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왕자와 함께 꼬마광부들 "석탄 캐러가요"
초록왕자와 함께 꼬마광부들 "석탄 캐러가요"
  • 정치중 기자
  • jcj@energytimes.kr
  • 승인 2008.06.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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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3일 오후. 띠약볕에 달궈진 영동고속도로위를 달리는 차안에 몸을 싣고 있었다. 25일 강원도 태백시에 있을 ‘폐광산투어’행사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도로 위 지루한 여정으로 무료함을 느끼는 순간 기자의 눈앞에 태백산맥의 정기가 흐르는 강원도의 절경이 펼쳐졌다.

어서오라는듯 빼어난 산세를 뽐내는 산들을 벗 삼아 1시간 남짓 더 달렸다. 일상으로의 탈출. 한층 들떠 있었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니 기대와 달리 계곡에서 이상하게 붉은 물이 흐르는 것을 목격했다. 바위 또한 붉게 물든 상태였다. 말로만 듣던 광해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찰나였다.

첫만남 그리고 포근함

목적지인 태백시는 과거 1980년대까지 인구 12만명선을 유지해 온 도시로 1995년부터 시행된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이후로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해 5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태백은 두달 연속 100명 가까이 주민들이 늘고 있다.

서학레저단지가 본격 가동되고 국도 38호선 개통과 강원랜드 2단계 사업이 가시화됨에 따라 기업 유치가 이어져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이도 광해라는 장벽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도착 후 곧장 광해방지사업단 강원지역본부를 찾았다. 많은 인원들이 다음날에 있을 ‘푸른 동심으로 가는 폐광산 여행’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이곳에서 만난 정동교 강원지역 본부장은 구수한 사투리로 “먼 길 오시느라 고생 하셨습니다”라며 인사말을 건냈다. 왠지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첫날은 이렇게 흘러갔다.

폐광산투어 속으로

24일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첫 번째 행사장인 옛 삼탄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를 향했다.


올해 2회째를 맞는 이번행사는 광해방지사업단(미래코)이 주최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해 광해방지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번에는 안산해양초등학교 학생 및 학부모와 강원지역 초등학생 등 90여명이 강원도 태백과 정선, 삼척시 일대 폐광산 피해현장과 복구시설 등을 견학하고 직접 연탄을 제작하는 체험행사로 구성됐다.
정암광업소에 도착하니 미래코의 마스코트 초록왕자가 행사에 참여한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정동교 본부장의 인사말로 시작해 직역본부 팀장들을 주축으로 나뉜 4개조가 정암공업소 건물내부 현장 체험을 시작했다.


건물 앞에 들어서자 지역본부 직원이 광업소 숙명단면도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이곳은 문을 닫기 전까지 활발한 석탄사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고 한다.


아이들은 건물안에서 광부들이 직접 이용했던 목용탕과 세탁실을 거쳐가며 점점 몰입하는 듯 했다. 실제 광부들이 작업복 차림으로 나와 아이들에게 광부의 복장에 대해 설명해 주고 직접 만져 보게도 하니 여기저기서 '와~'하는 탄성이 나왔다.


아이들은 광업소 건물을 지나 옛 광부들이 탄광에 들어가기 위해 이용했다던 축전지차에 올랐다. 즐거운 비명소리가 연달아 터지니 아이들에게는 이만한 놀이기구는 없는 것 같았다.


"썬데일리조트로 이동합니다."


점심은 최종수 사업단 이사장이 미리 가있는 그곳에서 먹는단다. 최 이사장은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광해의 심각성이 얼마나 큰지, 또 어떻게 줄일 수 있는 지에 대해 설명했다.

 한 단체의 수장에 위치에 있지만 이때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재밌는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따뜻한 옆집 아저씨 같았다.


식사 후 찾은 곳은 함태수질정화시설.


이 곳은 일반 생활권에 인접해 있는 관계로 물리·화학적인 방법으로 갱내수를 정화처리 하고 있다. 처리용량은 일 8000톤으로 시공비용만 약37억원이 들어갔단다.


대규모 정화시설 앞에 서자 아이들은 떡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아이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일은 또 있었다.


TV에서나 볼수 있을 법한 국회의원이 눈앞에서 자신들을 인솔하는게 아닌가.
이광재 의원(통합민주당)은 이날 일일교사로 참여,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화공정에 대해 설명해 줬다.


멀게만 느껴졌던 국회의원이 같이 어울리니 마냥 신기한 모양이다.
사랑스러운 자녀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봐서일까. 일정 중반부에 다달으자 이제는 학부모들이 더 신나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황지유창자연정화시설로 장소를 옮길 차례다. 이동하는 동안에 강원도 목장지대에 건설된 풍력발전소가 푸른 하늘 아래 힘차게 돌고 있었다. 네덜란드의 풍차마을을 연상시키며 이국적인 분위기마저 느끼게 했다.


황지유창정화시설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최연희 의원(무소속)이 아이들에게 깜짝선물로 등장했다. '와~' 또 다시 탄성이 나온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의 석탄산업의 부흥기와 현재의 생활에 대해 설명해 줬다.
견학에 동행 한 최 의원은 이런 행사가 도시지역뿐만 아니라 지역아이들에게도 이뤄져야 한다며 본인이 태백 인근 도시 교육장들에게 연락해‘폐탄광 투어’가 활성화 되는데 적극지원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황지유창자연정화시설은 황지3동 4-2번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하루처리용량이 1050톤으로 시공비용은 약 13억원이 소요됐다.


이곳에서는 산화조로 갱내수를 모아 먼저 중금속을 침전시키고 SAPS에서 두 번째 침전을 시킨 후 마지막으로 복합소택지의 수초들로 남아있는 침전물들을 걸러낸 다음 하천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연탄공장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드디어 행사 하이라이트인 연탄찍기 체험을 한단다. 아이들은 한층더 들뜬 모습이다.


찾은 곳은 도계삼덕연탄공장. "찰칵찰칵, 스르륵~ 끼익끼익~"
연탄이 윤전기를 통해 막 찍혀 나와 레일을 타고 운반되는 중 이었다. 이 공장에서는 22공탄과 31공탄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공장 한 켠에는 연탄찍기 체험을 위한 틀이 마련돼 있었다. 이것은 지역본부가 행사를 위해 자체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윤전기가 없었을 시절에는 이 같은 틀에 석탄과 물을 적정비율로 섞어 틀에 담은 다음 망치로 두둘겨 압축 시키는 방법으로 연탄을 만들었단다.


잠시 동안 공장을 둘러본 후 이번 행사의 피날레인 연탄찍기체험에 들어갔다. 앞전의 정화시설 견학으로 피곤했을 법 한데 아이들의 눈은 보다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지역본부 직원의 간단한 시범을 본 후 아이들은 저마다 먼저 하겠다며 야단법석이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틀에 석탄을 넣고 자기 머리만한 망치를 들고 힘껏 내려쳤다. 틀에서 빠져나온 자신이 만든 연탄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얼굴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대단원의 ‘폐광산 여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주최자와 참가자가 한데 어우러져 기념 촬영을 한 후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강원도를 떠나는 아쉬움을 간직한채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옥계휴게소를 들렸다. 탁 트인 동해바다와 시원한 바닷바람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다 날려주는 듯 했다. 휴게소 옆으로 길게 늘어선 백사장이 더 있다가라고 손짓하는 듯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서울을 향해 찻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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