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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필자도 더 이상은 어쩔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진 필자는 죽더라도 싸우다 죽어야겠다는 독한 생각으로 온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이에, 필자는 장엄한 몸짓으로 불현듯 몸을 돌려 돌아섰다. 집채만한 맹견은 어느덧 필자의 바로 뒤 3미터 정도까지 다가와 있었다.
하릴 없이 줄행랑을 치던 필자의 갑작스런 태도 돌변에 맹견은 순간 흠칫 놀라며 멈춰 섰으나 프로답게 이내 자세를 가다듬더니 신속하게 전투태세로 돌입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고 했다. 필자도 순순히 목숨을 내줄 수만은 없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바로 그 순간 필자의 뇌리속에는 찰나와 같이 짧은 순간에 수많은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그 중에 하나가 어린 시절 백일이와의 겨루기 장면이었다.
어린 시절 백일이는 필자의 태권도 맞적수였다. 필자보다 신체적인 조건은 부족했지만 끊임 없는 노력을 통해 필자를 상당히 위협했던 존재였다.
우리 둘은 같은 시기 태권도를 시작했고 함께 노란띠, 파란띠, 빨간띠를 거쳐 승단심사를 받기 위해 국기원에도 함께 갔다.
당시에는 승급을 하려면 반드시 겨루기를 거쳐야만 했다. 약 30년 전 어느 날, 서울에 위치한 한 태권도장에서 동네 유지들과 부모님들을 모셔놓고 백일이와 나와의 승단심사를 벌였다.
그때만 해도 훈련도 힘들고 승단심사 자체도 엄격하게 진행했다. 사범님은 하늘이요 관장님은 우주와 같은 존재였다.
품세심사가 끝난 후 우리 둘은 죽는 것만큼이나 싫은 겨루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죽을힘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손자병법 제 9계에서는 매사를 서두르지 말고 때를 봐서 공격할 것을 가르치고 있고 이어 12계에서는 상대가 빈틈을 보일 때를 이용하라고 말하고 있다. 당시 이러한 내용은 몰랐지만, 무도를 익혔던 우리들은 본능적으로 이것을 체득하고 있었다.
首尔(shǒu ěr)은 서우얼로 발음되며 ‘서울’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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