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영웅 개에게 물려 죽다’(Vol.59)
‘태권영웅 개에게 물려 죽다’(Vol.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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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7.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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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는 에너지 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의 비즈니스 문화를 소개하고, 상황별로 알아두면 유익한 문장(언어 표현 기법)에 대해 연재한다. 매주 차근차근 따라하면 어느덧 비즈니스 중국어를 구사 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지난 수년간 중국과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아둔한 필자는 그때까지도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필자처럼 답답한 사람이 또 어디 있으랴? 필자의 기본 사상은 “어느 때나 내가 잘못한 것이 없고 공명정대하면 떳떳하므로 아무 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라는 것이지만, 험난한 세상을 한평생 별 탈 없이 살아가려면 뭐니뭐니 해도 눈치가 빨라야 한다.

이윽고 맹견은 용수철처럼 지면을 박차고 나와 필자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필자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마주친 절대 절명의 위기, 주위에 나를 도와줄 그 아무것도 없는 상황 가운데에서 문득 주체할 수 없는 깊은 외로움이 느껴져 왔다.

손자병법의 ‘승전계’ 편에서는 자신의 형세가 상대보다 유리할 때 과감히 공격, 상대를 압도하여 승리를 얻어내야 함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36계에 따르면 내가 상대보다 불리할 때는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 될 수 있다.

여하튼 당시 상황에서 일단은 역방향으로 도망치는 것이 필자의 생명을 단 몇 분이라도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판단됐다.

순전히 작전상, 필자는 오던 길을 되돌아 도망하기 시작하였다. 필자가 달아나자 맹견은 더욱 확신을 가지고 맹렬한 기세로 쫓아오기 시작했다.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 보듯이 한 마리 연약한 사슴이 잡힐 듯 말 듯 사자에게 쫓겨 달아나는 것과 같은 형국이었다. 그러다가 필자의 마음속에 문득 떠오르는 한 가지 영상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필자는 태국의 태권영웅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한남아로서의 용맹을 과시했고 이에 많은 현지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인 바도 있다.

심지어, 당시 태국의 탁신 총리까지 필자를 추켜세웠었다. 하지만, 다음 날 신문 일면에 만약 “한국의 태권 영웅, 개에게 물려 죽다”라는 기사가 대문짝 하게 실린다면 그 어떠한 부끄러움인가!

笨(bèn)은 ‘뻔’으로 발음되며 ‘아둔하다’, ‘멍청하다’라는 의미이다. 중국인에게 이런 말을 하면 상당히 기분 나빠 할 수 있으니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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