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 타고 고쿠라성(小倉城)을 단숨에 오르니…
전기자전거 타고 고쿠라성(小倉城)을 단숨에 오르니…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10.08.1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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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여권과 이용료만 내면 얼마든지 이용 가능
2차 전지 산업 살리고 녹색이미지 심어 일석다조 효과

많은 사람들이 일본여행을 갈 때 주로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부산에서 출발하는 배편도 권하고 싶다. 배편은 오사카 시모노세키 모지 후쿠오카 등 특정지역으로만 간다는 점과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이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배 여행은 최소 7~8시간이 소요되는데 긴 시간동안 여러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고, 가끔은 세계 일주 중인 외국인들을 만나 영화 같은 경험담도 들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걱정하는데 필자가 경험해본 결과 고등학교 영어실력과 바디랭귀지만으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필자의 이번 일본여행은 부산에서 출발해 시모노세키→고쿠라→후쿠오카를 거쳐 다시 부산으로 오는 3박4일 코스. 8월 1일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큰 배가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부산을 떠나 일본으로 향했다.



조선·청으로 가는 최대 관문이었던 시모노세키

배가 약 10시간의 운항을 끝내고 2일 아침 8시쯤 시모노세키(下關)항에 정박했다. 사실 배는 두 시간 전쯤 항 인근에 도착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출근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하선은 8시에 시작됐다.

역사를 배운 이들이라면 한 번 쯤은 시모노세키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1894년 청·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1895년 이곳에서 양국이 조약을 맺었는데 이것이 유명한 ‘시모노세키 조약’이다.

조약 내용에는 청나라가 조선을 독립국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기 위한 초석이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로서는 가슴 아픈 사건이다.

동북아시아의 근대시절 시모노세키는 일본이 우리나라와 중국으로 통하는 최대 관문이었겠지만 지금은 많이 쇠퇴해 그리 큰 도시는 아닌 듯 보였다. 거리는 깨끗하지만 한적했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서일본에서 가장 높은 143m 높이의 가이쿄우메타워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우기 쉽게 시모노세키타워라 부르고 있다. 멀리서 볼 때는 꽤 멋진 건물이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단순한 전망대여서 약간 실망했다.

너무 일찍 찾아 갔나? 오픈시간까지 아직 1시간이나 남아 있어 그냥 겉모습만 훑고 지나가야 했다.

해안선을 따라 계속 올라가자 크게는 혼슈와 규슈, 작게는 시모노세키와 기타규슈(北九州)를 잇는 길이 1068m, 수면과의 높이 61m의 거대한 간몬대교가 나왔다.

우리나라에도 이보다 큰 다리가 있지만 아직 한 번도 가까이에서 본적이 없기에 간몬해협을 가로지르는 간몬대교의 위엄은 대단해 보였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간몬대교보다 더 대단한 건축물이 바로 대교 및 바다 아래에 있다. 바로 간몬터널.

자동차들이 대교로 지나다닌다면 사람과 자전거 작은 오토바이는 간몬터널로 지나다닌다. 이 터널은 일본 최초 해저터널로 1936년에 착공해 1958년에 완성됐으며, 도보구간은 약 700m이다.

필자도 그랬지만 해저터널이라고 해서 벽면이 유리관으로 돼 있어 물고기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상상한다면 빨리 접는 게 좋을 것이다. 터널은 매우 튼튼하게 오로지 시멘트로만 구성돼 있으니까.

기타규슈에 도착하자 온몸이 땀으로 범벅됐다. 우리나라도 더웠지만 일본도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몸이 너무 피곤해 오후 3시쯤 다다미방으로 돼 있고 바다가 보이는 조그만 여관에 여장을 풀어야 했다.



전기자전거로 여행하니 무더운 날씨도 문제없어

3일 아침, 전날 피곤 때문인지 일찍 일어나려 했지만 9시나 돼서야 눈이 떠졌다. 다음 목적지 고쿠라(小倉)를 향해 걸음을 옮긴 지 30분도 채 안 돼 벌써부터 다리에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교통편을 이용키로 하고 버스와 전철 중에 어느 것이 더 요금이 싼지 알아봤다. 결론은 전철로 정했다. 요금과 상관없이 현재 서 있는 위치와 역이 가깝다는 게 이유였다.

고쿠라까지 가는 요금은 250엔. 우리 금액(*14)으로는 약 3500원으로 교통요금이 비싸다는 소문과 달리 그리 비싸지는 않았다.

약 30분을 달려 고쿠라 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역 규모에 적잖이 놀랐다. 우리나라의 주상복합건물처럼 역과 호텔이 하나로 지어져 굉장한 규모였다.

발품을 아끼고자 역에 있는 종합안내소에 들려 혹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다 횡재를 하게 됐다. 전기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안내원이 알려준 곳으로 가자 정말로 전기자전거 대여점이 나왔다. 하루 대여료는 500엔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빌려주고 있었다. 외국인도 여권만 내면 얼마든지 빌릴 수 있었다.

전기자전거는 리튬이온 2차전지가 장착돼 있어 사람이 패달을 밟는 만큼 전기적 힘이 더해졌다.

파나소닉 브랜드가 붙어 있기에 2차 전지만 해당제품인줄 알았더니 자전거도 파나소닉 제품이라고 해 놀랐다.

전기자전거를 타니 섭씨 34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인데도 시내 여행에 어려움이 없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고쿠라성.

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높은데도 자전거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고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성에서 많은 한국인들을 구경한 후 이제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냥 길이 이끄는 대로 자전거를 몰았다.

거리에서 만난 더위에 지친 많은 동포들이 전기자전거 대여점이 어디냐고 연신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날씨에 관광은 고문이나 다름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오후 4시까지 고쿠라 전 지역을 돌아다니니 안 가본 데가 없었다. 배터리도 많이 방전돼 자전거를 반납하기 위해 다시 대여점으로 갔다.

단순하게 자전거를 반납하고 나오려니 기자정신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고교실력 영어와 손짓 발짓을 모두 써가며 ‘대여점은 어디에서 운영하는지, 대당 가격은 얼마인지, 고쿠라 말고 전기자전거를 빌려 주는 곳이 또 있는지’ 등을 물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여직원 중 한 명이 친절하게 우리나라 말로 설명해주는 것이 아닌가? 단어 발음이 생각나지 않으면 한글로 글씨를 써가며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사업명은 ‘시티 바이크(CITY BIKE)’, 전기자전거 가격은 우리 금액으로 약 130만원, 정확한 도시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고쿠라를 포함해 일본에서 두 곳에서만 운영된다고 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전기자전거 대여는 2차 전지산업도 살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고, 외국에 녹색이미지도 심어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4일 후쿠오카에 도착해 혹시 전기자전거가 있는지 알아봤지만 없었다.

5일 밤 많은 외국 관광객들과 함께 부산항에 도착했다. 문득 이들은 더운 날씨에 어떤 방법으로 우리나라를 구경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고쿠라에서의 전기자전거 여행이 계속 떠오르면서 국내에도 빨리 전기자전거 대여점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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