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시장에 불어온 원전 바람
해외시장에서도 “쭈욱∼”
한반도 시장에 불어온 원전 바람
해외시장에서도 “쭈욱∼”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0.01.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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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1·2, 30년 원전 건설·운영 경험 총 집합
신고리 #3·4, 수출형 원전으로 육성할 新모델 건설
신월성 #1·2, 선진공법으로 건설의 新 이정표 마련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건설에 붐이 일고 있다.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붉어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현재 개발된 발전설비 중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면서 경제성도 뛰어난 발전설비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세계적인 움직임은 우리나라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이 줄을 잇는다. 이미 20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규모만으로 세계 6위의 원전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 이뿐인가. 원전 가동에서도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원전수출에 도전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00∼400기까지 원전의 건설되는 등 거대시장으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원전 2기 수출은 소나타 32만대나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40척을 수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그리고 원자력 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원전산업은 최근 요르단 정부에서 발주한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건설사업의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최근 UAE에서 발주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국제 시장에서 두각을 내밀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 움직임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원전 확대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신고리원전 1∼4호기와 신월성원전 1·2호기 등에서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중이고 신울진원전 1·2호기와 신고리원전 5·6호기의 건설 프로젝트가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경인년(庚寅年)을 맞아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원전 수출과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해 현장의 소리를 담아봤다.


















대림산업, 다양한 실전경험으로 원전건설 주관사로 우뚝
두산중공업, 핵심 기자재 생산과 설치 맡아 시행착오 줄여
삼성물산, 국내서 축적한 시스템 해외 시장서 효율 높여
GS건설,  대부분 직원 원전건설 경험 10년 이상씩 보유
SK건설,  신고리 #5·6 주관사 거쳐 해외시장으로 진출


아침 7시. 우리나라 원전 건설현장은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건설 크레인이 말해주듯 건설현장은 늘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원전 운영에서도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건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현장소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을 둘러보는 것이 일과 중 절반이라고 한다.

기자는 지난달 원전 건설현장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우리나라 남동해안으로 자동차를 몰았다. 공교롭게도 현재 원전 건설현장은 이곳에 집중돼 있다.

첫 번째로 방문한 현장은 신고리원전 1·2호기. 이 발전소는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효암리와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에 건설되고 있다. 1호기는 이미 돔이 닫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돼 있었다. 완공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이 발전설비는 한국표준형원전을 참조한 것으로 30년 우리나라 원전 건설·운영의 경험이 모두 집약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총 발전설비용량은 200만kW(100만kW×2기)으로 1000MW급 개선형 표준원전(OPR1000)이 적용됐다. 이 노형은 기존 노형에 비해 안전성과 경제성이 한층 강화됐고 원전 종사자의 운전 편의성과 방사선 피복저감을 도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역사적인 건설현장에는 현대건설·대림산업·SK건설 직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이날 기자는 까맣게 그을린 얼굴의 장종기 대림산업 소장을 건설현장에서 만났다.

이날 장 소장은 “현재 공정률은 91.3%로 오는 5월이면 신고리원전 1호기의 연료가 장전되고 연말경에 준공된다”며 “우리나라 원전 건설 신뢰도가 높아져 1∼2개월 가량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신고리원전 2호기는 3개월 가량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대림산업이 원전 건설산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영광원전 5·6호기를 건설한데 이어 우리나라에서 건설되고 있는 화력발전소와 양수발전소 건설 등 다수의 발전플랜트에서 얻은 실적을 인정받아 신울진원전 1·2호기 주설비공사 입찰에 주관사의 자격을 인정받아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잠시 동안의 만남을 뒤로하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당시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한적한 동네에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지프차와 승용차들이 현장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적한 도로에 출·퇴근시간도 아닌데 차량들로 가득했다. 왜 이럴까 생각해봤다.

이후에 안 사실이지만 원전 건설현장에는 함바집이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지역경제발전을 위해 건설현장 인근 식당을 돌아가며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도 원전 건설현장에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그러면서 지역주민들과 한층 쉽게 융화될 수 있는 것 같다.

다음 목적지는 1km 가량 떨어져 있는 신고리원전 3·4호기.

이 발전소는 신고리원전 1·2호기와 인접한 울산시 울주군 서생명 신암리 일원에 건설되고 있다. 지난 1992년부터 10년 간 국가선도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된 제3세대 신형원전(APR1400)이 적용됐다. 총 발전설비용량은 280만kW급(140×2기).

이 발전소는 오는 2013년과 2014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으며 성능은 울진원전 3·4호기을 비롯해 영광원전 5·6호기 등 종전 한국표준형원전에 비해 출력이 늘어났고 현재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 중 가장 최신의 모델이다. 그렇다보니 발전소 건설 당시부터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발전소는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두산중공업과 SK건설에서 맡고 있다. 현재 신고리원전 3호기 공정률은 29.65%이며 4호기의 공정율은 13.21%에 달한다고 한다.

현장을 둘러보고 현장사무실로 돌아오는 김찬곤 두산중공업 소장을 만났다. 이 프로젝트에 두산중공업은 신고리원전 3호기 기전공사, 4호기 토목공사와 구조물공사를 각각 담당하는 분담시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 소장은 “이 발전소에 적용되는 APR1400 노형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며 “사실 두산중공업이 원자로 등 핵심설비를 제작해 공급하고 이를 시공함에 따라 첫 적용에 따른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만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두산중공업은 원전 기자재 공급에도 일가견이 있지만 건설에도 한 몫을 담당했다. 이미 울진원전 3∼6호기 건설을 주도한 바 있다. 김 소장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고 한다.

김 소장은 “두산중공업은 원전 설비공급뿐만 아니라 건설 등의 실적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하는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건설현장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SK건설.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리원전 1∼4호기 건설 프로젝트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전략이다.

허걸 SK건설 소장을 만나 공사현장으로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 그는 “SK건설이 후발주자로 원전 건설산업에 기술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모르겠지만 원전 건설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돼 있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사실 원전 건설에 SK건설은 처음이지만 에너지플랜트 분야에서 다양한 시공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대형 무연탄화력발전소인 동해화력을 시작으로 다양한 발전소를 건설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인 총 발전설비용량 160만kW(80만kW×2기)의 영흥화력 3·4호기 건설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현장을 함께 둘러본 허 소장은 “앞으로 SK건설은 이 원전 건설공사 실적을 바탕으로 곧 발주될 신고리원전 5·6호기 입찰에 주관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며 “이를 주축으로 해외 원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SK건설이 시나리오”라고 포부를 밝히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출장 2일째다. 신고리원전 건설현장을 떠나 동해안을 따라 쭉 뻗어있는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1시간 남짓 달렸다. 또 다른 원전 건설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봐도 원전 건설현장 같다. 멀리보이는 크레인과 골격을 갖추기 시작한 돔 등이 이를 증명한다.

신월성원전 1·2호기의 발전설비용량은 200만kW급(100만kW×2기). 지난 2005년 10월 터를 닦기 시작해 현재 60%가량의 종합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대우건설을 주축으로 삼성물산과 GS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미 건설공사는 피크에 달한 듯 보인다. 원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원전의 핵심설비 중 하나인 원자로가 성공적으로 설치됐고 증기발생기 2대와 원자로 냉각펌프, 터빈, 발전기 등의 핵심기기들이 대부분 설치됐다고 한다. 준공은 오는 2012년과 2013년.

이 발전소에 적용된 노형은 OPR1000으로 해외수출을 위한 참조발전소로 해외 수출의 출발점인 동시에 APR1400의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선진공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건설공사기간 단축과 선진건설 관리로 원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정기화 삼성물산 부장은 첫 만난 자리에서 신공법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원자로건물 격납철판(CLP) 3단 인양에 대한 자랑을 늘어놨다. 이 신공법은 지난 2007년부터 2년 이상의 기술검토 과정을 거쳐 성공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 부장은 “신월성원전 2호기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CLP 3단 인양을 시도했다”며 “원자로건물은 CLP 설치가 완료돼야 외벽 콘크리트 타설을 시행할 수 있어 CLP 설치가 빨라지는 만큼 건설공정도 단축된다”고 장점을 늘어놨다.

이미 삼성물산은 당진화력 3·4호기와 7·8호기의 건설을 주도한 바 있고 평택복합화력과 포스코파워 등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도 다양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토목공사의 꽃으로 불리는 양양양수와 청송양수의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정 부장은 “우리나라 건설에서 얻은 실적은 시스템으로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을 해외사업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별도의 투자 없이 전문인력을 개발할 수 있을 것”

이라며 “삼성물산의 이 시스템을 해외사업에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새로운 원전 건설시장에 도전장을 낸 건설회사가 있다. 바로 GS건설이다. GS건설에게 이 프로젝트는 의미가 크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원전 건설산업의 첫 진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녀진출이라고 얕보면 큰 코 다친다.

이날 무인카메라로 현장을 체크하던 신종태 GS건설 소장은 “솔직히 말해서 GS건설에서 보유하고 있는 인력은 보통 원전 건설 경험이 10년 이상”이라며 “GS건설은 시공실적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력만으로 보면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최고를 자랑한다”고 성장할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전 건설은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없으면 원활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며 “원전 건설 규정과 프로세스, 절차 등이 거의 똑 같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자신했다.

신 소장은 GS건설이 우리나라 원전 건설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이윤추구보다는 해외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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