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한수원 ‘에너지 팜’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기자의눈] 한수원 ‘에너지 팜’ 도대체 누구를 위한?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12.0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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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한수원이 커피 빈(The Coffee Bean)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카페인 ‘에너지 팜(Energy Farm)’을 지난달 6일 오픈했다. 이 카페는 서울YMCA빌딩(서울 종로구 소재) 1층에 위치하고 있다. 대한민국 누구나 아는 종각역 지척에 위치한 노른자위 공간이다.

최근 불어 닥친 한파가 한풀 꺾인 8일 오후, 이곳(에너지 팜)에는 서너 명의 고객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 앞에는 커피가 놓여 있다. 1시간가량 이곳에 머물면서 느낀 것은 그냥 커피전문점이라는 것이다. 에너지체험전시물이 곳곳에 있긴 하나 관심을 두는 이는 거의 없다.

지난해 조석 한수원 사장 취임 이후 내부직원공모를 통한 문화혁신아이디어가 기본이 돼 이 공간이 마련됐다. 당시 공모결과 이 아이디어는 원전본부별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대적으로 오지에 있는 홍보관 스테이션(정거장)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이 홍보관의 홍보효과를 극대화시켜보자는 취지였다고 한수원 직원들은 증언하고 있다.

한수원 홍보관 대부분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오지에 위치하고 있다. 사실상 자가용이나 전세버스가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며, 관심이 있더라도 지나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아이디어를 낸 한수원 직원도 홍보관 접근성을 높여보자는 취지에서 이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논의에 논의를 거치면서 본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 실무진은 어느 지역에 스테이션을 둘 것인가와 어떤 형태로 국민들의 발길을 잡을 것인가란 고민 끝에 서울에 에너지 팜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아쉬운 것은 한수원 직원이 낸 아이디어가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의 아이디어가 묻어 있는 것은 고작 에너지 팜에 홍보관 유인물이 배치되는 정도다.

방법은 없었을까. 예를 들면 월성원전의 경우 경주에 관광안내소 한 컨에 작은 컨테이너박스라도 설치해 홍보관 스테이션 역할을 하게하고 지역 대중교통과 연계해 홍보관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다면 이 아이디어는 충분히 빛을 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시내버스나 시외버스에서 단 팻말에 ‘○○○ 경유’ 대신 ‘월성원전 경유’란 팻말이 붙을 수 있도록 협의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 정도의 시스템을 갖추는데 큰 비용은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에너지 팜의 비용만으로도 전국에 서너 곳은 더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게 아이디어를 낸 만큼 그 만큼의 노력은 동반돼야 한다. 협의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지역주민수용성을 높이는 한 방법이 된다. 이 공간이 운영되면 원전주변지역을 찾는 방문객은 늘어나게 되고 이들이 이곳에서 지출하게 될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팜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에너지에 대한 체험·소통·메세나를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와 주요국가의 야경으로 전력현황을 소개하는 대형디스플레이, 에너지테이블, 에너지게임스테이션, 에너지도서 등을 갖추고 있다. 또 시민단체 등에게 회의시설을 제공하고 현재 아마추어 예술가들에게는 수요일과 토요일 19시부터 20시까지 공연무대를 무료로 제공한다.

한수원은 커피 빈과 매장운영에 따른 제반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고 상호전문역량을 공유하며 매월 일정금액을 서울YMCA에 기부한다. 서울YMCA는 이 기부금을 청년발전기금과 장학금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왜 커피인가. 커피로 국민의 발걸음을 유도하자는 차원이지만 결국 역차별이다. 이 공간은 보편적인 남녀노소 차별을 두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한수원 실무담당자는 자동차전시장을 예로 들면서 커피를 접목시켜놓자 이 전시장을 방문하는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그런 차원에서 한수원도 커피전문점과 이 공간을 함께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시중에서 커피 빈의 가격과 동일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인근상권을 배려한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커피 빈이란 브랜드는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다. 물론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젊은 층이 대세다. 사실상 어린이나 노년층에서의 접근은 쉽지 않은 상황. 물론 커피 빈에서 주스 등의 음료를 판매하고 있으나 아이들끼리 손잡고 커피전문점에 들어갈 일은 얼마나 될까. 또 설령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한 잔에 5000원 내외인 음료비용은 부담이 되지 않을까.

커피 등의 음료를 구입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에 대한 주장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자.

에너지 팜에 들어서면 바로 주문카운터가 오른쪽에 있다. 직접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 이런 상황에서 주문하지 않고 들어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문하게 돼 있다. 순수하게 에너지체험시설을 경험하고자 하는 국민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공간이 커피전문점을 우선적으로 배려한 배치이기 때문이다.

현재 출입구에서 좌우의 위치가 바뀐다면 인식은 전환될 수 있다. 음료를 주문해야만 입장할 수 있는 인식에서 에너지체험관을 둘러본 뒤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 조치로 에너지체험관을 둘러보고자 하는 국민과 음료를 마시고자 하는 국민이 모두 입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수원 실무담당자는 커피 빈 측에서 관리의 효율차원에서 이 같은 배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체험시설은 말 그대로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 과정에서 고장이 날수도 있고, 파손될 수도 있다. 이런 것이 두렵다고 에너지체험시설을 장식품처럼 놔둘 것인가. 체험시설은 말 그대로 보는 것에 더해 체험함으로써 학습효과를 높이자는 것인데 이 담당자의 설명은 체험시설을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면서 구석에 두는 것과 뭐가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이 공간은 당초 기본 아이디어에서 벗어난데 이어 에너지체험관보다 커피전문점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공간을 구성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어떻게 될까.

먼저 한수원은 서울YMCA에 전액 보증금을 낸데 이어 매달 임대료를 전액 부담하고 있다. 한수원 측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주변시세의 2/3수준이라고 언급했다.

8일 네이버부동산에 올라온 인근지역 매물자료를 살펴보면 서울YMCA빌딩 맞은편에 있는 뒤쪽 골목에 위치한 30평 기준 월 300만 원. 이를 기준으로 에너지 팜의 임대료를 추정한 결과 이곳이 100평 남짓임을 감안할 때 1000만 원이 훌쩍 넘고 대로변 노른자위에 위치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15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 공간을 꾸미는데 한수원과 커피 빈은 절반씩 부담했다고 한다.

한수원 실무담당자는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는 반면 커피 빈 측은 인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이 공간(에너지 팜)은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환이 불가능하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목적은 분명해야 할 필요는 있다.

한수원 입장에서 커피 빈 측이 고마울 수도 있다. 최근 원전문제로 뒤숭숭한 이때 선 듯 손을 잡아준 것은 고마운 일인지 몰라도 이 같은 협상결과는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아 보인다.

도대체 이 공간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커피 빈과 국민 중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정말 따져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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