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업 불황… 제2의 성장동력 찾아 나선 정유사들
정유사업 불황… 제2의 성장동력 찾아 나선 정유사들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10.01.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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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체 물량충당·중동기업의 시장 확대로 정유부문 사업성 급락
정유4사, 석유화학 증설·신재생E 진출 등 종합에너지社으로 탈바꿈

<신년특집>정유사들의 새로운 도전-SK에너지·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지난해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수출액이 전년대비 40%나 감소했다. 2008년 실적이 워낙 좋아 기저효과라는 측면도 있지만 세계 석유시장의 판도 변화를 보면 단기적 현상만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석유제품 수출의 5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지속적으로 정유시설을 증설해 자체 물량을 충당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생산을 뛰어 넘어 석유제품과 화학제품을 생산해 세계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원가경쟁력 면에서 국내 업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세계 최대 석유기업 중 하나인 사우디아람코의 칼리드 에이 알팔리 총재는 “S-OIL에 석유화학 증설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을 권유하고 있다”며 일종의 충고를 했다. 이 얘기는 앞으로 정유산업만으로는 기업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S-OIL은 새해 초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GS칼텍스,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역시 올해를 미래 성장동력원을 확보하는 원년으로 삼고 석유화학시설 증설 및 신사업에 대한 연구·개발과 시장확보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또 한 번의 신화창조에 나선 SK에너지


기업 대표의 신년사에는 업계 전망과 그에 따른 기업차원의 대응책을 엿볼 수 있는데 구자영 SK에너지 대표의 신년사에서도 나타나 있다.

구 대표는 올해를 포함해 향후 정유업계의 경영환경이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SK에너지가 내놓은 대응책은 크게 ▲기존 사업의 선택과 집중 ▲최대 수요국인 중국 현지진출 ▲2차전지 등 신사업 시장성 확보 등 3가지.

기존 사업이란 정제부문, 석유화학, 윤활유, 유전개발(E&P)이다. 이중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고 집중 투자를 예정하고 있는 부문은 석유화학.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정제부문은 대체에너지의 개발 등으로 세계 석유수요가 감소해 하향 추세지만, 석유화학은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한 건재할 전망이다.

특히 세계 최대 수요국인 중국을 바로 옆에 끼고 있다는 점은 국내 정유사들에게 지금까지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자체적으로 석유화학시설을 증설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수출전망은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이에 SK에너지가 내놓은 방책은 현지 진출.

중국이 자체물량을 생산한다면 국내에서 수출하는 것에는 더 이상 경제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능력을 갖고 있고 그룹 차원에서 플랜트 건설력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현지정착이 성공적으로만 이뤄진다면 현지 시장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에너지는 석유사용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대비해 이미 신에너지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이중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일정부분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부문은 2차 전지.

리튬이온 전지는 휴대폰, 노트북 등 휴대용 전자제품의 수요증가와 향후 리튬이온 전지를 탑재한 전기자동차의 수요증가로 시장확대 가능성은 매우 풍부하다. 또한 기존 주유소를 이용해 전기자동차 충전소로 활용할 수 있어 사업시너지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신에너지·설비고도화로 미래 준비하는 GS칼텍스


GS칼텍스는 지난해 정유사업의 마진 악화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설비 고도화 공사를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석유수요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최대 수출처인 중국의 석유수요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어 여전히 수출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8년 6월부터 전남 여수공장에서 제3기 중질유분해탈황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2조9400억원이 투입된다. 완공 시 일산 26만8000배럴의 중질유분해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종합에너지사로 거듭나기 위해 신에너지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그중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부문은 연료전지와 수소에너지. 연료전지는 자회사인 GS퓨얼셀이 맡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와 GS나노텍이 맡고 있는 박막전지로 좁혀진 상태다. GS퓨얼셀은 이미 대형건물과 아파트에 사용이 가능한 50kW급과 가정용1·3kW급을 상용화하고 있으며, 120kW급 대형연료전지도 개발에 들어갔다.

차세대 2차전지로 각광받고 있는 박막전지는 구성물질이 고체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폭발과 발화위험이 전혀 없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GS칼텍스는 친환경 자동차의 궁극적 지향점인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함께 연료전지와 수소스테이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차와 풍력발전에 사용되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인 전기이중층커패시터용(EDLC) 탄소소재를 생산하기 위해 일본의 신일본석유와 함께 합작법인 파워 카본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이 공장에서는 올해 4월부터 연간 300톤의 EDLC용 탄소소재가 양산될 예정이다.

일단은 석유화학, 미래엔 신재생E로 승부 S-OIL


S-OIL은 석유화학 물량을 증설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울산 온산공장의 확장 공사에 들어갔다. 2011년 6월 완공을 목표로 18만4500㎡ 부지에 조성 중인 이 공사에는 총 1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증설된 시설에서는 연산 90만톤의 파라자일렌과 28만톤의 벤젠이 생산될 예정으로, 현재 생산물량과 합치면 파라자일렌은 160만톤, 벤젠은 58만톤이 생산된다. 여기에 납사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원유정제능력을 현재 일산 58만톤에서 63만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S-OIL은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가 준공되는 2011년 이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파라자일렌 공급자로 등극하게 된다. 납사를 개질해 생산하는 벤젠은 합성수지 등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가 되며, 톨루엔과 자일렌을 원료로 사용하는 파라자일렌은 합성섬유의 원료로 사용된다.

이는 세계 최대 수출력을 가진 중국시장을 가장 인근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세계 경쟁사들에 비해 시설과 물량 면에서 앞선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미래 시장대응력 면에서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S-OIL은 올해부터 사업다각화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수베이 CEO가 신년사를 통해 대외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을 발표했으며, 일단 올해에는 유망 에너지원의 검토작업과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단계까지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S-OIL 측은 아직 어느 에너지원으로 진출할지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S-OIL의 대주주인 사우디아람코사가 현재 사우디 현지에서 태양광발전 사업을 크게 펼치고 있어 향후 연계되지 않겠느냐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방향족(BTX) 생산규모 3배 증설 나선 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의 미래성장동력원은 석유화학 부문이다.

지난해 6월 현대오일은 일본 석유기업인 코스모석유와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코스모석유로부터 12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 받아 대산공장 부지에 방향족(BTX) 공장을 신규 건설키로 했다.

현대오일이 생산공장 시설과 물량을 제공하고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코스모석유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분비율은 50:50 이다. 양사는 HC페트로캠이라는 전문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양사로부터 추천된 2인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신규공장은 2013년 4월까지 완공할 예정으로 연산 80만톤의 파라자일렌과 11만톤의 벤젠을 생산한다. 이를 통해 현대오일의 BTX 총생산량은 파라자일렌이 현 38만톤에서 118만톤으로, 벤젠은 11만톤에서 22만톤으로 늘어나는 등 3배로 증가한다.

이를 통해 현재 매출액 중 4.3% 밖에 되지 않던 BTX 판매비중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정유부문에 의존하던 수익구조도 개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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