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남자부 사령탑 '앓는 소리', 강만수 감독은 '죽는 소리'
[배구]남자부 사령탑 '앓는 소리', 강만수 감독은 '죽는 소리'
  • 온라인뉴스
  • webmaster@energytimes.kr
  • 승인 2014.10.15 17: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둔 남자 프로배구 7개 구단 사령탑들이 전반적으로 자신의 팀을 낮춘 가운데 우리카드 강만수 감독은 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5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7개 구단 감독들은 나름대로 준비는 열심히 했다면서도 혹시 다른 팀들의 표적이 되지나 않을지 자세를 한껏 낮췄다.

그중에서도 강만수 감독은 다른 팀 감독의 '앓는 소리'를 뛰어 넘는 '죽는 소리'를 내며 좌중의 웃음 섞인 동정심을 이끌어 냈다.

마이크를 잡은 강만수 감독은 "이번 시즌에는 우리 팀에 신영석이도 없고, 안준찬이도 없고, 박상하도 없다"고 운을 뗀 뒤 "힘들고 긴 시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미디어데이는 새 시즌을 앞둔 각 팀 선수 및 감독의 각오를 듣는 것은 물론 비시즌 동안 나머지 팀들이 어떻게 내실있게 준비를 했는지 가늠해보는 탐색의 시간으로 활용되곤 한다.

하지만 이날 열린 미디어데이에는 V-리그 7연패의 위업을 일군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부터 최하위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까지 공통적으로 팀의 어려운 상황을 먼저 거론하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지난 시즌 우승팀 자격으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벌써 새로운 시즌이 다가왔다. 결코 쉽지 않은 겨울이 될 것 같다. 다른 팀들의 전력들도 다 좋아졌다. 좋은 외국인 선수들도 많이 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재미있는 시즌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우승의 숙제를 못 다 푼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은 "열심히 준비하다보니 벌써 올 시즌이 다가왔다. 남자 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바람에 (분위기가)침체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하지만 프로팀이 열심히 한다면 많은 팬들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준비했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창단 후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는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은 "다들 준비를 많이 하셨다고 하는데, 준비라는 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최선의 노력은 누구나 다하는 것이고, 우리는 팬들께 사랑받는 배구가 되도록 하겠다"며 패기있는 각오를 선보였다.

지난해 최하위를 면치 못한 한국전력의 신영철 감독은 부러움 섞인 목소리로 탈꼴찌에 대한 각오를 우회적으로 건넸다.

그는 "지난 시즌 이 자리(맨 윗줄)에서 달라지는 모습과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팀이 되겠다고 약속했었다. 강만수 감독이 밑 줄로 내려간 것을 보니 한편으로 부럽다. 내년에는 꼭 강만수 감독이 앉아있는 자리로 내려가고 싶다"고 순위 상승에 대한 바람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매년 미디어데이는 '만년 우승후보'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과 그를 저지하려는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의 뜨거운 입심대결이 펼쳐지곤 했지만 올해의 주인공은 강만수 감독이 맡았다.

겸손을 지나 팀에 대한 자학에 가까운 성토를 늘어 놓으며 좌중을 들었다놨다 했다. 출사표를 건네는 시간부터 우는 소리를 냈던 그는 각 팀의 외국인 선수 이야기가 나오자 '죽는 소리'를 했다.

강만수 감독은 새로 영입한 쿠바 출신 외국인 선수 까메호에 대해 "(생각하면)한숨만 나온다. 매년 제대로 된 용병을 데려와서 게임을 해보고 싶었다"면서 "나중에 경기를 해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용병을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다른 팀 선수는 모두 에쿠스이고, 우리 팀 용병은 티코다. 그런 심정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만수 감독은 꼭 한 번 이겨보고 싶은 팀을 묻는 질문에도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재치있게 답변했다.

그는 자신의 자리가 부럽다는 신영철 감독에 대해 "이 자리가 정말 좋은가"며 반문한 뒤, "나는 (신치용 감독이 있는)저 오른쪽 끝으로 옮겨 가고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렇기에는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모든 팀들을 한 번씩 다 이겨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같은 질문에 "우리 팀은 몇 팀을 이기고 싶은 게 아니라 모든 팀들을 한 번씩 다 이기고 싶다. 그래야 강만수 감독 자리로 갈 수 있으니 모두 한 번씩 이기고 싶다"고 했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우승도 좋고 다 좋지만 지난 시즌 전패를 당했던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을 꼭 이겨보고 싶다. 올 시즌 두 팀에 끌려다니지 않고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화제의 중심으로 강만수 감독이 떠오르자 LIG손해보험의 문용관 감독은 강 감독을 걸고 넘어졌다.

그는 "지난 시즌 LIG손해보험이 우리카드에 1승3패를 거둬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올해는 반타작 이상을 하고 싶다. 강만수 감독께 미리 죄송하다"고 말해 웃음꽃을 피웠다.

신치용 감독의 '영원한 맞수'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우승팀을 이겨야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전적을 보면 삼성에 많이 졌다. 준비는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선수들이 못 따라온 것 같아 걱정이다. 욕심 내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매 게임을 치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공공의 적'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이 자리에서 특정 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괜히 원성을 살 필요가 없다. 우승을 하려면 많은 팀을 이겨야 한다. 특정 팀보다는 여러 팀을 대상으로 많이 이기도록 하겠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