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폐지됐지만 떠났던 이들 아직 돌아오지 않아
탈원전 폐지됐지만 떠났던 이들 아직 돌아오지 않아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12.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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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숫자 줄지 않았다지만 눈에 안 보이는 원전 생태계 이미 붕괴
원전 정쟁 도구로 활용되면서 가치 훼손…이제는 정치와 결별할 때
생태계 복원 유일한 대안 신규원전 건설…무너진 신뢰 회복 청신호

【에너지타임즈】 정권이 교체되면서 탈원전 정책은 사실상 폐지됐으나 원전노동자들은 피켓을 놓지 못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폐지됐을지 몰라도 폐허가 된 원전 생태계가 아직 복원되지 못했고, 복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전노동자들은 현재 상황이라면 원전 생태계 복원이 묘연할 수밖에 없고, 떠났던 이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음에 많은 걱정을 했다. 신뢰가 무너진 것과 함께 떠났던 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기반이 없다는 것을 문제로 손꼽고 있다.

그러면서 원전노동자들은 정치가 에너지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념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대안은 뭘까. 이들은 원전노동자들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분명한 신호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본지는 원자력노동조합연대 의장을 맡고 있는 최영두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위원장과 이성배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중공업지회 지회장을 만났다.

새울원전 3‧4호기 건설현장.
새울원전 3‧4호기 건설현장.

일감 없어지자 원전산업 도태
갈 곳 잃은 노동자 업계 떠나

요즘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전임 정부에서 추진한 것은 탈원전이 아니라 에너지전환이기 때문에 원전 생태계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곧잘 들린다. 원전의 숫자가 줄지 않았음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다만 원전노동자들은 보이지 않는 생태계가 이미 처참하게 무너졌음을 더 걱정하고 있다.

최영두 의장은 전임 정부에서 고리원전 1호기를 비롯한 월성원전 1호기 영구폐쇄와 설계수명 다한 원전 계속 운전 불가 결정,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등의 상황을 설명하며 원전 생태계가 붕괴할 수밖에 없음을 꼬집었다.

원전 기자재를 공급하는 기업의 일감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산업 도태로 이어졌고 갈 곳을 잃은 노동자들이 업계를 떠나면서 원전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이 처참하게 무너졌다는 것이다.

최 의장은 미국이 가장 많은 원전을 건설해 운영하나 원전 기자재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것은 원전 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전이 운영된다고 해서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았다고 하는 야당의 주장은 비상식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무너진 원전 생태계가 회복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눈치를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탈원전을 겪고 난 후 정치란 생물 안에서 고민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전임 정부가 신규원전 백지화를 추진하면서 원전을 설계하는 한전기술과 원전 기자재를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당장 일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성배 위원장은 수익이 창출되지 않으면 과감하게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민간기업 경영인이 가지는 기본적 가치라고 언급하면서 탈원전이 추진됐을 때 기업은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조와 충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들이 갈 곳이 없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당시에 대안으로 제시됐던 가스터빈이나 풍력발전으로 전환과 관련해 사업이 시작단계에 있었고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는 노동집약적이지도 않아 무용지물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위원장은 그는 두산에너빌리티 원전 협력사 기준 3600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탈원전으로 일자리를 잃고 실직하거나 다른 일을 찾아 떠났고 두산에너빌리티 원전노동자도 2017년 기준 1800명 정도였으나 2022년 기준 1200명으로 줄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 5년간 원전 생태계는 엄청나게 무너진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더는 표 장사 도구 이용 안돼
원전=전문가…정치인=정치

원전노동자들은 원전 생태계가 무너진 배경으로 에너지가 정치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원전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최 의장은 정치권에서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이념적 대립은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계속 제공하고 있어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만약에 에너지 정책이 정쟁에서 벗어날 때 원전을 바라보는 국민적 인식이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야만 원전 운영에 따른 혜택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될 때 원전 생태계가 복원되는 것은 물론 원전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위원장은 에너지 정책을 두고 거대 양당이 가십거리로 삼거나 표 장사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국익을 생각해야 하고 국민을 생각해야 하며 노동자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과학‧연구‧기술계 전문가들이 원전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에 산업계로 온 것이기 때문에 원전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정치인이 원전을 다룰 대상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전과 관련된 것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정치인은 정치를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얘기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원전산업계가 이제 겨우 뭔가 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으나 아직도 보릿고개라고 상황을 설명한 뒤 그나마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이 재개되면서 다행이긴 하지만 이것도 3~4년이면 끝나게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그때 원전 생태계를 또 얘기할 것이냐면서 전문가에게 맡겨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신규원전 없인 생태계 더 붕괴
장기 일감 만드는 유일한 대안

원전노동자들이 원전 생태계 복원 기반으로 제시한 것은 신규원전 추진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떠났던 원전노동자들이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라는 것이다.

최 의장은 탈원전 정책으로 대진원전 1‧2호기 고시가 철회됐고, 천지원전 1~4호기의 경우 토지보상이 중단되면서 고시가 철회된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이 재개됐지만 2023년 준공되고 나면 신규원전 건설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때 어떡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는 신규원전 발주가 이어져야만 일감이 계속 나오고 되는데 그게 멈춰버리면 원전 생태계는 회복은 고사하고 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신규원전 건설 없이는 원전 산업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 의장은 가동 원전도 원전 생태계가 살아 있을 때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면서 가동 원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자재를 적기에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원전 생태계가 없다면 원전기술도 더는 진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선 일감이 필요하고 장기적인 일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신규원전 건설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그는 신한울원전 3‧4호기만 본다면 실제로 기자재를 제작하는 기간이 3~4년 정도여서 원전 기자재 기업이 이 기간을 보고 신규인력을 뽑을지도 의문이지만 인력도 3~4년을 보고 입사할 일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전 기자재가 밀가루 반죽으로 붕어빵을 찍어내는 그런 제품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과 과학적 지식, 전문인력 등이 투입될 때 생산되는 제품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도 신규원전 건설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현재 추진 중인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만으로 기업은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고, 노동자도 고용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원전산업계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영두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과 이성배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중공업지회 지회장(왼쪽).
최영두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과 이성배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중공업지회 지회장(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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