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월성원전 직원가족 “우리 남편이 최고!”
<현장르포> 월성원전 직원가족 “우리 남편이 최고!”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09.10.0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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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예방정비 기간 중 직원가족 초대해 견학 프로그램 운영
“직접 눈으로 보니 안전해요”“위험시설이니 더 안전하게 관리하겠죠”
우리 남편은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할까.

직장을 다니는 가장을 둔 가족이면 이런 생각 한번쯤을 했을 것이다. 내 남편이, 우리 아버지가, 내 자식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할까.

이런 가족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한국수력원자력(주) 월성원자력본부 제2발전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 발전소는 지난 2007년 5월 24일부터 2008년 6월 30일까지 404일 동안 OCTF(One Cycle Trouble Free, 한주기 무고장 안전운전)를 달성한데 이어 지난 2008년 7월 27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420일간 OCTF를 달성함에 따라 총 824일 발전정지 없이 안전운전에 성공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자력발전소 중 하나다.

직장에 대한 가족들의 공감대와 자긍심을 높여주기 위해 월성원전 2발전소가 계획예방정비기간 중 직원가족을 발전소로 초대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가족을 초대했다는 것. 원전이 안전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기자는 잠깐 해봤다. 왜냐하면 우리 삶에서 가족은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직원가족들과의 특별한 시간, 함께 했다.



이날 직원가족 초대 견학 프로그램은 4시간 가량에 걸쳐 진행됐다.

오전 10시경. 직원가족들이 집결장소인 사택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리고 한수원에서 보내온 대형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를 타고 10분 가량 해안도로를 따라가니 월성원전의 돔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에 탔던 운전사와 직원을 제외하곤 모두 설렘으로 가득했던 것 같다.

홍보관에 도착한 직원가족들은 김원동 소장의 환영인사를 받은 뒤 홍보관을 둘러봤다. 이날 직원가족은 공부라도 하듯 원자력발전의 원리 등이 적힌 설명을 꼼꼼히 살펴보며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이지현 씨에게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한 소감이 어떠냐고 넌지시 물으니 “솔직히 아직까지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난 단지 내 남편이 안전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홍보관을 둘러본 직원가족들은 또 다시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20분을 더 가서야 오늘의 목적지인 제2발전소 돔 앞 행정동에 버스가 멈췄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오늘의 주요 견학시설인 제2발전소. 출입부터 까다롭다. 카메라는 들고 갈 수 없어 잠시 맡겨놓아야 했다. 왜냐하면 보안시설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된 곳이라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이들은 모든 발전소의 두뇌에 해당하는 주제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좁은 복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서야 도착했다. 일반적으로 발전소를 떠올리면 지저분하고 답답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너무나 쾌적한 환경에 직원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의 내쉬었다.

한 직원가족은 “우리 집 거실보다 더 깨끗하네”란 한 마디 장난 섞인 말에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했다. 그것도 잠시 눈앞에 펼쳐진 상황판을 보자 감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든 시스템이 잘 짜여진 각본처럼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던 모양이다. 직원들의 흐트러짐 없는 눈빛을 본 직원가족들은 스스로 자신의 남편이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했다.

그리고 견학을 도와주기 위해 온 직원은 이 주제어실의 일반현황을 비롯해 어떻게 시스템이 흘러가는지 근무는 어떻게 짜여져 있는지 등 가족직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하나씩 설명해줬다.

이어 그는 원자로 관리에 대해 설명했다. 원자로에서의 작업은 모두 로봇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직원들이 방사능에 노출될 확률은 100% 없다고 확신하자 직원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의 내쉬었다. 그리고 이 로봇을 주제어실에서 조종한다는 말에 한번 더 안도의 한숨의 내쉬었다.

그리고 직원가족은 실시간으로 원자로의 상황을 알려주는 모니터에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김지연 씨는 “솔직히 남편이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것 자체가 불안하고 걱정됐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직접 눈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한 뒤 주제어실 상황판을 뚫어져라 한참 지켜봤다.

그리고 원자력발전소의 핵심인 원자로는 일반 직원들도 접근이 쉽지 않은 곳으로 이번 프로그램에는 빠졌다. 사실 기자는 원자로를 직접 취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자료사진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자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터빈. 직원가족들은 터빈전망대로 자리를 이동했다. 계획예방정비기간이라 터빈의 본체가 열려 있었다. 사실 기자도 수많은 발전소를 취재했지만 터빈 내부를 직접 본 것은 거의 처음이다.

이날 전망대에 오른 직원가족들은 터빈의 크기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파이프라인을 보고 한번 놀라고 핵심부품이 해체되는 모습을 보고 한번 더 놀랐다. 들어낸 부품들은 검사대에 올라 검사를 받았다. 이 작업을 하는 직원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지현 씨는 “우리 남편이 이렇게 중요하고 힘든 일을 하는지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안내를 맡았던 직원은 어떻게 터빈이 작동방법부터 곳곳에 설치된 안전장치들을 소개했다. 발전설비 하나 하나마다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들은 직원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또다시 내쉬었다.

터빈전망대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이애숙 씨는 “솔직히 주위사람들로부터 남편이 방사능이 있는 발전소에 근무하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없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너무 속상했지만 아는 것이 없어 그냥 웃어 넘길 때가 많았다”며 “하지만 발전소를 이렇게 둘러보고 나니 우리 남편이 너무나 안전한 직장에서 근무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조금 생각을 바꿔보면 위험한 시설일수록 더 안전하게 관리되는 것 아니냐”고 도리어 기자에게 반문했다.

이렇게 발전소를 둘러보는 시간을 마쳤다. 그리고 잠시 휴식시간. 사택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있을까.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말도 많아진다.

우리나라 공기업 중 최고라고 자부하는 한수원에 근무하는 가족으로써 자부심도 있지만 애로사항도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가족은 “남편이 이곳으로 발령 받았을 때 친구와 일가친척을 두고 외진 곳에 와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정작 내려와 보니 지역주민들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따가워 혼자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며 “그럴 때마다 그들에게 이방인이 반가울 리 없다며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그는 “솔직히 그때나 지금이나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차가운 건 사실이지만 스스로를 낮추고 사택이란 울타리를 넘어 지역주민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그래서 봉사활동도 형식적이기보다는 어차피 할 것 지역주민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전소를 둘러본 직원가족은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직원가족에게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집중됐다. 물론 자원봉사를 원한다면 직원가족으로써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이애숙 씨는 “원전이 안전하다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며 “원자력에 대한 홍보, 이만한 전략이 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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