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반디가 시골에서 불 밝혀”
“도시의 반디가 시골에서 불 밝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09.04.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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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거래소, 자매결연 독정마을 찾아 일손 거들어
오명수 이장 “찾아주는 발걸음이 너무 고마워∼”
새 봄이 찾아오는 이맘때면 농부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이들의 손길을 돕기 위해 한국전력거래소 반디봉사단이 반디처럼 희망의 불을 밝혔다.

지난 16일 아침 7시. 전력거래소 반디봉사단원들이 한 둘 본사 앞 약속장소로 모습을 드러냈다. 왜냐하면 자매결연 마을인 독정마을(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소재)의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마을에 도착한 봉사단원. 마을주민들은 마치 먼 친척이라도 온 것처럼 봉사단원을 맞이해 줬다. 아무리 봐도 한두 번 만난 정도로 생긴 친분은 아닌 듯 했다. 지난해 10월 전력거래소는 총 56가구 110여명이 거주하는 농촌의 이 작은 마을과 ‘1사1촌 자매결연’을 시작으로 인연의 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명수 이장은 “요맘때가 되면 배꽃 인공수분(배꽃에 수꽃가루를 묻히는 일)으로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시간은 정해져 있고 이 시기를 놓치면 1년 농사를 모두 망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오 이장의 특명을 받은 봉사단원 28명은 8개조로 나눠 이 마을 곳곳의 농장으로 투입됐다. 기자는 이장의 농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농장에는 5명의 봉사단원들이 이미 배나무에 매달려 배꽃 인공수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 봉사단원 중에는 젊은 사람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봉사단에 인턴직원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찬주 총무팀 과장은 “인턴사원들도 우리와 같은 식구라고 생각하고 봉사단을 모집 한 결과 많은 인턴직원들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이선미 씨는 “인턴으로 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소속감을 못 느꼈는데 반디봉사단에서 활동하면서 내가 정말 전력거래소 직원이구나 하는 소속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웃으면서 일하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작업을 잘못해서 일년 농사를 망치게 될까봐 무서워서 자꾸 무표정해지는 것 같아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한마디 남겼다.

한쪽 옆에서 포도밭 정지작업을 하는 한 사람. 손놀림이 장난이 아니다. 주인공은 손윤태 수요시장팀 팀장. 손 팀장은 “고향이 이곳 안성이고 시골에서 태어난 터라 이 정도의 농사일은 식은 죽 먹기죠”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뺨을 타고 흐르는 구슬땀을 손으로 훔친 손 팀장은 “빌딩 숲 사이로 답답한 가로수만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았는데 이곳에 와 보니 봄의 향기도 나고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몸은 힘들지만 너무 보람된 것 같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 못한 회사일 내일 사무실 책상에 가득 쌓여있겠지만 오늘만은 배꽃 향기에 사무치고 싶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오명수 이장은 “부족한 일손도 일손이지만 찾아주는 발걸음이 너무 고맙다”며 “이 작은 마을에 젊은이의 웃음소리가 퍼지는 걸 보니 이제야 사람 사는 마을 같다”고 흐뭇해했다.
이외에도 반디봉사단은 올 설날에 직원들의 일가친지 선물용으로 배 150상자를 구매한 바 있고 올 가을에 수확되는 배도 공동 구매할 계획이라고 최상준 총무팀 팀장은 밝혔다.

한편 지난 17일 27명의 반디봉사단 단원들이 독정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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