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 해외자원개발…정부 꼬리 자르기 하나?
논란의 중심 해외자원개발…정부 꼬리 자르기 하나?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5.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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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등 해외자원개발 철수가 기재부·산업부의 교집합
자원공기업, 유가 반등까지 아직 버틸 여력이 있다고 반발
국제유가 반등 조짐…학습효과로 쌓은 경험 사장될라 우려

【에너지타임즈】내달 초 발표될 에너지부문 기능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이견을 보였던 기획재정부와 산업부의 입장이 표면으로 드러났다. 그 동안 해외자원개발의 중심에 섰던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로부터 이 기능을 제외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교집합이다. 다만 앞으로의 해외자원개발 관련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산업부가 민간을 중심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이어가야할 것임을 염두하고 있다면 기획재정부는 경제논리에 의거 굳이 해외자원개발을 지속할 필요가 있느냐로 요약되고 있다.

반면 자원공기업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재무적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단기유동성 확보가 가능하고 MB정권에서 해외자원개발 당시 상당한 수업료를 지불함으로써 관련 노하우를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등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철수하는 것은 더 큰 손실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게다가 해외자원개발을 철수하는 것은 이 사업의 실패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나 진배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은 정부나 정치권의 책임이 왜 없느냐고 반문한 뒤 해외자원개발추진체계 개편방안은 자원공기업에 종사하는 힘없는 노동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꼬리 자르기이자 일종의 면피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최근 정부와 해외자원개발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MB자원외교 당시 관련 사업을 확장했던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관련 자원을 비축하고 민간에 기술을 지원하는 역할만 하도록 제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20일 발표한 산업부의 ‘해외자원개발추진체계 개편방안 연구용역’에 대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석유·가스부문 해외자원개발 개편방안으로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기능 민간 이관 ▲석유자원개발 전문회사 설립 ▲석유공사 자원개발 기능 가스공사 이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 등 4개 방안과 광물부문 관련 ▲광물자원개발 자회사 설립 ▲광물자원공사 자원개발 기능 민관 이관 등 2개 방안을 제시했다.

그 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해외자원개발 관련 정책을 정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의 저유가기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산업부의 방향은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에서 주도하던 해외자원개발을 민간에서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우태희 산업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장·단점을 비교해 지속가능한 자원개발체계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자원개발은 꾸준히 지속해야 하는데 지금은 위축된 것이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에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재무적 위기상황에 놓여있는 건 사실이지만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까지 버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병수 석유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해외자원개발추진체계 개편방안 연구용역 공청회에서 “자원개발은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석유공사의 단기유동성 극복을 위해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승대 광물자원공사노동조합 위원장도 이 자리에서 “해외자원개발추진체계 개편에 앞서 정부가 자원개발지원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먼저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반발했다.

사측의 반발도 만만찮다.

이재웅 석유공사 기획예산본부장은 “재무적인 위기는 맞지만 생산원가를 줄이고 강력한 자구노력 등을 통해 단기유동성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석유개발 특성상 장기간, 리스크가 높아 민간이 투자하는데 한계가 있고 일정규모가 될 때까지 공기업에서 자원개발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어필했다.

이정기 광물자원공사 기획관리본부장은 “자사에서 보유한 전문 인력은 250여명에 달하고 탐사부문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고 볼레오 운영사업 등을 통해 사업역량을 제고했다”면서 “국가의 역량과 기술·지식이 사장될 우려가 있으므로 공기업이 해외자원개발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국제유가 전망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욕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WTI) 선물유가 기준 국제유가 변화를 살펴보면 2005년 배럴당 평균 56.68달러, 2006년 66.23달러, 2007년 72.40달러, 2008년 99.98달러 2009년 62.09달러, 2010년 79.61달러, 2011년 95.11달러 2012년 94.25달러 2013년 98.05달러, 2014년 92.91달러, 2015년 48.76달러 등으로 집계된 바 있다.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이 활성화됐던 시기는 이명박 前 대통령의 임기기간인 2008년부터 2013년까지다. 이 기간 국제유가는 최저 60달러대부터 최고 100달러대까지에서 머물렀다. 그러나 2015년 국제유가가 40달러대로 하락하면서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 관련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했고, 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따라서 업계는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던 당시보다 국제유가가 회복하거나 고유가기조로 전환될 경우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업계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던 당시의 수준으로 국제유가가 회복될 경우 당시에 전망됐던 경제성 또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외신은 산유국의 원유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므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 동안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던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포화상태에서 부족상태로 원유시장이 전환되고 있고, 5월 중으로 원유공급부족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산유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수급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미국과 러시아 등 비석유수출국기구의 국가들이 산유량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베네수엘라·리비아·나이지리아 등의 공급차질을 원인으로 손꼽았다.

이와 함께 이들은 위기관리능력 등 비싼 수험료를 지불함으로써 얻은 노하우의 사양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MB정부 당시 인력 등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한 탓에 당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았다”고 언급한 뒤 “학습효과를 통해 해외자원개발 관련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만 활성화된다면 상당한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와 관련 이날 공청회에서 이응규 LG상사 석유사업부 상무는 “글로벌 메이저에 비해 자원공기업의 역량이 미흡하지만 그 역량을 쌓는데 30년이나 걸릴 것”이라면서 “그 동안의 역량이 사장된다면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도 “인수합병시장을 고려할 경우 자산매각이 쉽지 않아 헐값 매각이 우려되고 있다”면서 “(해외자원개발 관련) 긴 호흡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이유로 그 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해외자원개발 관련 정부가 시장과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MB자원외교 당시 추진됐던 해외자원개발에서 정치권이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우리가 경쟁력을 갖췄고 국제유가가 반등할 기미를 보이는 이때)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을 일방적으로 멈추게 하는 것은 정부의 꼬리 자르기이자 일종의 면피용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해외자원개발 사태로 징계를 받은 사람은 석유공사 차장급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착 책임을 져야 할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고 되레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강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자원개발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모든 책임을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에게 떠넘기기 위한 이 같은 행위는 국부의 낭비를 초래하고 힘없는 노동자를 억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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