한 적자나 흑자가 나지 않고 에너지전환정책에 동반되는 투자비를 확보할 수 있는 적절한 전기요금을 도출해낼 수 있는 연료비연동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