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가스요금 통제…문제 키우는 억지
정부 전기·가스요금 통제…문제 키우는 억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4.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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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양훈 교수, 에너지·금융시장 혼란 불러오고 결국 국민 부담 지적
정확한 상황 알리고 에너지절약 유도할 수 있는 요금 현실화 필요
18일 전기회관(서울 송파구 소재)에서 열린 ‘전기산업계 위기 대응을 위한 전기요금 정책 간담회’에서 손양훈 인천대 교수(前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18일 전기회관(서울 송파구 소재)에서 열린 ‘전기산업계 위기 대응을 위한 전기요금 정책 간담회’에서 손양훈 인천대 교수(前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에너지타임즈】 정부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현실화하지 않고 조정하는 정책은 억지란 주장이 나왔다. 에너지 위기에 따른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 문제가 통제 불능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인데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는 가장 첫 번째인 에너지절약이 가능하도록 투명하게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前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는 18일 전기회관(서울 송파구 소재)에서 열린 ‘전기산업계 위기 대응을 위한 전기요금 정책 간담회’에서 정부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조정은 결국 에너지·금융시장의 혼란을 불러오는 한편 국민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전기요금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이 40조 원에 이르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모두가 외면하는 사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과거에도 한전 적자나 가스공사 미수금이 있긴 했으나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고, 지금과 비교해보면 1/10 수준도 되지 못했다고 설명하면서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이 발생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자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이 커진 것을 지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다만 손 교수는 정부에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조정하는 것과 관련해서 정부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결정할 때 당장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바로 올리지 않고 시간을 두고 정상화하는 등 당장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처럼 한전 적자나 가스공사 미수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 이 기능은 억지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인상 요인이 단기적으로 급등했을 땐 정부가 요금 조정 등으로 국민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으나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가 요금을 조정하더라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조정 실패는 현재도 진행 중이고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손 교수는 한전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 문제는 에너지 산업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못에 고래 한 마리가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 회사채 발행 규모가 47조 원 규모인데 한전채 단일 발행 규모가 32조 원”이라고 설명하면서 “회사채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회사채 시장에서 한전채가 70%를 차지했다는 것인데 한전이 매년 통상 5~10조 원씩의 회사채를 발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만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전기요금이 정상화되지 못하면 한전채가 큰 폭으로 늘어나 수급 불안과 시장 불균형이 초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올해 발행한 한전채가 이미 9조 원에 육박하고 있고 지난해 대비 증가 속도도 훨씬 빠르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저평가된 전기요금으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과 함께 정부에서 국민 살림과 물가를 고려해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못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으나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한전의 적자나 가스공사 미수금은 결국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으로 회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한전과 가스공사의 금융비용은 고스란히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해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으로 하루에 지급한 이자가 50억 원”이라면서 “고금리 시대에 이자까지 내게 만드는 것은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리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손 교수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조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엄중한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는 한편 에너지절약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정상화로 신호를 줘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전기 관련 단체협의회는 합리적인 전기요금 해법 마련을 통한 전기산업계 동반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18일 ‘전기산업계 위기 대응을 위한 전기요금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 협의회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한전의 적자 가중으로 인해 전기산업계는 생태계 붕괴가 우려될 정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전기요금 정상화가 지연되면 한전의 재정난이 계속될 뿐만 아니라 전력 기자재와 건설 발주물량 감소로 전기산업을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이는 국민 생활에 불편을 줄 것을 걱정했다.

서갑원 전기협회 부회장은 “전기산업계는 고효율 에너지의 공급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국민 복리 실현을 위해 그 고통을 껴안아 왔다. 전기요금이 상승하면 국민의 실물경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가보다 낮은 수준의 비정상적인 수준의 가격 체제에서 적정가격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18일 전기회관(서울 송파구 소재)에서 열린 ‘전기산업계 위기 대응을 위한 전기요금 정책 간담회’에서 전기관련단체협의회가 전기요금 정상화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18일 전기회관(서울 송파구 소재)에서 열린 ‘전기산업계 위기 대응을 위한 전기요금 정책 간담회’에서 전기관련단체협의회가 전기요금 정상화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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