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력계통의 외딴섬 ‘제주도’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외딴섬 ‘제주도’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09.04.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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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류연계선 4차례에 걸친 광역정전으로 정전의 불씨 여전해
최근 불거진 제주계통 통합 놓고 찬·반 주장 팽팽히 엇갈려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외로운 섬. 제주도.

지난 2006년 4월 1일 광역정전 이후 3년이 지났다. 이날의 악몽을 기억하고 싶은 제주도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처. 이 상처를 어루만지기 위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만났다.

제주도는 그야말로 외로운 섬 중 하나다. 인재가 아니더라도 천재지변으로 정전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고 이곳에서 단 한번의 정전을 막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제주도 계통의 통합론이 부각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취재기간 중 만난 이들은 누구나 제주도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바라고 있었다. 제주계통의 통합론을 먼저 말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필요한 많은 이야기를 먼저 꺼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제주도의 광역정전은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겼다. 이 광역정전의 사고원인부터 현재 논란이 되는 제주계통 통합론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본다.


2006년 4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에 광역정전이 발생했다.

이날 발생한 광역정전은 15만5000kW 제주연계선 2회선과 4만kW 제주화력 내연발전기의 고장정지로 인해 제주계통은 총 수요의 56%가 발전기능을 잃었고 그로 인해 과도한 계통주파수 저하로 제주도 전 계통에 정전이 발생했다.

그 결과 25만4000가구에서 짧게는 28분, 길게는 2시간 34분 동안 정전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당시 제주도는 검은 도시 그 자체였다. 제주도 한 주민은 “암흑 그 자체였다”며 “제주시 중심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는 수술 중 정전이 돼 곤욕을 치렀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당시의 급박했던 정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주민은 “당시 정전이 되면서 수도가 공급되지 않고 교통과 민생 등 제주도민들은 괴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제주도민들은 정전에 대한 파급효과가 많아 일종의 정전후유증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속해 있다. 왜냐하면 내륙과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계통은 작고 발전소에 의존하는 빈도가 내륙의 다른 발전소에 비해 높다. 그래서 내륙의 어느 계통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섬 지역의 특성상 염해와 지리적으로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제주도민들은 늘 정전이란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 따라서 어느 지역보다 안정적인 계통운영이 부각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연도별 정전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총 71건의 정전이 발생했으며 원인별로 발전기 고장이 14건, 송·변전설비 고장이 30건, 연계선 고장이 27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중 광역정전은 5건이다. 내륙의 어느 곳보다 정전의 빈도수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년 전 제주도의 광역정전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사고의 발단은 10시 36분 09초 해남과 제주를 잇는 직류연계선 2번선 손상. 그리고 20초 뒤 직류연계선 1번선 제어실패로 정지됨에 따라 제주계통에서 15만5000kW가 탈락돼 제주도 주파수는 60.0HZ에서 57.8HZ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UFR(Under Frequency Relay, 저주파수계전기) 부하차단으로 58.0HZ로 주파수가 회복됐으나 3초 뒤 제주화력 내연1호기가 정지되면서 제주계통에서 4만kW가 탈락됐고 제주도의 주파수는 57.6HZ로 또 다시 떨어졌다. 동시에 UFR 부하차단 했으나 주파수가 회복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4초 뒤 제주도의 모든 발전기는 정지하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단 27초만에 일어났다.

이번 사고 외에도 제주지역의 광역정전은 세 차례에 걸친 광역정전이 발생했다. 1997년 10월 10일 직류연계선 출력증가 시험도 중 오조작, 1998년 1월 30일 직류연계선 설비테스트 중 주파수 상승, 1999년 3월 14일 154kV 고장으로 직류연계선 변환설비에 파급 등의 원인으로 각각 광역정전이 발생했다. 이들 광역정전의 공통점은 직류연계선과 관련돼 있는 것.

이 말을 다른 의미로 해석해 보면 직류연계선의 고장은 늘 상존해 있고 앞으로 사고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논란이 되는 제주계통 통합론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논란은 제주도의 광역정전의 원인이야 천재지변이라고 치더라도 복구과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논란의 씨앗은 지난 1월 제주도를 방문한 정장선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일행이 현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제주도 전력계통 통합론을 제기한 것.

그 일환으로 한전은 지난 1999년 3월 14일 발생한 광역정전 사고를 예로 들었다. 당시 이 사고는 동신 #1 T/L 이물질접촉에 의한 지락고장으로 직류연계선과 운전중인 전 발전기가 정지되면서 제주도 전 계통에 정전이 발생했다. 당시 정전 복구시간은 최초 5분에서 최종 39분. 2006년 정전 복구시간은 최초 28분에서 최종 154분.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전력산업구조개편 이전에는 송·변전설비 휴전 승인과 발전계획 수립, 실시간 급전운영, 발전기 기동·정지, EMS운영 등 모두 한전 제주지사에서 담당해 보다 체계적으로 복구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며 “그러나 구조개편 이후 한전과 전력거래소, 중부발전, 남부발전 등으로 운영체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없어 정전 복구시간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사업체 한 관계자는 “사실 계통은 한전에서 잘 알고 있지만 광역정전 시 1∼2시간 정도 복구시간이 걸리며 복구체계가 각 회사별로 협력체계 때문에 문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주도의 경우 태풍 등 정전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제주도만큼은 이런 문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한전에서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론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단 한전에서 주장하는 1999년과 2006년도 광역정전은 비교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같은 직류연계선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으나 제주계통에서 정지된 발전용량. 1999년의 경우 16만kW에 불과했으나 2006년은 34만8000kW.

쉽게 말하자면 광역정전 발생 이후 소요되는 고장복구시간은 어느 발전기가 먼저 가동에 들어가서 계통에 투입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고장복구시간과 계통운영통합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반대론자들은 주장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복합화력의 경우 15분 정도면 기동이 가능하지만 기력발전기의 경우 2시간까지 걸릴 수 있다”며 “2006년도와 같은 경우 일부분은 일찍이 복구되겠지만 30만kW가 넘을 경우 발전기 기동시간 등을 고려할 때 정전복구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러한 것을 고려해 볼 때 지난 2006년도 광역정전은 제주계통의 통합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오히려 구조개편 이후 제주도의 계통운영으로 계통주파수와 계통전압 유지율이 99.99%로 대폭 향상되는 등 성과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발전회사 관계자는 “시장운영규칙에 따르면 비상시 역할이 잘 구분돼 있다고 본다”며 “통합을 한다고 치더라도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할 뿐 광역정전의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가 일부 포함돼 있으나 조직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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