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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뒷좌석에서 한 사내가 내리자 저택의 커다란 문이 자동으로 스르르 열렸다. 당시 막 태동하던 홈 네트워크시스템이었던 것 같다.
대문이 열리자 집안에서 커다란 셰퍼드 한 마리가 반갑게 짖으며 용수철처럼 뛰어 나와 제 주인을 반겼다. 그 셰퍼드는 마치 파수꾼이 새벽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간절한 심정으로 주인님이 돌아오시기만을 하루 종일 고대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커다란 혀를 길게 드러내어 침을 질질 흘려댔다. 그러면서도 커다란 덩치에 맞지 않게 주인을 향해 온갖 애교를 부려댔다.
잠시, 화제를 돌려보기로 하자. 학창시절, 성문기본영어를 펼쳐 들면 관사 편엔 언제나 “A dog is a faithful animal”(개는 충직한 동물이다) 이라는 예문이 나오곤 했었다.
실상, 개는 어떤 경우에 자신의 목숨을 바쳐 주인의 목숨을 구하는 위대한 삶을 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공헌의 기회는 그다지 많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실적이 없는 개는 주인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래서인지, 개는 언제나 주인을 미친 듯이 반겨야 하고 있는 힘을 다해 꼬리쳐야 하며, 알량한 밥 한 그릇과 은신처를 제공 받기 위해 때로는 발길에 차이는 고통과 수치도 감내해야 한다.
그날도 셰퍼드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과장된 몸짓으로 주인을 반겨야만 했던 것일까?
필자는 개들의 애교를 볼 때마다 일부 샐러리맨의 인생과 비슷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 샐러리맨이 있었다. 그는 출근 전이면 자신의 쓸개를 떼내어 병에다 담아 놓고 출근하곤 했었다. 인내의 한계에 도달한 어느 날 아침, 그는 오늘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쓸개를 달고 출근해야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러자 아내가 토끼 같은 자식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 갖고 가시면 우리 식구 다 굶어 죽어요!”
上班族(shàng bān zú)는 ‘상반쭈’로 발음하며 ‘샐러리맨’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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