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政 현실 반영해야
[사설]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政 현실 반영해야
  • 에너지타임즈
  • webmaster@energytimes.kr
  • 승인 2017.01.09 11: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너지타임즈】정부가 에너지빈곤층을 대상으로 에너지공급기반을 마련해 주는 동시에 에너지구입비용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2007년부터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취지는 훌륭하지만 내용 측면에서 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매년 3만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데 관련 예산은 매년 500억 원을 넘기 못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예산 탓에 수혜가구 당 지원예산은 평균 150만 원이다.

가구당 150만 원의 예산은 이들 저소득층에 필요한 열을 유출하거나 불필요한 열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단열공사, 허술한 창문과 현관출입문 등을 PVC창호와 ABS도어로 교체함으로써 근본적으로 공기의 유·출입을 차단하는 창호공사, 에너지효율 대비 에너지가격이 높은 전기용 난방기기의 사용을 줄여 1차 에너지를 이용한 난방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배관설치공사, 고효율 가스·기름·연탄보일러를 설치해 주는 공사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 모든 공사를 하는데 가구당 150만 원의 예산이 집행된다니 누가 봐도 웃을 일이다. 지난해 한 공공기관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취약계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에 지원한 예산이 무려 가구당 1000만 원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관련 예산이 배정되지 않는 것보다 배정되는 것이 낮겠지만 실효성에 물음표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에 예산을 편성해 집행한지 10여년이 다 돼 간다. 그 결과 매년 3만 가구씩 지금까지 30만 가구가 이 예산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면서 정부는 에너지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했다는 정책홍보를 하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빠지지 않고 있다. 이들 의원들은 이 사업에 대한 실효성 문제와 사후관리문제 등을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예산에 쫓기다보니 많은 부작용이 내재돼 있다. 일단 과도하게 예산을 아끼는 정책으로 진행되다보니 실제로 애프터서비스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일 수밖에 없다. 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인 에너지재단도 곤란하기 마찬가지다.

나름 사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에너지재단은 질 좋은 자재를 공동구매하고 있지만 자재를 구매하는데 동반되는 서비스들이 생략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일러를 구입하면 설치와 애프터서비스가 동반돼야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생략되고 있다. 또 아무리 완벽한 공사를 하더라도 하자보수는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재단은 시공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할 수 있지만 가구당 150만 원으로 진행된 공사이다 보니 작은 하자보수를 요청하는 것이 쉽지 않은 눈치다.

게다가 주로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의 수혜가구가 도서산간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자재운반비용 등에 동반되는 비용은 고스란히 시공사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소규모 시공사들은 이중고를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백령도 14가구에 대한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에 필요한 2.5톤 트럭 1대와 1톤 트럭 3대가 백령도에 들어갔다. 2.5톤 트럭 1대에 대한 해상물류비가 무려 150만 원이라고 한다. 그렇다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정부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단가를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검토되고 있지만 상황은 딱히 바뀌지 않고 있다.

정책결정자가 직접 현장을 한번만이라도 꼼꼼히 챙겨봤더라면 이 같은 상황은 매년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예산을 늘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최근 들어 겨울철 전력피크는 난방용 전기제품의 사용량 증가에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정책도 전력수요관리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저소득층의 난방도구가 전기장판 등 난방용 전기제품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난방기기가 값비싼 2차 에너지인 전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1차 에너지인 석유나 가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또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유지하고 발전설비 증설을 줄이는데 작으나마 역할을 할 수 있다.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작은 의미에서 에너지복지정책의 하나일 수 있겠으나 큰 의미에서 효율이 높은 1차 에너지로 난방에너지를 줄이는 등 비정상적인 우리나라 에너지구조를 효율화시킬 수 있는 효과도 없잖아 있다.

정부는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쉽게 에너지복지정책으로만 보고 수혜가구 카운트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현실적인 예산과 함께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함으로써 미래에 대비하는 에너지정책으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