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만 민족, 태양광 발전에 운명을 걸다
게르만 민족, 태양광 발전에 운명을 걸다
  • 최도현 기자
  • licht@energytimes.kr
  • 승인 2009.08.21 18: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양광 설비 규모·설치 장소에 따라 전력 매입단가 차등 적용
재생가능에너지법, 대국민 합의로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일궈내

<르포> 독일 신재생에너지 현장을 가다③ - 라이프치히 성 니콜라이 교회와 재생가능에너지법

 

 


독일 동남부에 위치한 라이프치히(Leipzig)는 일찍이 중세부터 상업도시로 알려질 정도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도시다.

15세기부터 시작된 라이프치히의 무역박람회는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독일 최대의 박람회로 알려지면서 유럽 각지로부터 많은 상인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대규모로 2년마다 개최되는 국제 에너지 박람회(ENERTEC 2009) 역시 이곳 라이프치히에서 열리고 있다.

또한 레클람(Reclam), 인셀(Insel) 등 400개 이상의 인쇄·출판사가 이 도시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라이프치히 그래픽 서적예술 대학을 통한 높은 수준의 교육과 고서적 박람회 등의 도서 전람회가 꾸준히 열리면서 독일 인쇄·출판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이프치히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인 구 증권거래소(Alte Handelsboerse)가 1678년에 세워졌다는 것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듯이 라이프치히는 교통, 무역, 금융, 상업, 인쇄 전반에 걸쳐 독일 경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곳이다.

라이프치히는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인 동시에 독일 현대 정치사를 송두리째 변혁시킨 장소이기도 하다. 1989년 라이프치히 시내에 위치한 성 니콜라이 교회(St. Nikolaikirche)에서 울려 퍼진 평화 시위가 독일 통일의 촉매제 역할을 했던 것이다.

1989년 10월9일 성 니콜라스 교회에서는 당시 교구 목사였던 크리스티안 퓌러 씨를 중심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고 비폭력 평화 집회가 진행됐다. 집회를 통제했던 군인과 비밀경찰들 역시 군중들의 호소에 감화돼 경비태세를 풀었다.

유혈 진압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된 이 집회의 메시지는 독일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됐고, 독일은 라이프치히의 비폭력 평화 집회가 열린지 꼭 1달 만인 11월9일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게 되는 혁명적인 사건을 맞게 됐다.



성 니콜라이 교회 지붕위에는 연간 3600kWh의 전력을 생산하는 5kW 발전용량의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다. 40㎡의 작은 사이즈인 이 태양광 설비는 2000년부터 작동했고 실시간으로 발전량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교회 건물 앞에 전광판을 마련해 놓았다.

교회는 이 설비를 통해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법에 따라 발전 매입으로 매년 1800유로(약 319만원)의 이익을 얻고 있다.

성 니콜라이 교회와 같이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독일의 어느 지역에서든지 각 가정마다 지붕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둔 주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1년에 제정된 전력매입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법률인 재생가능에너지법(EEG, Erneuerbare Energien Gesetz)을 2000년에 만들었다.

이 법의 등장으로 전력회사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법에 규정된 금액(Tariff)으로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며, 소규모 영세 재생에너지 설비 운영자는 전력공급 대기업과 별도의 판매 계약을 체결할 필요 없이 안정적으로 20년간의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는 현재 제한된 기금과 예산 안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차액 한계 용량을 설정하거나, 전력 기준가격을 인하해 전체 예산집행 규모를 유지해야만 한다.

반면 독일은 전력 소비자들이 나누어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을 대국민 합의를 통해 채택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독일 전체 전력소비자가 1kWh 당 약 1.2센트 정도의 세금을 내서 전력회사가 재생에너지 전력 구입에 따른 비용을 상쇄할 수 있었다.



독일연방 환경부(BMU)가 지난 1월 발표한 ‘에너지정책 로드맵 2020’에 따르면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법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으며, 독일의 혁신력과 생산을 증대하고 특히 고용을 창출하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개정된 재생가능에너지법은 재생가능에너지 분야 사업에 일찍 참여하면 할수록 그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전력매입 단가의 하향 조정을 통해 전력생산 단가가 낮아지고 있는 태양광발전의 현실을 반영하고, 태양광발전의 기술개발과 시장경쟁력 강화를 촉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발전차액 지원제도와 또 다른 점은 독일은 발전시설 규모뿐만 아니라 발전설비 설치 장소에 따라 매입단가를 차등 적용한다는 것이다.

태양광발전 설비가 건물 지붕이나 건물에 부착된 경우 일반 공터 등에 설치된 설비로부터 얻은 전력 매입단가보다 더 높이 책정해 발전시설 면적을 줄여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법으로 마련해 놓았다.

독일의 주택용 건물 지붕위에 올려져있는 태양광 설비들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합의를 통해 이뤄낸 결과물인 동시에 재생가능에너지 보급·확대에 적극적인 독일의 자랑거리로 분명히 자리 잡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