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연료업계, 에너지세제 개편에 촉각
수송연료업계, 에너지세제 개편에 촉각
  • 송승온 기자
  • ssr7@energytimes.kr
  • 승인 2010.07.1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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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기준, 배기량에서 CO₂· 연비 전환 예고
지경부·환경부는 적극적, 기재부는 ‘시큰둥’

[에너지타임즈 송승온 윤병효 기자]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녹색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정책의 근간에는 에너지세제 개편이 있다. 즉, 탄소세 등을 도입함으로써 산업의 고효율을 이끌고 여기에서 모인 재원으로 녹색산업의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제3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송연료 부문의 대대적 손질이 예고되면서 석유업계와 가스업계가 연료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세제 개편 시기를 두고 지경부와 환경부는 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기재부는 아직 논의 시점이 아니라는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부처간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연비’ ‘CO₂배출량’ 낮을 수록 세제감면

지난 6월 한국조세연구원은 ‘친환경 자동차세제 개편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자동차 과세기준을 현행 배기량 기준에서 ‘연비’나 ‘CO₂배출량’으로 전환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개편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CO₂배출량이 낮은 차는 세액이 경감되도록 하고 연비나 CO₂배출량이 기준에 못미치는 차량은 현행 대비 중과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 수요측면에서 CO₂배출량이 낮은 차량 구매자는 지속적인 세액 절감 혜택을 부여하고 CO₂배출량이 높은 차량 구매자는 세액을 가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비영업용 승용차에 적용하고 화물차나 특수차 등은 향후 기술여건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전환한다. 또한 전기차는 초기 단계에 경차 수준(8만원~10만원)의 세율로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기차의 경우 향후 배터리 가격 인하나 충전소 설치 등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같은 최저 수준의 세율을 적용하고, 2015년 이후에는 전력 사용량에 따라 과세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연구용역을 진행한 김승래 연구원은 “자동차세제가 ‘친환경’으로 개편되면 CO₂배출량이 적고 연비가 좋은 경차는 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유업계, 환영… ‘가스업계 전전긍긍’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 등 석유업계는 하루 속히 에너지세제 개편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이번 세제 개편에서 석유업계가 그토록 바라는 수송연료의 유류세 조정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세연구원이 향후 개편기준을 CO₂배출량과 열량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함에 따라 일단 가스보다 석유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의 유류세율은 지난 2007년 2차 에너지 세제 개편에서 휘발유 경유 LPG(액화석유가스)의 가격비율을 100:85:50으로 정하면서 만들어졌다.

LPG가격이 휘발유 대비 절반, 경유에 비해서도 크게 싸게 책정됨에 따라 LPG 차량 운행과 LPG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LPG 수요 증가는 대체재인 휘발유와 경유 수요를 감소시켜 석유업계의 마진율을 뚝 떨어트렸다.

또한 당시 가스가 유일한 청정연료로 인식되면서 버스 등 대중교통 연료시장까지 LNG(액화천연가스) CNG(압축천연가스) 등 가스가 경유를 대체해 가면서 석유업계는 더욱 깊은 경영악화 수렁에 빠졌다.

그동안 역전의 기회를 엿보던 석유업계는 3차 세제 개편을 발판삼아 다시 수송연료시장을 되찾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석유제품의 장점은 실질적 청정연료라는 점과 원료수급의 효율성 높다는 점. 과거 경유는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오염의 주범이었지만, 이후 점차 발전해 오늘날에는 휘발유와 같은 수준의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여기에 높은 연비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LPG보다 청정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LPG는 국내 수요량의 60% 가량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는 반면, 경유는 국내 생산량의 50%를 해외로 되팔고 있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볼 때 LPG 수입량을 줄이고 경유 사용량을 늘리면 그만큼 효율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석유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LPG업계, CO₂배출량만 적용돼야

지난 2000년 1차 에너지세제 개편에서는 LPG부탄의 세금이 크게 오르며 극심한 정체현상을 겪었다. 이어 지난 2005년 제2차 개편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어느 정도 회복돼 시장은 다시 성장했다.

5년뒤 3차 개편을 앞둔 현재, 클린디젤과 전기차 등 이른바 그린카 바람이 부는 가운데 LPG는 ‘도약’과 ‘퇴보’의 기로에 서있다. 과세기준이 CO₂배출량이 되느냐 연비가 되느냐에 따라 LPG산업 전체의 향배가 결정될 수 있다.

LPG업계는 자동차세 기준을 CO₂배출량 규제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유사측은 연비단일 규제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

업계 관계자는 “정부정책의 목표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인데 연비로 할 것인 CO₂배출량으로 할 것인지 고민하는거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물론 연비가 좋은차가 CO₂배출량도 적다고 주장하지만 차량이나 연료별로 분석해보면 꼭 그렇지 많은 않다”며 “정유사 주장대로 연비기준이 적용되면 반드시 연료물성에 따라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LPG는 택시나 장애인 등 생계형이나 서민운전자들이 주로 쓰는 연료이기 때문에 세제 개편 시 가격경쟁력을 지켜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연비기준으로 적용될 경우 LPG를 비롯한 타 대체에너지들은 굉장히 불리해질 수 있다”며 “안그래도 주요 에너지정책에서 밀려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정책적인 배려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수 부족 우려, 개편 늦추는 기재부

3차 에너지 세제 개편 시기를 놓고 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산업정책을 맡고 있는 지경부와 환경정책을 맡고 있는 환경부는 에너지세제 개편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개편작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는 개편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시기에 대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상당히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의 이런 태도에는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가 한 해 수송연료에서 거둬들이고 있는 세금은 약 25조원으로 국가전체 세금의 20%에 달한다. 이는 현 정부의 핵심사업인 ‘4대강 살리기’의 총예산 22조원보다 많은 수준.

본격적인 세제 개편 작업이 이뤄진다면 “유류세율이 과하게 책정돼 있다”는 국민들의 불만을 의식해 세율 인하가 불가피하므로 기재부가 섣불리 개편작업에 착수하지 않는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세제 개편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환경규제 수단과 녹색산업 지원 자금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종국엔 현 정부가 정권 초기 주장한 저탄소 녹색성장 흐름에 스스로를 뒤처지게 하는 모순을 저지르는 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여러 오류들로 가득 찬 현재의 에너지 세제를 이대로 끌고 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조속히 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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