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러브레터', 영화 원작과 무엇이 다를까
뮤지컬 '러브레터', 영화 원작과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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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2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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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는 설원에서 먼 산을 보며 죽은 연인을 향해 외친다. '오겡키데스카'(잘 지내시나요). 스크린 속 광활한 풍경과 함께 그녀의 대사는 관객들에게 여운과 울림을 안긴다.

영화 '러브레터'(1995)는 국내 일본문화가 정식 개방된 후 1999년 개봉한 첫 일본영화로 이 영화를 만든 이와이 슈운지 감독 열풍의 신호탄이 됐다. 14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리마스터링돼 재개봉하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 히로코의 연인인 '후지이 이츠키'가 학창 시절에 흰색 커튼이 날리는 도서실 창가를 배경으로 책을 읽는 모습 등 영상 미학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적인 장점이 부각된 '러브레터'가 국산 창작뮤지컬로 옮겨진다면.

뮤지컬 '러브레터'의 변정주 연출은 28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영화는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장면이 있죠"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히로코와 (여자) 이츠키가 대면하는 장면(두 여자는 얼굴이 닮았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1인2역(나카야마가 히로코와 이츠키를 동시에 연기한다)을 하는 장면에서 상반된 연기를 하더라도 편집으로 수월하게 이어붙일 수 있는데, 무대에서는 배우가 그것을 가능케해야 하니 힘들죠. 결국 무대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츠키와 히로코를 맡은 주인공이 '여자 지킬 앤 하이드'가 되는 거죠. 여자 이츠키는 발랄하고 밝고, 반면 히로코는 차분하죠.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영화는 히로코가 죽은 연인인 남자 이츠키에게 보낸 편지가 연인과 동명의 학교 동창생에게 전달되고, 그녀가 답장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이 감성적으로 그려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윈터스토리' 등 피아노를 기반으로 한 뉴에이지 풍의 음악이 영화스토리와 어우러져 애상적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한몫했다.

뮤지컬은 음악이 완전히 다르다. 넘버를 모두 새로 만들었고 원작에 없는 노랫말도 추가했다.

김아람 작곡가는 그러나 '특별히 어렵지 않다'고 했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다른 장르이고 영화가 음악이라면 우리는 노래를 하기 때문에 부담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넘버를 만들 때 '나무가 주는 울림을 떠올렸다'고 했다. "현악기와 관악기 등 나무가 주는 울림, 특히 편곡에서 그러한 부분을 신경쓰면서 작업했어요. 뮤지컬에서는 감정이 극대화되는 지점이 나오죠. 춤과 노래가 나오는 지점입니다. 뮤지컬 작업은 더 말하듯이 해야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듯이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윤혜선 작가는 '영화가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까봐 오히려 (영화를)너무 많이 보지 않았다'고 했다. "명장면, 명대사가 많아서 이걸 어떻게 무대 위로 가져올까 가장 고민했습니다"라면서 "영화보다는 책을 더 많이 참조했어요. 정말 유명한 장면들도 최대한 살리려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윤혜선 작가와 변정주 연출은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여주인공이 성장하는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다고 입을 모았다. 변정주 연출은 "히로코는 아픈 기억의 현재를 잡고 있어서 힘들고, (여자) 이츠키는 아픈 기억을 잃어버려서 힘든 삶을 살아가죠. 히로코는 이를 떨쳐냄으로써, 이츠키는 그 기억을 되찾음으로써 커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뮤지컬배우 김지현과 곽선영이 히로코·이츠키, 1인2역에 더블캐스팅됐다. 김지현은 "뮤지컬은 대사를 노래로 하다보니 영화 속 캐릭터보다 표현하는 것이 적극적"이라면서 "때문에 히로코는 전형적인 일본 여자 같이 조심스럽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아픔을 표현하죠. 이츠키도 엉뚱하고 밝은 면이 강조돼 두 사람이 대비되는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 맞춰가며 연습하고 있어요"라고 알렸다.

12월2일부터 2015년 2월15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PAC코리아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작품이 바탕인 연극 '해변의 카프카'에 이어 두번째로 제작하는 작품이다. 소년 이츠키 조상웅·강기둥, 아키바 박호산·윤석원. 6만6000~8만원. 로네뜨. 1566-1823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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