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옥팔찌-사망편(Vol.46)
할머니의 옥팔찌-사망편(Vol.46)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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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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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는 에너지 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의 비즈니스 문화를 소개하고, 상황별로 알아두면 유익한 문장(언어 표현 기법)에 대해 연재한다. 매주 차근차근 따라하면 어느덧 비즈니스 중국어를 구사 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지난 수년간 중국과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할아버지는 눈이 번득 뜨이고 정신이 갑자기 맑아지는 것만 같았다. 그간 할아버지를 책망하던 자식들의 얼굴도 대번에 밝아졌다.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가장 빠른 항공편을 예약하고는 단숨에 현지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영사관측이 가족들을 모시고 간 곳은 다름 아닌 병원이었다.

“우리 할멈이 어디 다쳤나?”하여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함께 간 가족들에 대한 배려와 가장으로서의 체통을 생각해서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며 의연하게 대처하려 노력하였다.

하지만, 설상가상이었다. 영사관 직원이 할아버지를 모시고 간 곳은 병실이 아닌 어두침침한 병원 지하의 영안실이었다.

병원관계자에 의해 차디찬 냉장고의 문이 덜컹 하며 열리고 관처럼 생긴 서랍장이 드르륵 하며 앞으로 당기어지자 안과 밖의 온도 차이에 의해 허연 서리가 김처럼 무럭무럭 피어났다.

어느 정도 서리가 가시고 나자 누워 계신 할머니의 모습이 어스름한 영안실 조명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스라침을 억지로 억누르며 할아버지가 가만히 시신을 살펴보니 눈이 있어야 할 곳에 눈이 없고 뱃속의 주요 내장도 상당 부분 적출되어 상반신 전반부가 전체적으로 함몰되어 있는 상태였다. 차마 눈을 뜨고는 볼 수 없었다.

순간 유족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빗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엄마를 잃은 자식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통곡 했고 망연자실해진 할아버지는 정신을 놓아 버렸다.

젊은 시절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영원토록 함께 살자고 했던 두 사람의 굳센 맹세는 중국 인신매매단의 마수에 걸려 그저 그렇게 허망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던 것이다. 내일 또 내일 하며 그 동안 효도를 미뤄왔던 자식들의 가슴은 해머가 내리치는 것보다 더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医院(yī yuàn)(이위엔)은 병원이라는 뜻이다.
去医院(qù yī yuàn)(취이위엔)은 ‘병원에 가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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