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형 자원개발모델로 후발산유국 선점필요
패키지형 자원개발모델로 후발산유국 선점필요
  • 정치중 기자
  • jcj@energytimes.kr
  • 승인 2008.06.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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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개발고급인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정부-기업간 긴밀한 협력체재 구축이 대안


2000년대 초반까지 정부의 자원정책은 국제유가의 향방에 따라 좌지우지 됐다.

유가하락기에는 ‘자원의 안정적 도입’이 강조되고 유가가 급등하면 ‘자원개발’이 강조되는 등 일관성이 부족한 정책만을 펴왔다는 것이 전문가들 사이의 중론이다.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 사업도 정부의 정책기조와 경제상황에 따라 진퇴를 반복했다.

정부는 1977년 제1, 2차 오일쇼크를 계기로 자원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1978년 ‘해외자원개발촉진법’을 제정해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지원을 처음으로 제도화하고, 1983년에는 탐사사업에 실패할 경우 정부융자금의 상환 의무를 면제해주는 ‘성공불융자제도’를 도입해 해외자원개발을 독려했다.

이후 1998년에는 외환위기와 저유가에 따른 자원개발사업의 침체기로 1998년부터 2002년사이 26개 개발사업을 해외에 매각했고, 투자규모도 1997년 7억6000만달러에서 2002년에 5억달러로 대폭 축소시켰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외자원확보를 위한 자원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지원책도 강화했다.

특정 부처 차원에 머물렀던 해외자원개발을 국가 아젠다로 격상시키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에너지자문회의’와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신설해 자원개발기업에 대한 기술지원과 해외자원개발 전문기업 육성 등을 추진했다.

1980년부터 시작해 2007년까지 해외에서 확보한 138억배럴의 석유매장량(잠재) 중 62%가 2004년 이후에 확보된 것만 봐도 참여정부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 추진 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도 에너지 자원외교를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2012년까지 원유·가스 자주개발률 목표를 18.1%로 설정하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자원개발사업 수익성 악화

 

자원개발협회에 따르면 국내 해외자원개발사업은 1977년부터 2007년간 455개 사업(종료사업 169개 포함)을 시행해 누적투자액은 135억7000천만달러인데 반해, 회수액은 110억5000만달러로 투자회수율이 81.4%이다.

자원개발협회 관계자는 “현재 종료된 해외자원개발사업은 대부분이 탐사사업으로서 자원발굴에 성공하지 못했거나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철수한 상태”라며 “특히 지난해 기준 현재 진행 중인 286개 사업의 투자회수율은 76.4%로 회수율이 해가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와 같이 회수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자원개발기업들의 자금력의 한계로 자원개발사업이 탐사단계에 편중(52.8%)된 것이 수익성 악화의 주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국석유공사는 국내 자원개발사업이 부진한 이유로 자원개발 기술의 낙후성을 잡았다.

선진국 대비 40~60%수준 밖에 되지 않아 성공확률이 떨어질뿐더러 자원탐사에 필요한 고급인력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기술력이 부족한 것은 자본 투자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지만 고급인력 부재는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해외에 나가있는 사무소 직원이 현지의 업무에 필요한 인원을 충당하지 못할 정도로 공사 자체 인원도 부족할 뿐만아니라 현지업무를 처리할 마땅한 인력도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대한광업진흥공사 역시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면서 고급인력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하겠지만 해외지사에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자원부국의 사업기회를 적극 활용하라

 

해외자원개발 전문가들은 요즘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들의 고성장과 자원부국의 사업다각화 정책 등에 힘입어 자원의 보유와 수출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내구 소비재 수요 확대는 물론 관물과 곡물 자원 등의 소비가 계속 증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인도는 현재 일인당 1배럴의 석유를 소비하며, 중국은 2배럴을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소비량을 합쳐도 아직 미국의 11%에도 못 미치므로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태생적인 자원수입국으로써 가격상승의 부담을 그대로 떠안기보다는 자원부국이 제공하는 사업기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무역적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자원부국이 제공하는 다양한 사업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향후 5년간 중동지역에서 1조3000억달러이상의 건설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러시아에서도 향후 3년간 1850억달러규모의 인프라 사업이 전개되고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국내 자원개발기업들이 자원부국이 추진하고 있는 도로망, 첨단 신도시, 정보화사업 등 인프라 구축 사업에 적극참여함으로써 실리를 확보하려는 것도 여기에 기인하고 있다.

정부가 자원부국과 FTA를 조기에 체결하려고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틈새와 경쟁우위 분야에 적극 진출하라

 

LG경제연구소는 얼마전 자원부국의 국가발전에 연계한 다양한 사업기회를 발굴하되, 글로벌 자원기업이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틈새분야나 한국기업이 강점을 지닌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오일머니가 풍부하고 IT기반이 양호한 아랍에미리트를 집중 공략한 후 이를 교두보로 인근 중동 국가와 북아프리카로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자원개발협회는 해외자원개발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복합력’을 기반으로한 패키지형 사업 접근을 권장했다.

정규창 협회 부회장은 “한국은 자원개발 대상국에게 제조기술과 플랜트, 인프라 건설, 경영노하우, 시스템 구축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IT인프라 분야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우인터내셔널의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니켈광산 개발과 열병합 발전소 건설프로젝트가 가장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한국, 아직은 희망이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현재 한국은 자원확보 경쟁에서 뒤처져있지만 ‘정부-자원개발기업-자원실수요기업’간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정부가 개발 원조 자금을 확대해 기술과 노하우로 자원보유국과 자원외교를 강화하는 등 기업의 자원확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해당기업은 외국 메이저와의 전략적 제휴나 M&A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자원실수요기업은 해외자원개발투자와 더불어 재활용 확대와 대체제 개발에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멕시코만 일대 해상유전을 매입한 사례를 예로 들면서, “단기적으로 자금력을 가진 자원실수요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SK 등 비즈니스 능력을 갖춘 종합상사 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프랑스의 토탈(TOTAL)社의 사례처럼 중장기적으로 자원개발기업들과의 M&A를 통해 영미계 석유 메이저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은 국가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전략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특히 카스피해(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 자원외교를 집중하고, FTA 등을 통한 전방위 경제협력을 주문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 매장량이 많지만 경쟁강도가 강한 산유대국은 지분 참여를 통해 진출을 하고 매장량은 적지만 메이저들이 아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서아프리카 등 신흥개발권 국가는 사업권 확보 위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단순한 지분참여 방식보다는 자원개발, 플랜트산업, IT기술을 함께 묶은 ‘패키지형 자원개발모델’을 앞세워 자원개발과 부족한 인프라(에너지, 도로, 통신 등)확충을 패키지로 연계시킨다면 충분히 해외자원개발시장에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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