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우, 드라마 극본 베껴쓰는 '연기벌레'
지현우, 드라마 극본 베껴쓰는 '연기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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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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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칫하면 한없이 게을러 질 수 있는 성격이에요. 스스로를 특정 상황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면이 있죠.”

탤런트 지현우(30)는 우직하게 바빴다. 손목의 뼈가 썩어가는 월상골 무혈성 괴사를 앓고 있지만, 흉터를 고려해 수술을 고민하는 그였다.

“빨리 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을 더 끌다가 작품에 들어가면 좀 더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았거든요. 차라리 매도 먼저 맞자는 마음이었어요.”

지난 5월 지현우의 전역 소식과 함께 KBS 2TV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 출연 소식이 전해졌다. 지현우는 지난 12일까지 현장에서 땀을 쏟았다.

“처음 작품에 들어갈 때는 영화 ‘원스’를 생각했어요. 리얼 라이브를 많이 싣고 싶다고 생각했죠. 드라마에서 둘이 언덕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었어요. 제가 원했던 그림이죠. 둘 다 가수 출신이라 잘할 수 있는 게 음악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부각하고 싶었어요.”

‘트로트의 연인’은 트로트를 경멸하는 스타 뮤지션 ‘장준현’(지현우)과 트로트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소녀가장 ‘최춘희’(정은지)가 만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다뤘다. 사건과 갈등 속에 두 사람의 사랑과 성장을 전했다.

드라마는 16회를 내보내는 동안 단 한 번도 시청률 10%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장준현’과 ‘최춘희’의 사랑은 지지부진했고 ‘기억상실증’이라는 낡은 장치를 사용하며 시청자들의 뭇매도 맞았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트로트만 남았다’는 씁쓸한 뒷말도 돌았다.

“배우는 작품하면서 배우는 게 있잖아요. 현장에서 감을 익힐 수도 있고요. 어떻게 작품이 다 마음에 들 수 있겠어요? 야구에서는 3할 타자만 돼도 훌륭한 선수인걸요. 10번 중 7번이나 실수할 수 있는 거죠. 저는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워낙 열정을 가지고 했거든요.”

군 복무 후 “연기적인 면에서 누구한테도 지고 싶지 않다”고 각오한 지현우였다.

“진심으로 하면 지지 않을 거 같아요. 좋은 게 좋은 거라면서 편하게 농담하며 작품을 할 수 있지만, 저는 배역과 분위기에 맞게 진지하게 임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어떤 훌륭한 사람도 5분 전까지 웃고 있다가 촬영 들어갔다고 바로 울 수는 없잖아요.”

밴드 ‘더 너츠(The Nuts)’로 인기를 구가하던 그를 연기자로 연착륙할 수 있게 해준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처럼 ‘신선함’ ‘귀여움’으로 어필할 수 없는 나이의 그는 어느 때보다 ‘연기’를 고민했다.

“예전에 조정래 소설가님이 가족들에게 하신 말씀이 있어요. ‘내가 쓴 대하소설 한 편만 써봐라.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라는 말이었어요. 저는 이번 드라마 1편부터 8편까지 대본을 지문까지 모두 썼어요. 작가가 얼마나 머리를 싸매고 썼는데 허투루 연기해서 방송에 나가면 얼마나 열 받고 속상할까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애착을 가지고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키보드가 아닌 펜으로 눌러썼다. 써내려가는 속도보다 빠른 생각이 연기 톤을 생각하게 했고, 상대방의 지문을 쓸 때는 리액션을 고민하게 했다.

“예전보다 작품에 대한 욕심이 많아진 거 같아요. 예전에는 흘러가는대로 했다면 지금은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번 작품도 애착이 있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바닥을 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저희 드라마, 중간 정도는 가지 않았나요?”

지현우는 침착하게 바쁠 예정이다. 출연이 확정된 차기작은 없지만, 들떴다. “시청자가 몰입이 잘 되는 배우, 동료 배우의 몰입을 끌어줄 수 있는 배우”를 목표로 또 다시 어딘가로 자신을 몰아 넣을 작정이다.

“이제는 좀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동생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제가 받아주고 이해해줘야 하잖아요. 좀 더 큰 사람이 돼야죠. 요가나 검도, 등산을 좀 다녀야겠네요.(웃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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