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기술·정보력 부재에 설자리 잃어가는 한국’
‘자본·기술·정보력 부재에 설자리 잃어가는 한국’
  • 김광호 기자
  • hoya@energytimes.kr
  • 승인 2008.05.2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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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 등 세계 열강 자원외교에 총력 기울여

세계적으로 자원확보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자원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하고 한승수 국무총리가 신흥 자원부국인 중앙아시아 주요 자원국에 자원외교를 떠나는 등 자원학보를 위해 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공기업과 민간기업들도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자원확보를 위해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에 눈을 돌리고 사활을 걸고 있어 자원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에너지 기업들이 이미 주요 자원국에 진출해 있어 자본력과 기술력에서 뒤지는 우리나라의 자원확보는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해외 선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우리만의 기술과 패키지형 전략, 외국기업과의 컨소시엄 등 차별화 된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고 분석했다.

본지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주요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현재 진출해있거나 준비중인 국내기업들의 자원확보에 있어 처해있는 문제점과 난관, 해결과제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리저리 치이는 중앙아 자원개발

중앙아시아는 석유·가스와 각종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어 최근 중동을 보완할 신흥 자원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장량은 잠재매장량 기준으로 2500∼3000억 배럴의 석유와 15∼20조 입방미터의 가스로 추정되고 있다. 아울러 가채연구가 길어 향후 개발 잠재력이 풍부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원개발협회에 따르면 현재 중앙아 지역 석유·가스·광물 자원개발 분야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과 삼성물산, SK에너지 등 민간기업 총 68개 기업이다. 이는 러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 주요 자원지역보다 월등히 많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개발한 석유와 가스는 CIS 주변국과 EU 등 지리적으로 수송이 용이한 제3국에 수출할 수 있어 이윤 창출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중앙아시아 지역 자원개발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경우 이미 주요 선진국 자본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상태여서 우리나라에 돌아올 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민관 합동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해외 선진국의 자본력과 기술력에 밀릴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중앙아 국가들도 자국의 경제적 미래가 달린 만큼 자원개발 협력 대상을 선정함에 있어 자본력과 기술력이 뛰어난 대상을 선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앙아 자원개발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응도 부채질 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상이 자원외교 순방을 마친 후에야 후속사업을 위한 부서가 구성됐다”며 “발빠르고 체계적인 선진국의 자원개발 전략에 비해 늑장대응으로 일관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자원의 땅 아프리카, 한국에는 미지의 땅

미지의 땅으로 인식되던 아프리카가 최근엔 자원의 땅으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의 보이지 않는 자원전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도 국내기업들에게 있어 중앙아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 우리나라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현재 아프리카에 나가 있는 국내 기업은 외국기업과 합작법인을 포함해 총 25개 사업에 24개사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 인도, 유럽 등의 자본력을 앞세운 자원외교에 점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KOTRA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우리나라가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력 부재와 자본력, 말뿐인 외교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프리카 한국 대사관에 파견된 인력 중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아는 전문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프리카 자원개발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와 관계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과 일본, 인도 등은 자국의 자원 전문가들을 대거 배치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아직까지 구 식민종주국인 EU의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인도, 일본 등 자원소비대국들이 에너지 자원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자원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아프리카 자원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2000년대 들어 극심한 자원난을 겪으면서, 석유와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와의 경제협력 관계에 총력을 기울이며 아프리카 자원확보에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런 경쟁속에 우리나라는 자원개발 경쟁에서 점점 밀리고 있다.

지난 21일 KOTRA에서  민간기업과 공기업, 정부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아프리카 자원개발을 위해 열린 아프리카 연구회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영호 연구원은 “국내 기업이 아프리카 자원개발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선 취약한 금융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프리카는 다른 개도국과는 매우 달라 선진국들간의 경쟁속에 존재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정부와 공기업이 먼저 진출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도 이제는 힘들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석유생산국으로 세계생산량의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생산량은 전세계의 27%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이다.

현재 러시아 자원개발을 위해 국내 기업은 9개 사업, 17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는 중앙아시아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수다. 러시아 진출의 대표주자인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서캄차카와 Tigil, Icha 지역 탐사권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종합상사 등 민간기업도 러시아 내 자원개발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자원개발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민간 자본 투자에 규제를 강화하는 등 정치적인 규제 압박을 가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자원개발이 난관에 부딪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석유·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국내 총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정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 복잡한 러시아의 각종 법령에 따른 언어적 장벽으로 인한 법령 이해의 어려움도 뒤따르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기업이 러시아 자원시장에 진출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LG상사 등 대기업 중심의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보다 많은 우리 기업이 진출하기 위해선 현지 기업과의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자원 개발권을 획득하거나, 이미 개발권을 획득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석유·가스 등 주요 자원에 대한 외국기업에 대해 문호를 더욱 닫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러시아 정부간 긴밀한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 중동’으로 떠오르는 남미

신흥 자원부국 중 하나인 중남미 지역 자원개발을 위해 석유공사와 골든오일 등 총 26개사가 진출해 32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은 외국합작 또는 민간기업 단독으로 나가 있다. 

전문가들은 그 동안 우리 기업은 중남미 지역에 대해 물건만 팔고 광구만 획득하는 방식 고수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패키지형 자원확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KOTRA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 국가 대부분은 경제개발에 목말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외국자본만을 받아들이고 광구를 판매하는 방식을 벗어나 발전소, 도로, 공장 등을 지어주고 자원 개발권을 확보하는 패키지형 자원협력을 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페루 석유국영회사 사바 회장은 지난달 열린 페루로드쇼를 통해 “한국이 다른 경쟁국들 보다 자원확보에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한국의 경제개발 5개년과 같은 경제성장 경험과 우수한 SOC기술을 잘 활용하면 좋은 위치에 설 수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아르헨티나에 진출해 있는 골든오일의 황병욱 전무는 “현재 남미대륙에서 사업을 하는데 우리가 한국기업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은 적은 한번도 없다”며 “남미진출에 대한 걸림돌은 그다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내기업끼리의 정보공유가 해외기업들에 비해 잘 이뤄지지 않아 신속한 정보습득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황 전무는 “국내자원개발금융이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낙후돼있어 자본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다”며 "골든오일 같은 중견기업이 국내 대기업들과 컨소시엄을 맺기는 사업 타켓부터 달라 국내 중견자원개발업체가 많이 생겨 좋은 파트너를 이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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